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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봄이 다시 오려나 보다
나태주 지음, 박현정(포노멀)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0월
평점 :

워낙 나태주 시인은 따뜻하고 소박한 시어로 유명하시다. 나 역시 광화문 전광판에서 풀꽃 시구를 보고 어쩜 저렇게 말을 예쁘게 쓸까 하고 감탄했었다.
말은 쓸줄 알고 읽을 줄 안다고 잘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도구일 뿐이다.
내 안에 담긴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천지차이로 달라지는 듯 하다.
그래서 변화도 많고 불안도 높고 경제적 불안, 바로 옆에서 느껴지거나 보이지 않지만 기근, 전쟁 등과 같은 많은 부분들이 마음을 언제나 뒤흔드는 느낌이다.
이렇게 가도 될까.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도 괜찮을까. 나는 이 와중에서도 지켜야 할 것은 많아지는데 지킬 능력은 충분할까. 질문에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사실 위안을 얻거나 스스로 자신감을 얻을 수는 없다. 더 작아만질 뿐이다.
나태주 시인의 다정한 시 151편이 새로 출간되었다는 마음에 너무 반가웠다.
나태주 시인은 '자세이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라는 시 <풀꽃>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얻었고 그래서 '풀꽃 시인'이라는 이름도 얻었다고 한다. 1971년 <서울신문>신문문예로 등단한 이래 50여권의 창작 시집을 펴냈고 한국시인협회장과 공주 문화원 원장을 지냈다. 현재 공주에는 그의 이름을 딴 나태주 풀꽃문학관이 개관되어 있다. 조금 더 아이들이 크면 꼭 가봐야할 곳으로 저장해 두었다.
본 시집의 큰 매력은 일러스트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을 그린이는 박현정(포노멀)님이고 생각을 그리는 일러스트라고 소개한다. 네이버, 삼성전자, 신한금융그룹 등 여러 기업과 협업하고 다수의 책 표지 일러스트를 그리는 등 다양한 작업을 했다.
어제 아시는 분의 장례식장을 다녀오면서 마지막이라는 시간을 생각 해보았다.
내가 열심히 글을 쓰는 이유도 잘 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나중에 우리에게 헤어짐이 찾아왔을 때 남은 아이들에게 나를 추억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남겨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이미 걸어온 길에 대해서 따뜻하게 도란도란 이야기 해주는 듯한 시들이 하나같이 위안이 되고 안심이 되었던 듯 하다.
잠시, 이 시집은 초라하고 작은 시집이지만 그 눈부신 대로 눈물겨운 나의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주고받은 마음의 조각, 그 흔적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시집이다.다시 한번 내가 살아온 세상, 내가 만난 사람들, 내가 스쳐온 나의 길에 감사하는 심정이다.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는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 말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노력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서 겪은 경험을 글에 녹인다는 것은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글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대단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비록 저자는 '초라한 작은 시집'이라 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읽는 이마다 또 같은 사람이라도 읽는 시점마다 다르게 다가오며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짧은 글을 읽고 긴 여운을 느끼기에도 참 좋다.
추워지는 이 시점에서 가을을 보내는 아쉬움에 시를 읽으며 또 다가올 봄을 준비해보면 어떨까.
시집은 총 다섯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그대는 봄, 겨울이라도 봄
하늘의 별에게 길이 있듯이
천천히 아내 이름을 길게 불러보고 싶다
마음만은 그 자리 나란히 세워두기로
좋은 사람 한 사람 찾아온 날에
제목만 읽어서는 사실 어떤 시들이 담겨있는지 추측이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한 시를 고르라면 "그대"가 가장 따뜻하고 좋았다.

때문이라는 말이 이럴 때는 듣기 참 좋았다.

우리 모두 나이에 상관 없이 예쁘다고 사랑스럽다고 느껴져서 매일 피는 꽃이되길 바란다. 나역시 그런 마음으로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매일 축복해주고 싶다.
"서로의 부탁" 시도 참 좋았다.
당당하게 예쁘게 거침없이
좋다!
하지만 당당하게 예쁘게 거침없이
그걸 조금만 줄이면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그렇다. 너무 잘하려고만 너무 예쁘려고만 너무 거침없이 나아가려고만 하지 않아도 그렇게 하려고 하면서 스트레스 받고 섭섭하고 아쉽고 힘들고 외로울 것이
줄면 오히려 그게 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당신이 읽으면 어떤 또 다른 이야기가 탄생할지 정말 궁금하다.
그게 또 책 쓰는 이의 기대와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기가 쓴 책으로 인해서 또 다른 인생이 한꺼풀이 벗겨지기도.
머물렀던 상처가 새살로 돗아나기도.
꽁꽁 싸매고만 있었던 아픔이 풀어지면서 작아지기도..
이 책이 그런 책이 될 것이다.
그래서 너무 힘들다면. 너무 외롭다면.
그리고 조금 쉬고 싶다면. 충전이 필요하다면.
고민 없이 이 책을 들어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