공원의 위로
배정한 지음 / 김영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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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굴레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위로와 환대의 장소. 하지만 자본주의 도시에서 그런 자리는 우리에게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_책머리에


내 소유는 아니지만 누구나 편안하고 안전하게 누릴 수 있는 곳.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나는 공원에 간다" 


집 밖에 나와 조금 걸으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곳이 공원이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공원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뛰어노는 아이들, 잠시 햇볕을 쬐며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고 여럿이 모여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과 공원 주변을 돌며 조깅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공원은 입장료 없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위로와 환대의 공간이다. 


책은 저자 배정한 교수가 국내외 공원을 걸으며 사색한 것을 담은 책으로 약 40여 곳의 장소를 소개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에서 456억을 받은 성기훈(이정재)이 1년간 상금을 전혀 쓰지 않고 폐인처럼 살아가며 강가에 앉아있던 곳이 양화한강공원이었고 (이곳은 곧 사람들의 성지순례가 되었다) 쓰레기산 난지도가 하늘공원이 되었으며, 낙후된 도시의 뒤편 폐철로 부지가 경의선숲길이 되었다. 높고 넓은 하늘이 머리 위에 가득 펼쳐진 광교호수공원, 스스로 놀거리를 찾고 맘껏 뛰노는 전주 맘껏숲놀이터, 나무가 주인공인 땅 대구 미래농원, 도시와 함께 성장하는 서울 숲공원, 변신을 꿈꾸는 엘리제의 들판 파리 샹젤리제등 국내외 아름다운 공원의 모습들이 책 속에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공원은 거리에서 바로 걸어 들어가 야구 경기를 조감할 수 있는 창원NC파크였다. 도시 가로와 외야 상단의 높이가 똑같아 야구장의 열광을 바로 느낄 수 있는 구조가 특이해 언젠가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됐다. 그리고 초록 잔디밭에 분필로 띄엄띄엄 그려놓은 듯한 하얀 원형의 나열, 샌프란시스코 돌로레스 공원은 코로나 시대가 낳은 가장 역설적인 도시 풍경으로 사람들은 감염 수칙인 거리 두기를 위해 하얀 원형 안을 벗어나지 않고 각자 휴식을 취하고 있다. 


다른 나라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곳곳에 공원이 있어 참 좋다. 낯선 곳에 가더라도 공원은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어 내 몸 하나 쉴 곳이 돼주어 고마운 곳이다. 적어도 일주일에 네다섯 번은 공원을 걷고 화창한 날이면 테이크아웃한 커피와 책 한 권을 들고나와 독서를 즐기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유독 마음이 가는 공원이 있다. 특히 난 공릉동의 경춘선숲길을 매주 걷는데, 폐철도 노선을 산책길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트레킹 코스다. 거기다 맛집과 내가 좋아하는 독특한 카페들이 곳곳에 숨어있어 마치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아직 가보지 못한 아름다운 공원 나들이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올해 할 것도 많은데 공원 나들이까지 추가되다니 ㅋㅋ 하지만 바쁠수록 돌아가랬다고 나에게 위로와 환대가 필요할 때 이 책과 함께 공원 나들이를 해봐야겠다. "그곳을 걸으면 눅눅한 머릿속이 바삭해진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도 가끔 이렇게 쉬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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