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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엔 보관가게
오야마 준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장을 덮고는 여운이 한참 남아 이 뒷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보관가게에 가보고 싶어집니다. 아시타마치 콘페이토 상점가 끄트머리에 있는 100엔 보관가게말이예요.
주인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고양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오르골은?
이 이야기는 따뜻하고 일상적인, 그러나 평온함 속에 숨겨져있는 가슴떨림을 느낄수 있는 이야기들의 연속입니다.
젊은 주인이 기다림을 일로 삼아 보관가게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 시작은.... 정말 뜻하지 않게 급작스러웠지만
하루에 보관료 100엔으로 이 가게엔 무엇이든 누구든 언제까지고 보관할수 있습니다.
물론 미리 찾으러 온다고 해도 나머지 돈을 돌려드리지 않고 정해진 기한이 지나면 주인이 처분하게됩니다.
이 젊고 아름다운 청년은 ... 앞이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굉장히 기억력이 좋아서 목소리를 한번만듣고도 다음 방문할때 이름을 맞춥니다.
보관가게에는 변하지 않는 풍경이 있고, 그 풍경속에서 살아가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가게 앞에는 '사토우(설탕)' 이라고 적혀진 천- 포렴이 있고 가게 안에는 유리진열장이 있어요.
3대째 이 가게가 이어져 오고 있지만, 보관가게가 되었어도 문앞에 '사토우' 라는 글자는 그대로 있어서
보관가게 이름이 '사토우' 라고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주인은 포렴에 무엇이 적혀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이미 너무 어릴때 눈이 안보이게 되었거든요.
에피소드마다 들려주는 화자는
포렴이 되었다가, 이 가게에 오게된 자전거가 되었다가, 유리장이 되었다가, 고양이가 되었다가..
주인의 모습을 관찰하고 함께 가족처럼 지내고 있는 이들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포렴은 주인을 좋아하는 성별이 여자의 마음을 지녔고
진열장은 잘난척하고 불만이 많은 남자의 마음을 지녔어요
멋지게 태어난 물빛 자전거는 주인의 손에 맡겨져 결국은 ...
그리고 주인의 손바닥에서 태어난 고양이도 여자아이예요.
주인은 앞이 보이지 않아서 색깔도 성별도 몰라서 속상합니다.
자긴 여자아이인데 사장님이라는 남자같은 이름을 붙여줬거든요.
이쁜 이름이 좋은데...
하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은 주인 인격의 일부예요
언제나 온화하고 기다림을 끈기있게 잘 하는 남자
점자책을 읽는 모습이 아름다운 남자.
보관가게 주인이예요
어떤 슬픈마음을 갖고 어떤 괴로운 마음을 갖고 어떤 물건을 갖고 오던
이름과 보관 기한, 그리고 맡기는 가격 외에는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풀어놓고 싶은 손님에게는 방석을 내밀어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지요.
이미 어릴때 많은걸 잃어버린 남자.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러도 그때 그 자리에 보관가게는 계속 되고 있었어요.
어느날... 비누향이 나는 여인이 보관가게에 들어오게 됩니다.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고 남자던 여자던 감정의 변화가 없던 주인이
수다를 떨고 얼굴이 빨개지네요..
그런데 그 여자는 6월3일에 결혼한데요..
첫사랑 시작과 동시에 실연.
지금 이 이야기들이 하루 100엔 보관가게에서 일어나는 일들 입니다.
이 책은 감정적인 책이예요
이야기가 시작되면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야해요.
앞이 안보이는 주인의 맘속 풍경처럼 우리도 똑같이 풍경을 그려넣어
공기의 흐름과 바람, 그리고 냄새부터 분위기로 많은걸 상상하고 떠올립니다.
이야기들이 너무 따뜻하고 소중해서 좋았지만 그중에 가장 두근거리면서 읽은건
마지막 이야기예요.
세상에!
이 책을 보다가 아~ 지루해~ 라거나 아~ 심심하네 역시 일본문학은 좀 그렇지~ 라는 분들은
꼭! 마지막까지 보셔야해요!!!!
말로뭐라 표현할수 없는 하루100엔 보관가게.
작가인 오야마 준코의 작품을 이것으로 처음 맛보았는데
팬이되어버린것 같아요.
너무 좋습니다. 제 마음도 위로받고 오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