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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
안지은 지음 / 콜라보 / 2022년 12월
평점 :
어떤 욕망은 행간에 감춰져 보이지 않습니다.
드러나지 않는 속마음을 감지하려면 표정이나 몸짓,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을 잘 지켜봐야 하듯이...
어른의 눈으로 천진한 동화를 읽어내면... 얼마든지 잔혹한 욕망과 추함, 아픔과 슬픔,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 찬 잔혹동화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안지은 작가는 3년동안 동화에 빠져 동양풍과 서양풍의 멋진 그림을 창조해내어 동화 속 한 장면을 어른의 눈으로 재생하여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욕망들을 포착해냅니다.
삶이 재미있는 포인트 중 하나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착한 로봇 같은 인물보다는 치열하게 욕망을 추구하고, 그로 인해 좌절을 맛보는 인물에게 더 마음이 쓰이고 왠지 모를 매력을 느끼게 된다는 겁니다. 나라면 가지 않았겠지만, 사실은 내심 그렇게도 살아보고 싶었던, 꾹꾹 억눌러 두었던 마음속 욕망이 반응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욕망하는 인간은 욕망 있는 인물에 공감하고 위로받으니까요.
- 작가의 말
작가는 욕망하는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보며 위로받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늘 결핍되어 있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분투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에게 동화가 주는 위로가 무엇일까요?
어린 시절 천진난만하게 뛰어놀면서 세상은 낭만으로 가득 차고, 나에게 호의적일 것이라고, 어디든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나만의 이상을 펼칠 수 있을 거라고 긍정하였던 자신감이 세상과 부딪혀 깨어지는 순간이 옵니다. 참혹하고 혹독한 시련이지요.
동화 속에는 그런 시련과 비애가 가득합니다. 어른이 되어 읽는 동화의 묘미는 이런 상황을 비틀어보아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너른 시각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신데렐라... 왜 꼭 그녀여야만 했을까요? 백수건달 알라딘에게 램프가 주어지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요?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극복해야만 하는 백설공주, 사랑했기에 공기 속에 흩어진 인어공주, 작고 연약한 몸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주변 상황에 치였던 엄지공주, 어리석기 짝이 없던 벌거벗은 임금님 등등
12편의 동화 속에 '나의 욕망'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신데렐라에게 질투를, 인어공주에게 사랑의 일침을, 알라딘에게 절제의 충고를, 엄지공주에게 단호하게 거부하라는 외침을, 새왕비를 반격할 수 있는 용기를, 그만 진실을 보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동화 속 주인공들에게 투영됩니다. 그러면서 내 삶의 문제들을 객관화하게 되는 것이지요. 내 안의 욕망과 마주할 용기가 생겨납니다.
깊은 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뒤를 돌아봅니다. 동화를 뒤집어 어른의 시각으로 다시 본다는 것은 동심을 파괴하는 것도, 씁쓸한 살캐즘을 토로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들의 욕망을 통해 '나'를 바로 규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는 그림과 글의 힘.
이 책에서 느껴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