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콜렉터 30
아르노 슈트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사방 몇 센티미터 앞이 모두 벽이었다. 공기는 탁하고 눅눅한 맛이 났다. 그 와중에 머리를 받친 베개는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고 폭신했다. 조심스러게 손을 끌어올려 벽을 더듬다가, 몸이 심하게 떨려 말을 듣지 않는 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벽을 몇번 세게 눌렀다.

벽은 단단했고 표면은 매끈했다. 마치 공단이나 실크를 댄 것처럼. 머리 위쪽 벽에도 같은 직물이 대어져 있었다.

이건.... 마치...... . 심장이 쿵쿵 뛰었다. 맥박이 점점 더 빨라졌다. 숨이 멎을 듯했다.

마치 관 속에 있는 것 같잖아.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꼼짝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정적, 죽음 같은 정적.

"안 돼." 에바는 속삭이듯 말했다.

"절대 안 돼. 이건 아니야."

관. 그녀는 관 속에 누워 있었다.

"안 돼!"



초반부터 호흡을 훅 끌어당겨 들이마시며 몰입하게 만드는 이 작품은 아르노 슈트로벨의 [관] 이다.

주인공은 "관"에서 깨어나 공포감에 몸서리치지만 더욱 소름끼치는 것은 자신이 그곳에 어떻게 들어가게되었는지

기억에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자신은 분명 자신의 방에서 잠에 들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관 속이었고, 공포에 사로잡혀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다가

의식을 잃는다. 그리고 깨어난곳은 자신의 방.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기억에 없다. 이건 꿈이다. 현실같은 꿈..

온몸이 아프다. 깨어나서 살펴보니 자신의 몸 여기저기 멍들고 상처가 나있다.

뭐지? 꿈이었는데... 왜 이런 상처가 나한테 생긴거지?

그녀는 두렵다. 가끔 기억과 시간에 틈이 생겨 누구에게도 ..자신에게조차도 설명하지 못하는 그 것 때문인것같다.

몽유병이 아닐까?


다음날 관속에 든 여자의 시신이 발견 된다.

산채로 매장되어 벗어나려고 사력을 다한 흔적이 관의 내부 벽과 빠진 손톱. 뼈가 드러난 손가락에 보인다.


신문을 보고 피해자의 신분을 알게 된 에바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바로 자신의 배다른 자매였던 잉에의 시신이었다.

자신이 관속에 갖힌 꿈을 꾼 다음날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당한 여동생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사건이 기괴하고 엽기적인 사건이었기에 긴급하게 수사대가 편성되고 베른트라는 전근한지 9개월 되는 경감이 사건을 맡게 된다.

상당한 재력가였던 피해자. 그녀의 아버지는 알려진 기업가였고, 그 회사는 에바에게 상속되었지만 그녀는 회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아버지의 친구에게 전적으로 의지하여 맡기고 있다.


재산을 노린 살인인지. 원한관계인지... 

탐문 수사를 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고, 에바와 잉에의 주변인물들이 용의자로 떠오른다.

잉에가 죽음으로써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게 되는 남편. 에바의 회사를 노리는 아버지의 친구의 아들. 그리고... 파고들수록  

에바의 주변인물들이 수상하다. 그들이 속이고 감추고 있는게 분명 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점점 그 집안에 감춰진 비밀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에바는 뭘 감추고 있는 것일까.


살인사건이 또 한 차례 일어나고, 에바에게 의문의 메세지가 도착한다.

과연 범인은?





이 작품은 굉장히 흡인력있고 명쾌하다. 주인공이 하도 답답하게 굴어서 빠른 전개..... 라고는 할수 없지만 책을 잡으면 책장을 넘기는걸 멈출수 없을 정도로 재밌고 몰입도가 크다. 독일 심리스릴러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심리묘사가 탁월하고 감정전달능력도 뛰어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난 뒤에 살짝 아쉬운것은 ..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을 좀 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추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결과가 약간 뻔하다고나 할까...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우선, 중간에 힌트가 너무 컸다. 그게 반전으로 이어져서 뒷통수 칠만한 일이어야하는데

이미 설마~ 그건 아니겠지~ 하던게 그냥 그거였다. 전반과 중반까지의 박진감에 비해 끝이 좀 싱거운 느낌.

그리고 사건을 풀어나가는 경감 베른트의 숨겨진 이야기가 더 자세히 나올줄 알았는데, 뭔가 말하다 만듯 흐지부지 마무리를 지어서

아... 좀 아쉽다. 주인공이 에바와 베른트인데 둘다 주연급 조연이 된 느낌?

결과적으로 확실하게 사건설명에 대한 명료한 답변도 있고. 말끔하지만.

뭐랄까... 미스터리 스릴러 라기엔 너무 깔끔하고 명료한 작품이랄까?

책 디자인부터 번역까지 너무 맘에 들지만 작품 자체가 살짝 아쉬운 스토리라 별 넷! ㅎㅎ



자세히 얘기를 하자면 스포일러가 될것 같아서 말을 아끼기로 한다.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는 소름끼치는 광기의 싹이 잠자고 있다. 자신이 가진 밝은 힘을 모두 쏟아 그것이 깨어나지 않게 노력하라"


아르노 슈트로벨의 작품을 처음 접했는데 다음 작품 [스크립트]가 기대된다.

1년에 한권씩 모두 9권의 스릴러를 써냈다니, 차근차근 번역본을 기다려보는 재미가 있을듯 싶다.


마지막으로 책에 실린 공감가는 독자의 한마디! ㅎㅎ


그의 글은 단단하고, 곧고, 빈틈없고, 쉽다. 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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