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그림 수업 - 그림 선생과 제주 할망의 해방일지
최소연 지음 / 김영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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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림이 될까?"
선한 사람들이 사는 제주 '선흘' 마을.
이 마을에 그림 선생이 이사 오면서 여덟 할망들의 그림 수업이 시작되었다.


'제주도'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참 몽글몽글해진다. 우리나라 최고의 여행지이자 휴양지라 그 설렘이 '제주도'라는 단어만으로도 기분 좋게 만드는 마법이 있는 거 같다. 그런 제주도 한마을에서 시작된 <할머니의 예술 창고> 드로잉 프로젝트는 '이게 될까?'라는 우려를 떨치고 여든 넘을 할머니들의 힙한 드로잉 장이 되어버렸다.

"무시건(이게뭐야)?"
마당 한쪽에 세워져있던 이젤에 관심을 보였던 홍태옥 할머니가 목탄을 살포시 집어 든다.
"나도 기려보까?"
그림 선생이 고개를 끄덕이자 할머니가 이젤 앞에 뒷짐을 지고 목탄을 들더니 허공에 휘저으신다. 휘휘~ 한참 허공을 휘졌던 목판이 백지 위에 탁! 들어간 순간. 할머니의 그림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그렇게 하나 둘 모인 여덟 할망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품은 그림들을 하나씩 펼쳐 보인다. 제주에서 태어나 평생 제주에서 살아온 할망, 육지에 살다 결혼해 제주도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할망, 일제강점기와 제주 4.3으로 부모 형제를 잃은 아픔을 딛고 제주를 지켜온 할망,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홀로 악착같이 자식들을 키워온 할망. 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써보지 못했던 할망들이 화투와 호미 대신 붓을 집고 그림으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할망들의 인주 팬티, 검정 쓰레빠, 꽃무늬 남방, 갓 뽑은 열무, 오십 년 된 화귤나무, 시집올 때 해온 이불과 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닭까지. "이게 그림이 될까?"라는 질문이 무색할 만큼 따뜻하고 뭉클하고 아름다운 그림들과 이야기들을 할망들은 보여주고 들려주었다.

1940년생 최연소 할망, 1930년생 최고령 할망들은 구십이 될 때까지 그림을 놓지 않겠다는 열정으로 지금도 마을 곳곳을 다니며 그림으로 이야기를 채우고 있다. 마을이 미술관이 된 '선흘' 마을. 제주도 여행을 다시 가게 되면 꼭 이 마을에 들려 멋진 여덟 작가님들의 작품을 보러 가야겠다.

그림이 왜 좋냐고 묻자 할망은 답한다.
"그림 그리는 게 막 좋아."
"마음속 말이 그림으로 나오니 그게 해방이주."
"그라제! 그거이 예술이제. 예술이 별 거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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