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도 카페에서 책 읽고 싶어 - 책 읽는 할머니의 명랑한 독서 노트
심혜경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딱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아직은 안경없이 책을 읽지만 곧 안경끼고 초점이 안맞아서 고개를 기웃기웃 책이 왔디갔다 하면서 읽어야겠지..?

그래도 내가 책 읽는 즐거움을 포기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자 심혜경님은 보통 평범한 독자는 아니다.

17년차 번역가이며,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27년간 서울시 공공도서관 사서로 일했고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를 공부하며 국어국문학, 상담교육학을 전공할 정도로 채우고 채우며 책을 쓰신 분이다.

특유의 매력과 유쾌한 문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글쓰는 여성 작가들의 워너비 등의 별칭을 얻었다고 한다.

이 책은 58권의 책에서 발견한 멋진 문장들을 모아보았다. 그런데도 참 오묘한 말을 한다.

17년을 번역가로 살면서 책은 숱하게 접하고 읽고 파묻히기도 했을텐데 책이라는 낯선 세계를 유랑하는 기쁨이라고 표현했다. 책이 낯설다라…

아! 그리고 진짜 대단한 것은 이분은 오십 대 중반부터 대학원 공부와 번역가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 요즘 뭐를 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며 자연스레 아이들에게 내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기에 잠시 멈추다보니 나도 모르게 경단녀가 되어버렸다.

근데 꿈을 더 자유롭게 다양하게 꾸어도 되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나도 참 책이 좋다.

감히 꿈꾸기도 했고 지금도 막연한 꿈을 꾸고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를 위한 1인 출판말고 나의 책을 출판하고 그 책을 통해 공감해주고 이야기 나눠줄 독자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소망.

저자는 책에 대한 애정이 마르지 않는 샘물이었고 세상의 번잡함 속에서도 늘 책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 한다. 그냥 이말에 위안을 받는다.

어찌 나만 세상일이 버겁고 바쁘고 예상치 못한 일에 막막하고 아쉬울까.

결혼하고 두 아이를 키우며 부모가 되어보았고 아직 갈길이 구만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참 부모가 될 수 있어 감사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래서 웃기도 많이 웃었으니 또 마음 아픈 일들이 찾아오기도 할테다.

그러니 이 순간도 나 역시 저자처럼 책과 함께 덤덤히 잔잔히 넘어가보고자 다독여본다.

이 책은 필사 책은 아니지만 저자가 생각의 근육이 천천히 깨어날 때 독자에게 스스로 문장을 따라 써 내려갈 수 있도록 넉넉히 여백도 마련했다.

때로는 책이라는 것은 1:1로 나와의 온전한 시간을 가지는 듯 하지만 생각보다 책은 읽으면 읽을 수록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정이다. 일단 작가가 있고 독자가 있기에 이미 둘이다. 그리고 누구나 공감해보았겠지만 읽고 좋으면 나누게 된다.

저자는 단순히 언어를 계속 공부한 이유는 원문으로 읽어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오랜 시간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그러다가 번역본이 나오면 바로 갈아탄다는 말에 웃음이 났다.

이미 저자가 쓴 프롤로그만 읽어 보아도 가득찬 에너지와 열정이 느껴졌다.

책은 총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명랑하고 멋진 할머니로 나이들고 싶어.

2장 불안한 것도 외로운 것도 인생이라면

3장 읽고 쓰며 궁금한게 많은 어른으로 산다는 것

제목만 휘리릭 읽어보아도 당장 펼처보고 싶은 책들이 참 많다. 그래서 1장부터 찬찬히 나아가보기로 했다.

나도 멋지고 명랑한 할머니가 되기를 꿈꾸며

그리고 조금은 더 멋지고 명랑한 할머니로 우리 곁에 있었으면 했던 이모를 기리며…


노인이라 해서 모두 노인홈에서 살아야 하나! 라는 페이지를 읽으면서 옆에 앉아 손주하고 다이소에서 산 찐득이를 천장에 붙이며 깔깔거리는 엄마에게 질문해 보았다. "엄마, 엄마가 생각하는 마지막은 어디에서 어떤 모습이야?"

엄마는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은 집에서 잠을 자다가 자는 듯이 가시는게 좋다고 하셨고 그 다음은 병원이지 않을까 라며 대답하셨다.

특히 한국에서는 일어나지 않은 그리고 그게 부정적인 일이라면 더더욱 부정탄다며 입에도 올리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기도 하고 특히 누군가가 죽은 후에 이야기를 잘 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 내가 죽을 때는, 죽는다면, 죽은 후에는 ...

10년 전 아빠가 사고로 갑자기 하루아침에 우리 곁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나는 하나의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 연락이 되어야 하는 사람이 전화를 연속으로 3번까지 받지 않는다면 그때부터는 불안이 급속도로 증가하여 일상생활을 흔들어 버린다. 사실 2번부터 불안은 시작된다. 하지만 꾹꾹 누르고 눌러 애서 태연한 척을 하려 하지만 3번부터는 겉잡을 수 없는 흔들림이 시작된다.

그런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이런 경험이 있으면 일상을 더 소중히 하고 언젠가 나누지 못할 우리의 일상이 될지도 모르는 경각심을 가지고 더 소중히 살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고 무뎌지면.. 사실 그만큼 항상 긴장을 하며 살아가지 못한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런 아픔이 있은 후로는 남은 가족은 더 끈끈하게 애착이 형성되었고 그리고 그 사이 내가 결혼하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식이 없는 이모에게는 내가 자식이며 아이들이 하나밖에 없는 손주들이 되며 우리 일상은 참 따뜻했고 별일 아닌 일에도 아이들로 인해서 웃게 되었고 그리고 자주 밥을 먹었고 만나서 산책하고 놀이터를 나가게 되었다.

그런 우리에게 또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생겼고 갑자기 이모가 아이들에게는 이모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떠난 일이 생겼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이야기 하는 나이들어감, 죽음, 노인 등 어떻게 보면 조금 슬프고 우울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저자 특유의 에너지와 밝음 그리고 명랑함으로 풀어내는 이야기가 아.. 저자가 말하는 이야기를 이모와 조금 나눌 수 있었더라면. 하고 아쉬움을 갖기도 했다. 그래서 엄마와는 그런 이야기를 꽁꽁 감추고 숨기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물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노인이 되었을 때, 죽음에 가까워 졌을 때의 이야기를 더 구체적으로 자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열심히 했던 이 모든 일이 죽음을 준비하기 위함이었음을.

죽음은 우리를 삶에서 뗴어 놓는 게 아니라 삶 속에 섞어 넣는 것.

37P

저자가 말하는 몽테뉴의 <에세>는 밑줄을 긋거나 포스트잇으로 가둬 놓고 싶은 문장이 천지빼까리 라는 말이 꼭 구매해서 보아야 겠다고 결심했다.

'죽음'이 삶의 목적은 아니지만 삶을 생각하는 한 방법이라는 것.

그래, 우리 모두 죽음에 가까워 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기에 단지 헤어짐으로 슬퍼하고 덮어두기 보다는.. 오히려 가볍게 산책하면서 더 자주 나누며, 그래서 나중에 우리 곁에 사랑하는 이가 없는 그 순간이 오더라도 자주 나눴던 일상을 그리고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서 기억하도 애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미 한번의 경험으로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었을 듯 했지만 소중한 이모와 충분한 대화를 하지 못함을 또 한번 후회하며 나는 그렇게 아쉬워한다.

저자는 너무 좋은 책들을 잘 소개해 준다. 그런데 이 책이 또 유독 빛날 수 있는 이유는 저자의 생각 두어 스푼을 가득 얹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이란 저자의 생각을 알 수 있고 연대할 수 있기에 좋은데 그런 책을 통해 또 다른 이들의 생각을 함께 공유하고 나눌 수 있다면 그것 만큼 최고는 없겠다.

이 책이 좋은 책들을 좋은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10대나 20대는 읽어도 크게 공감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가 40대를 바라보거나 혹은 나처럼 갑자기 소중한 이의 부재를 겪어 힘들어 한다면 꼭 한번 읽어보았음 좋겠다.

생각보다 나이들어감이 그리고 누군가의 부재가 우리 삶에 멀리 있지 않고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과 그리고 누구나 겪고 싶지 않아도 겪게 되는 일이기에 오히려 더 잘 알고 준비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최선이지 않을까.

리뷰를 쓰며 쓰고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봇물처럼 터져서 리뷰를 쓰며 힘들었다.

그래서 조금은 리뷰를 빨리 마치고 나만의 이야기를 일기장에 써내려가고 싶었다. 그만큼 명랑한 할머니가 썼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꼭꼭 보관하고 기억하고 다시 곱씹고 싶은 그런 책이라 매우 추천하는 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