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 신박한 정리 - 한 권으로 정리한 신들의 역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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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네 발로, 점심에는 두 발로, 그리고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것은 무엇인가?"

어린 시절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난 답을 찾지 못했다.

나중에 답을 알고 나서야 '뭐야, 인간이었어'라며 그냥 수수께끼를 맞히지 못한 분함만 있을 뿐이었다.


어른이 된 지금은 스핑크스의 그 물음이 '넌 누구이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철학적 물음으로 다가온다. 오이디푸스가 스핑크스의 문제를 맞혀 왕위를 넘겨받고 왕비 이오카스테와 결혼해 자식도 낳았지만 결국 자신이 죽인 왕 라이오스가 생부였고 결혼한 왕비가 자신의 어머니였다는 끔찍한 사실을 알고 난 후 두 눈을 찔러 스스로 맹인이 돼 자녀들과 함께 세상을 떠돌아다니다 죽는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어머니를 좋아하는 본능 때문에 아버지를 적대시한다는 이론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딸이 아버지를 좋아해 어머니를 경쟁 상대로 보는 본능이 있다는 '엘렉트라 콤플렉스' 개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너무 유명한 이야기라 많은 분들이 알지만 스핑크스, 오이디푸스, 라이오스, 테베가 하나의 이야기로 묶여있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도 워낙 그리스 신화를 좋아해 많은 책을 읽었지만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 위주로 얽힌 책들을 보다 보니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놓친 경우가 많았다.


나처럼 일화가 드문드문 떠올라 그리스 신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싶다면?


신들의 탄생과 계보부터 사랑의 욕망, 전쟁과 모험까지 역사, 종교, 문학적 요소를 통해 살펴본 신개념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스 로마 신화 신박한 정리』 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빼놓고는 서양의 학문과 예술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문학, 회화, 조각, 음악, 연극, 철학, 심리학, 사회학, 언어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뒤엉켜있다 보니 우리가 아는 그리스 로마 신화들이 서로 뒤죽박죽 복잡하게 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알고 보면 굉장히 단순한 틀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한 문장으로 표현했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는 암투와 패륜, 욕망과 폭력으로 얼룩진 제우스와 그 가족 및 후손들의 행위를 신화와 문학의 이름으로 미화한 우상화 작업의 결정체다."


그동안 내가 읽어온 그리스 로마 신화가 정말 이 한 문장만으로 이해가 되는 듯하다.


등장인물과 에피소드가 많아 복잡해 보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지만 저자는 '신선하고 박식하게' 정리한다.


등장인물 = 제우스의 형제자매 및 여인들과 자녀들 + 제우스의 후손이 세운 왕가의 주요 인물 + 민간 전설 속 인물과 괴물

이야기의 키워드 = 암투 +연애 + 영웅 + 모험 + 괴물


복잡하고 장황하게 늘어놓기보다는 위 등식으로 간단명료하게 아홉 개의 장을 구성해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한눈에 전체 간파할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 사실에 근거한 사건에 관한 기록인 역사적 요소, 종교적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진 신앙으로서의 기록인 신화적 요소, 백성의 교육을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문학적 요소로 이뤄진 그리스 로마신화의 분석과 여성편력이 심했던 제우스의 21명의 여인들과 18남 25녀의 자녀 이야기, 트로이 전쟁과 신화 속 괴물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어쩌면 나보다 더 잘 알지 모르겠지만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아들한테도 이 책을 나중에 권해봐야겠다. 아마 신들의 계보뿐만 아니라 역사, 신화, 문학까지 한눈에 싹 정리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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