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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은 다 그래 ㅣ 제제의 그림책
구삼영 지음 / 제제의숲 / 2025년 8월
평점 :

제목을 보고 내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뜨끔했던 동화책이다. 다행히도 아이가 읽고 나서는 "엄마는 이정도는 아니야" 라고 말해줘서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정이찬이라는 남자 아이이다.

이찬이는 엄마에게 혼이 나서 속이 상한 채로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혼이 난 이유는 설명하다 보니 흡사 내가 우리 큰애에게 하는 이야기와 너무 비슷했다.
먹으면서 집중 안해서 혼내, 물 엎질러서 혼내, 뒷정리를 안해서 혼내, 오줌 조준 잘 못해서 혼내, 밥 먹기 전에 군것질 하고 싶다고 징징대서 혼내...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진짜 혼내기만 하는 엄마인 듯 하다.
엄마가 된 후로는 너무 너무 잘 하고 싶고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다가 현실과는 너무 먼 내 모습을 보며 좌절하는 시간이 반복되는 듯 하다. 그러다가도 아이들이 주는 미소 한번에,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에, 고사리같은 손으로 어깨를 토닥여주는 그 울림에 불끈 솟아오르는 힘으로 못하는 칼질을 열정적으로 하기도 한다.
포인트들은 다를 수 있지만 우리 엄마들의 모습이 다 그러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 동화는 아이들보다는 엄마를 위해서 만든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쓰고 그린 저자는 구삼영선생님으로 관계에 관심이 많고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조용히 감정의 울림을 전할 수 있길 바라며 그림책을 만든다고 한다. 이 책을 아이와 읽어보니 진심을 잘 표현하는 것은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표현을 잘하려 해봐도 여전히 어려운 것이 잘 표현하는 것같다. 분명 책을 읽거나 영화에서 좋은 구절이나 장면이 있어서 아이나 남편에게 전달하려 했을 때 내가 바로 느꼈던 그 감정, 감동을 전달하려 하다 스스로 김이 빠진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독자들을 격려한다. 진심은 서로에게 전해진다고.
진심을 잘 전달하려고 노력하기만해도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전달될 것이다. 동화 뒷부분에는 엄마의 엄마, 이찬이의 외할머니가 등장한다. 그리고 엄마도 역시 엄마에게 혼이 난다. 그런 엄마를 토닥이며 위로하는 이찬이의 모습이 참 귀여웠다.
괜히 아이들이 올 시간만 되면 분주해지는게 엄마 맘이다.
반찬이라도 하나 해 놓으면 그렇게 든든하고 밥이라도 수월하게 잘 먹으면 왠지 저녁시간이 한가해지는 것 같다. 오늘도 너무 잘하려는 욕심을 좀 내려놓고 조금만 더 이 시간을 즐기면서 즐겁게 마주보고 웃어보자고 내 스스로에게 다독여본다.
종종거리며 바쁜 엄마 보다는 그래도 한번 더 보고 웃어주고 안아주는 엄마가 되어보길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