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 이렇게 귀엽게 늙으면 좋겠어
최승연 지음 / 더블:엔 / 2023년 9월
평점 :

'나를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기소개의 질문을 하나의 부분이 이루어 전체를 이루는 구성물처럼 소개하는 작가의 매력이 담긴 에세이집이다.
스스로를 '이방인'이라 규정하고 세계를 떠돌며 글을 쓰고, 그리고, 사진을 찍는 멋진 옐로우덕의 정체는 바로 최승연작가.
팬데믹으로 인해 네덜란드에 강제(?) 거주하고 있는 그녀는 부모의 자격으로 가디언 비자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엄마로서의 자격을 입증하라'는 질문을 받아 고민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살면서 이런 질문을 받을 이유도 없을 뿐더러 이를 판단할 자격을 갖춘 사람은 오직 내 아이밖에 없다는 말에 공감했다.

이방인.
어디서든 자신이 설 '자리'를 마련하려고 끊임없이 투쟁하는 것이 생이라고 하지만, 저자는 여행자의 시각으로 욕심없이 '애쓴' 자신의 삶을 관조한다.
오만하고 콧대높은 네덜란드인의 매우 직설적인 화법이 한국 문화의 빈말, 떠보기식 화법과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남편 카밀과의 대화를 통해 솔직함과 예의, 배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또한 며느리에 대한 기대가 1도 없는,^^ 깔끔한 시댁 문화가 얼마나 부럽든지! 솔직한 직설 화법이라 해두고, 타인의 생각은 눈꼽만큼도 고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평가 화법만 견뎌낼 수 있다면 명절 동안 급증하는 이혼율이 해결되려나 흥미롭게 읽은 부분도 많다.
그럼에도 생일 노래에 담긴 인종차별, 문화적 다양성, 도시의 특수성, 감화 등 한 사람의 경험이 타인에게 공감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것이 흥미롭다.

그녀의 시각에서 바라본 포르투칼의 리스본과 제1로 픽한 쿠알라룸푸르를 가보고 싶다고 공감하며 도시 한 켠에 자리잡고 앉아 마커펜과 색연필을 주섬주섬 꺼내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한다.
지나간 과거와 추억을 그림과 사진을 실어서 글에 더하는 힘이 느껴지는 에세이다. 스스로 이방인을 자처하지만 육아에 대한 고민이나 스스로에 대한 반문하며 답하는 과정을 그려간다. 그녀의 가볍게 느껴지는 묵직한 질문이 내게로 와서 나의 정체성을 묻는 과정도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소망하게 된다.
이렇게 귀엽게 늙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바람대로 나또한 어떻게 늙더라도 그녀처럼 귀엽게 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휴일에 읽기 좋은 유쾌발랄한 에세이.
현타에 답하기 위해 다시 쓸 결심을 한 저자 한승연의 바람같은 에세이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