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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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남자,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면서 오래전부터 네가 찾고 있는 남자, 그 남자가 방금 전에 바로 네 뒤를 지나갔어."


"그래서 그 백마 탄 왕자님이 지금은 어디 있는데요?"


"인내심이 필요해. 그 남자에게 이르려면 여섯 사람을 만나야 하니깐."


운명이니, 가야 할 길로 인도해 준다는 점쟁이의 말 따윈 믿지 않았다. 미래의 예언 따윈 그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 일갈했던 앨리스. 그런데 그날 이후부터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마주치기조차 싫은 까칠한 이웃집 남자 달드리씨에게 왜 점쟁이와 있었던 이야기를 했는지 모른다. 그것 또한 운명이었을까. 달드리씨는 앨리스에게 다시 점쟁이를 찾아가 운명의 남자를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알아보라며 부추기고 그와 함께 다시 점쟁이를 찾아가게 된다.


"앨리스, 네 안에는 두 개의 인생이 있단다. 네가 아는 인생과 오래전부터 너를 기다리고 있는 인생."

"이스탄불에 가면 너를 다음 단계로 인도해 줄 누군가를 만나게 될 거야. 하지만 절대 잊지 마. 끝까지 찾아다니다 보면 네가 아는 사실은 남지 않게 된다는걸."


운명의 남자를 만나기 위해 이스탄불로 여행을 가서 여섯 명의 사람을 만나야 한다니, 괜히 왔나 싶어 뒤돌아서는데,

'그런데,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지?'


혼란스러운 앨리스에게 자신이 상속받은 유산까지 쏟아부으며 이스탄불 여행을 부추기는 이웃집 남자 달드리씨. 결국 그녀는 달드리씨와 함께 '운명의 남자'를 찾는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이스탄불에서 처음 만나게 된 남자 칸. 그가 운명의 남자일까?


칸에게 이스탄불 여행 가이드를 요청한 달드리씨는 앨리스 몰래 그를 따로 만나 은밀한 제안을 하는데...

"내게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니깐 어떻게든 그녀가 여기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해요. 그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지성적인 남자, 가급적 정직한 싱글을 찾아야 해요. 그녀가 사랑에 빠지면, 이곳에 오래 머물 이유가 생길 테니.."


운명을 믿으라며 그녀를 이스탄불까지 이끌었던 이웃집 남자는 점쟁이의 예언 따윈 믿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왜 자신의 재산까지 쏟아부으며 그녀를 이곳에 머물게 해야 했을까. 그리고 얼마 후 그녀가 잠든 사이 편지 한 장을 남기고 떠나는데....



런던과 이스탄불을 오가며 그려지는 여행길, 그 골목 사이사이 다채롭게 펼쳐지는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지듯 아름다웠다. 전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여행길에 함께 오르며 만나게 되는 여섯 명의 사람과 그 마지막에 드디어 밝혀지는 운명의 남자는 내 예상을 빗나감과 동시에 결론은 내 예상과 맞은 ㅋㅋㅋ 운명은 멀고도 가까운 곳에 있다는 말을 이 소설은 증명해 준다.


마냥 티키타카 즐거운 여행 로맨스 소설일까 생각했는데 앨리스가 꾸던 악몽이 그녀의 또 다른 기억 속 삶이었고 그녀가 그 기억을 잊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밝혀지면서 소설이 단순히 운명의 백마 탄 왕자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아닌 아픈 역사 이야기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 그건 소설 속에나 있는 일이지. 현실에서 감정이란 건 서서히 쌓이는 거야, 돌을 하나하나 쌓아서 집을 짓는 것만큼이나 천천히."


운명을 믿나요?

믿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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