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사
예브게니 보돌라스킨 지음, 승주연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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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단순한 기억 상실을 넘어 한 시대를 건너 깨어난 남자가 있다.

낯선 병원에서 기억을 잃은 채 눈을 뜬 그에게 스스로 기억해 내야 한다며 매일 일기를 쓰게 하는 한 남자, 그는 조금씩 떠오르는 조각난 기억들을 글로 남기기 시작한다.

그런데 지금이 1999년이라고? 나의 기억은 1900년인데......

내 기억이 잘 못 된 게 아니라면 난 한 시대를 건너온 것이다.

한 남자의 삶의 이야기이자 역사기록인 예브게니 보돌라스킨 장편소설 『비행사』 이다.

 


 

의사 가이거는 연필과 두꺼운 공책을 인노켄티에게 전하며 하루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록하라 말한다. 그리고 그는 모든 일과 조금씩 떠오르는 기억들을 공책에 하나도 빠짐없이 적기 시작한다.

매일 매일 서서히 떠오르는 인물들과 장면들 그런데 1906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다.

주인공의 기억 속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고전 문학과 함께 러시아10월 혁명, 소비에트 연방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 시대적 격동과 혁명적 사건을 다룬다.
주요 인물을 통해 섬세하고 세밀한 문장력으로 스토리를 그려내 마치 한 편의 대서사 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촘촘히 구성된 일기 형식은 영화 시퀀스 같아 당장 카메라로 찍어도 손색없을 만큼 흥미진진했다.

초반 요즘 흔한 소재인 타임슬립일거라 생각하며 약간의 실망감이 들었던 나의 예상을 빗나 냉동인간이라는 고전적인 소재로 반전을 꾀하면서 SF와 추리, 역사와 로맨스 장르를 넘나들며 무한한 상상력과 스토리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과거와 현재 두 시대를 살아가는 인노켄티의 '악이 가진 형태가 다양할 뿐 전 시대를 통틀어 동일했다' 라는 말이 시대와 정권이 변해도 권력의 모습은 그대로임을 증명하며 우리는 격동의 역사를 거치며 그토록 원하던 정의를 얻었다 했지만 과연 인간답게 살아가고 있는가? 라는 물음을 갖게 만들었다.

역사라는 것은 결국 개개인의 사적인 이야기의 일부라는 작가의 말이 와닿으며 그동안 내가 기억하는 나의 이야기와 써 내려갔던 글들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그건 나의 이야기이고 나의 역사였다.
앞으로도 난 나의 이야기, 나의 역사를 써 내려가야겠다.
당신도 당신의 역사를 써 내려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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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나무출판사 서포터즈3기 / 출판사로 부터 지원받은 도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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