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이태형 지음 / 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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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곱게 차려입은 남녀가 담 모퉁이에서 밀회를 즐기고 있다. 

혜원 신윤복의 그림 '월하정인'은 달빛 아래 정을 통하는 남녀의 감정을 잘 표현한 작품으로, 특히 밤하늘에 살짝 걸쳐있는 손톱달이 이 작품을 더욱 은밀하게 만든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동안 이 작품의 제작연도를 알 수 없었는데, 한 천문학자가 그림 속 달을 분석하여 제작 시기를 추론했다. 달의 볼록한 부분이 위로 향한 것으로 보아 월식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신윤복이 태어난 백 년 동안 월식 자료를 분석해 1793년 8월 21일 무렵, 나이 만 35세이던 여름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이었다.


'월하정인'의 시대적 배경을 고증한 천문학자가 바로 이 책의 저자 이태형 천문학자이다. 

오로지 별밖에 모르는 별 바라기와 밤하늘로 떠나는 여정 


책을 펼치자마자 쏟아지는 별들에 잠시 넋을 잃었다. 

한국의 소백산 여름의 대삼각형, 적도 부근 킬리만자로에서 본 여름 은하수, 호주 울룰루에서 본 오리온자리, 캐나다 에노다 롯지에서 본 오로라, 우유니 사막에서 본 밤하늘의 별들이 아름답게 수놓았다. 사진이 아니라 실제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과 함께 저자가 안내하는 계절별 별자리 여행을 순항했다. 


이 책은 사계절의 하늘과 북쪽 하늘의 별자리를 쉽게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데, 52개의 별자리 위치와 생김새, 구성별, 별자리에 전해지는 이야기까지 과학과 문학이 함께하며 천문학적 이야기에 머리가 아플 때쯤 재미있는 이야기로 흥미를 유발한다. 


그동안 별자리는 몇 가지 이름만 알았지 그 모양까지 다 알지는 못했는데, 책은 별자리 모양과 별자리 이름의 유래를 일러스트와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단순한 별자리 모양을 동물이나 신화 속 인물 이름으로 붙인 건 엄청난 상상의 내공이 필요하다. 특히 쌍봉낙타쯤으로 생긴 별자리가 카시오페이아 왕비 별자리라니 아무리 내 상상을 밝휘해도 밤하늘에서는 도저히 그 이미지로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역시 나는 별자리 운세를 보는 게 더욱 재미있는 것 같다. 책 속에도 별자리 운세가 나와있는데, 내 별자리의 유래도 찾아보고 운세도 점쳐보는 재미가 또 있다. 내 별자리인 '게자리'를 찾아봤는데, 오로지 줄을 잘 섰다는 이유로 성공적으로 기억되는 별자리라니.. ㅋㅋ 게자리는 화려한 1등성 사이에서 오로지 황도에 줄을 섰다는 이유만으로 유명 별자리가 됐다고 한다. 나도 게자리답게 줄을 잘 서보도록 해야겠다. 어느 줄로 서야 하나... ㅎㅎ


책을 읽으며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생각났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떠올랐다. 그리고 어릴 적 집 앞마당에 누워 바라본 아름다운 별들. 내 기억에 아주 어릴 적 흔히 볼 수 있었던 별들이었는데, 지금은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별을 관찰하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별을 볼 수 있는 날은 마치 선물을 받은 듯 아주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도시를 벗어나야 볼 수 있는 별이 되었지만 내 기억 속 별들을 소환하듯 이 책을 보며 별자리 여행을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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