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상실 - 해결되지 않는 슬픔이 우리를 덮칠 때
폴린 보스 지음, 임재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태원 참사에 이어 또 한 번 발생한 참사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어야 했던 이들은 가슴을 쥐어짜며 통곡해야 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모든 걸 잃어버린 그 심정은 감히 짐작할 수조차 없다.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우리들 또한 그 무력함과 상실감에 한동안 헤어나지 못했다.



현대 사회는 많은 이별과 상실의 해결되지 않는 슬픔을 겪고 있다.

"해결되지 않는 슬픔을 안고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상실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상실을 겪으면서도 상실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치유의 길잡이' 『모호한 상실』 이다.



40년째 가족심리 전문가로 활동한 저자는 가족의 죽음과 실종, 이혼, 절연, 가정불화, 입양, 이민, 중독, 치매 등으로 심적 육체적으로 힘들어하던 가족들을 상담하며 현대 사회의 만연한 '상실'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완전한 상실'이 아닌 여전히 상실감에 젖어있는 '모호한 상실'을 정립한다. 수많은 이별과 상실들로 가득 차 있는 현대 사회는 그 어떤 선명한 결말이나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는 지금 '모호함' 이외에 그 어떤 단어로도 설명될 수 없다는 저자는 그렇게 '모호한 상실'에 대한 이론을 여러 사례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상실의 모호함이 클수록, 그리고 극복하는 것이 어려울수록 더 심한 우울과 불안, 나아가 가족 간의 갈등을 유발한다고 한다. 특히 생사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나 실체는 있지만 심리적으로 부재한 경우, 모호한 상실감은 더욱 커 남아있는 가족들은 애도를 끝낼 수가 없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는 그 어떤 정보도 없어 가족 스스로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답 앞에 망연자실하며 심한 무력감에 좌절한다.



그렇게 모호한 상실은 우리를 무능하게 만들고 우리의 주인 의식을 잠식하고 세상이 공정하고 질서 있고 살 만한 곳이라는 믿음을 파괴한다. 이에 작가는 불확실한 상실에 완전한 해결을 하려는 욕망을 누그러뜨리고 나 때문이라는 책임감에서 벗어나야 모호한 상실감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모호한 상실에 대처하기 위한 저자의 여러 조언들이 나 때문이라는 마음의 무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외에는 그다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례에서 소개된 전쟁에서 실종된 군인, 납치, 실종, 자연재해 등은 국가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해답을 주지 않으면 개인이 해결할 수 없다. 책에서는 자꾸 원인과 결과를 맹목적으로 찾으려 하기 때문에 모호한 상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하지만 과연 그 누가 사랑하는 가족의 생사 앞에 처연할 수 있을까. 마냥 그 상실감을 해결하기 위해 욕망을 누그러뜨리기엔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국가적 책임이 크다.



그래서 해결되지 않는 슬픔의 답을 끝까지 찾아내기 위해

우리는 살아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