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반은 드셨수 한복선 음식 시집 2
한복선 지음 / 에르디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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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티비에서만 보아오던 궁중 음식 전문가 한복선님.

세월이 지나면서 한 동안 잊고 있었는데 요즘 즐겨보고 있는 요리 프로그램에서 한복선님이 대가로 나오셨다.

사이에 자신이 그리고 썼다며 책 이야기를 하시는데

책에 한창 빠져있는 나라서 더욱 관심이 가서 바로 검색해서 북카트에 넣었던 기억이 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2권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받아보게 되었는데

아~ 책이 정말 아름답다. 시집답게 아기자기하고, 표지부터 고풍적이며 회화적이다.

사진만 봐도 알겠지만 한자어와 고어가 꽤 있어서 모르는 단어도 있지만

시와 마음을 이해하는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식재료부터 가족.. 임금님 수랏상..그릇...음식... 전통... 역사의 그늘...

모든것이 시와 함께 담겨있다.




언니를 끼고 나를 업고 우마차에 태우기도 하며 자전거를 뒤 따라 뒤어가며 논바닥에 흩어진 솜이불 뜯어

기저귀를 갈아주며 숟갈만 차고 있으면 굶지는 않는다는 절규 그 전쟁통

안나오는 어머니의 젖줄을 빨아 대던 나 얼마간 어머닌 밤이면 눈이 안 보이셨단다

사람을 살리는 어머니의 젖은 어디서 샘솟았나

뽀얀 물밥이 지금도 삼팔선을 흐르고 있다 (p17 - 물밥 中)


보는 내내 마음이 저릿하고 음식 속에 담겨진 뜻과 한... 그리고 슬픔... 설움... 그리움...  

이런것들이 맛난 음식을 먹으면 여러가지 맛이 느껴지듯

그렇게 녹아들어 내 가슴 속에 들어왔다.

정성들여 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만들고

그 속에 자신의 마음도 꾹꾹 얌념 삼아 넣는다.

 



쪽두리 쓴 새색시 물 아래 햇볕 받고 연하게 자라서 착하게 봄날에 시집간다

파랗게 상큼히 데친 미나리

황백지단 편육 빨간 고추로 오색 쪽두리 눈물을 돌돌 돌린다

봄비는 친정에 지난해 또 지난해에도 다녀왔는데 나도 친정집에 가고 싶다

미나리강회 옆에 시고 매운 윤집 시집 밥상에 올린다 (p42- 미나리 강회)



그렇게 세월은 흘러흘러

음식은 간편해지고 재료보다는 자극적인 맛에 치중되고 있는 요즘

이렇게 내가 알지 못한 음식들과 내가 먹어본 음식들에 대한 묘사를 보고 있자니

순간 허기가 져 온다.


엄마아빠가 엊그제 시골에 다녀오시면서

봄날의 입맛 돋우는 두릅을 잔뜩 따오셨다


살짝 데쳐 보들보들 향긋한 두릅을 초장에 찍어 먹으면

봄날의 만물이 소생하는 힘을 내가 다 야곰야곰 뺏어먹는 듯 기운이 난다.



오랜 시간동안 음식을 만드시면서 수천 수만가지 음식속에

살아온 역사와 그리운 추억, 그리고 소중한 마음을 담아

그렇게 우리가 잊고 있던 마음을 다시 깨닫게 해주시려고 만드신듯 하다


그림도 어찌나 멋진지....  그림의 크기가 조금더 컸으면 했다...

멋지신 분이다.

앞으로 또 계속 나올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엄마와 함께 보며 아~~이 시를 보니 오늘은 설렁탕이 먹고 싶다!

해먹을까~ 하며 웃음 지을수 있는 약간은 어렵지만 따뜻하고 고귀한 책이다.




시(詩) 속에 총명탕(聰明湯)


잘 잊어버리는 것을 치료하며

오래 복용하면 하루에 천 마디 말을 외울수 있다는 총명탕

지금은 깜깜한 새벽 가장 추운 절기 소한

창문 밖엔 매섭게 눈보라가 뿌옇게 날린다

내일을 모르는 혼돈의 머릿속

총명탕이 돌냄비에서 솔바람을 내며 끓고 있다

백복신 원지 석창포가 심장을 안녕 편하게 해주고

시원한 성질과 향기가 좋은 詩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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