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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 꾸준히, 천천히, 묵묵히 삶을 키우는 나무의 지혜
리즈 마빈 지음, 애니 데이비드슨 그림, 박은진 옮김 / 아멜리에북스 / 2025년 8월
평점 :

꾸준히,천천히,묵묵히 삶을 키우는 나무의 지혜.
글을 쓴 리즈마빈은 편집자이자 작가이다. 역사, 스포츠, 음악,여행, 인문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고 저서로는<동물들의 비밀생활> 등이 있다. 혼란스러운 일상속에서 나무를 통해 영감을 받고 그 결과물이 이 책이라 한다.
그림을 그린 애니 데이비드슨은 여행, 숲과 선인장 정원, 대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이 책을 옮긴이는 박은진으로 오랜기간 영어를 가르치다 글밥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현재는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책을 딱 펼치니 나태주 시인의 추천사가 나와서 너무 놀라고 반가웠다. 나태주 시인은 사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쓰신 글을 보면 너무 잔잔하고 따뜻하고 무엇보다 딸인 나민애 교수님은 통쾌하고 재미있어서 그냥 이 부녀로 인해서 시가 좋아졌고 그래도 세상은 따뜻하구나 용기 얻었고, 이런 어른이 계셔서 든든하다고나 할까.
쨋든 나태주 시인이 추천한다니 빨리 책장을 넘기고 싶었는데 사실 담긴 글들이 너무 따뜻하고 아까워서 곱씹고 되새기고 그렇게 읽어 내려갔다.
그동안 내가 꿈꾸고 바라던 나무에 대한 안내가 이 책에 고스란히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삽화에다가 유익하면서 친절한 설명이 나와 있어서 나무에 대한 초심자라 해도 상세히 배우고 익히고 가까이 하기 충분한 장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태주 시인은 도시의 현대인들이 고달픈 건 꽃과 시와 나무를 멀리해서 라고 말한다. 젊을 때 일수록 나무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배운다면, 일찍 마음과 영혼이 맑아지고 여유로워지며 인생 자체의 방향이 바뀔 것이라고 말하며 동시에 이 책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만큼 좋은 책이라고 추천한다.
어린 두 아이를 육아 하면서 올 여름에는 너무나 좋아하는 수국을 집에서도 키워보는 용기를 내 보았다.
날이 덥고 아이들 방학과 동시에 에너지가 고갈 되다 보니 역시 수국이 제일 마지막이 되면서 방치되다 보니 뜨거운 태양에 잎이 타버리고 꽃이 시들어버렸다.
시든 꽃대를 자르면서 파릇파릇 올라오는 새 잎이 얼마나 고맙고 다행인지 몰랐다. 다시 한번 나에게 주어지는 기회 같아서 말이다.

물 안준다고 팍! 화내고 토라지지 않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 책에는 들어본 익숙한 나무도 나오고 맹그로브, 피크난드라 아쿠미나타, 쿠타페루카나무, 아라투카리아 콜룸나리스같이 처음 들어보는 나무도 등장한다.
나무를 소개할 때는 저자가 말하고 싶은 주제가 함께 소개된다. 연결이 빚어낸 힘은 사시나무, 언제나 대안을 준비할 것에는 가시자두나무, 멀리 내다보기에는 맹그로브 등 모든 나무들에게는 주제가 함께 짝지어 소개된다.
나는 항상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나무의 어떤 모습에 그런 생각을 한걸까 자문하면 구체적인 단어나 문장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못한 채 그냥 닮고싶다 막연하게 생각했나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는 나무를 닮고 싶은 구체적인 이유를 생각해보고 가능하다면 나무 하나도 꼽아보기로 했다.

책은 대략 60여개의 주제와 나무가 짝을 이루며 소개되어 있고 책은 매 페이지마다 나무의 그림이 실려 있어서 실제 사진이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사실 그림인게 더 정감가고 따뜻하다는 개인적인 소견이다. 나무의 외형보다는 안에 담긴 내면이 더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삶의 상처와 아픔을 어루만져줄 한 구절을 건져 올리기를, 그 문장이 지친 마음에 잔잔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 자, 이제 편안히 앉아 바람이 풍성한 잎사귀를 살랑이게 내버려두자. 그리고 나무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에 가만히 귀 기울여보자.
11p

시작은 작고 더디지만-단풍나무
단풍나무는 산속에서 자란다. 워낙 산에는 나무가 많으니깐 나무에게는 당연하고 편안한 장소라는 생각을 해왔다. 운동선수라고 따지면 홈그라운드 경기처럼 말이다.
하지만 산속은 삶의 속도가 더디고 겨울은 혹독하기 때문에 뿌리를 무리하게 내리거나 가지를 뻗으면 안된다고 한다. 나무 스스로도 자라면서 기다림의 미학을 온몸으로 새기며 천천히 자라나 찬란한 가을 빛을 물들이며 그야말로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우아한 자태를 뽐내게 된다고 한다.

진정으로 나답게-서어나무
어떠한 상황에도 온전히 내 모습을 지켜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 내 모습을 바꾸고 싶은 유혹에 흔들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나무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려고 소중한 엽록소를 낭비하는 법이 없다.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상장에 집중한다. 수수하고 눈에 띄지 않는 서어나무도 그렇다. 이 나무는 유달리 높이 자라지도 않고, 화려한 꽃을 피우지도 않으며, 맛있는 열매를 맺지도 않는다.
내 아이가 이런 뚝심이 있게 자라나길 바래본다. 서어나무처럼 나다운 것을 지켜내려면 무엇보다도 “나”를 잘아야 할테니 내가 누군지만 잘 아는 삶을 살아도 변화가 빠른 세상에서 덜 흔들리며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나만의 공간을 찾아서-오리나무
오리나무는 그 어떤 나무도 살기 힘든 습한 늪지 에서 살아간다. 그럴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뿌리 혹에 사는 박테리아에게 당분을 내어주고 박테리아는 물에 잠긴 토양에
부족한 영양분을 나무에게 돌려준다. 저자는 이런 오리나무를 통해서 누구에게나 통하는 성공 공식은 없다고 말한다. 즉 지금 당신이 그 자리에서 이룬 것은 그게 작든 크든 오롯이 당신이기에 가능했던 일들이다. 지금 내가 내 가족이 누리는 평범한 일상도 나의 노력과 헌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자부해보자!!
하긴 생각해보면 그 어떤 드라마에서 부러운 캐릭터를 하나씩 골라봐도 완벽하게 딱 맞는 그런 캐릭터들은 없더라. 뭔가 하나 두개씩은 아쉬운 것들이 있더라.
책 속에는 몰랐던 나무들도 있지만 알았지만 우리가 자세히 몰랐던 나무들의 살아가는 방식, 성격들을 볼 수 있어 참 알차다. 지금처럼 산들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날씨에 읽어도 제격이겠다. 내가 나무 같은 사람이 되길 바라면서 또 주변에 나에게 이런 나무 같은 사람을 생각해보며 고마운 마음을 전해보는 기회를 가져도 좋겠다. 자기 전에 아이들에게 한장씩 읽어주며 나무처럼 자라길 축복해줘도 참 좋겠다.
얇지만 책이 주는 영감은 결코 적지 않은 그런 풍성함을 느끼고 싶다면 적극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