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밖의 이름들 - 법 테두리 바깥의 정의를 찾아서
서혜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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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혜진은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다.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석박사를 졸업한 후 변호사를 하면서 법률 조력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에게 마음이 갔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사회적 발언권이 약한 젠더폭력 피해자, 아동, 청소년과 성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가정폭력, 아동학대 사건을 다수 맡아왔다. 지금도 법정 안팎에수 쉽게 지워지는 이들의 회복을 돕기 위해 지금도 변론을 계속 하고 있다. 그리고 법률 전문성을 사회적 약자 보호와 성평등 의식 확산에 쓰기 위해, 피해자 지원과 제도 개선에 힘써왔다.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공론화에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사건 기록이 아니다. 사람을 마주하는 태도,말하는 방식, 무엇보다 ‘듣는 윤리’에 대한 책이라고 유성호 법의학자는 말한다.

세상에서 보호받기 위해서는 피해받은 영향으로도 일상생활이 어렵고 삶을 영위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증거를 입증해야하는 어려움을 맞딱드린다면.. 과연 몇이나 그 증거를 찾아내서 증빙해서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을까. 그런 이들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저자의 태도와 눈빛과 말 한마디가 법이 닿는 거리와 방향을 바꾼다니 얼마나 멋지고 감사한 일인가. 아직 삶을 제대로 안다 할만큼 세상을 충분히 살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사회적 위치가 높을 수록 세상에서 존중받기 쉽고 보호받기 쉬운게 일반적이더라.

서혜진 변호사는 1년에 수백명의 피해자를 만났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많은 피해를 입는다는게 놀랍다는데 변호사를 만날일 없이 넘어가는 일상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피해자가 법정 안팎에서 겪는 침묵과 기다림,그리고 존엄을 되찾기 위한 분투를 나누기 위해 썼다고 한다. 바로 그게 우리 이야기이고 이 책이 피해자의 말에 법률과 제도가 응답하기까지의 거리감을 이해하고, 그 간극을 줄이는 일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한다. 여기에 등장한 이야기들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름,배경, 세부적인 내용도 생략하거나 변경했다고 한다. 전하고 싶은 것은 구체적인 사건의 진상이 아니라 말하지 못했던 감정과 존엄의 회복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침묵을 여는법

2부 존재를 증명하는 말들

3부 정의가 닿지 못한 자리에서

4부 서로를 지키는 말들로 구성되어 있다.

서혜진 변호사는 인권 변호사에 대해 확실하게 말한다. 변호사에 인권만 따로 세부적으로 변호하는 사람은 없다고. 변호사란 기본적으로 사람을 돕고 인권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잘못과 피해를 입었다는 것과는 별개로 누군가의 권리를 최대한으로 지켜내는것이 변호사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 인권을 지키려다 또 다른 사람의 인권에 가차없는 상처를 내기도 한다. 결국 모두가 인권변호사이지만 동시에 아무도 인권 변호사가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권변호사는 돈과 거리가 먼 존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변호사가 물질적 욕망과 완전히 분리된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반드시 그게 인권변호사로 분리되고 불리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본인은 피해자를 변호하는 변호사인것은 맞지만 인권 변호사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름없는 폭력들에 관하여

법은 굉장히 공권력이 있고 때로는 강압적이고 그리고 실행력도 강하다. 규칙이나 약속을 어기면 경고를 당하거나 혹은 도덕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법을 어기면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법도 사람이 만든 것이라 완벽하지 않다. 더욱이 요즘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이를 완벽하게 아우를수 있는 법적 테두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히 크나큰 피해와 중대한 범죄에 속한데도 불구하고 그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 사례들이 과거에도 많았고 현재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교제폭력이나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범죄등도 처음에는 경시된 사건들이 많았고 심각한 사건이 벌어지고 희생자들이 생기고 나서야 법률로 제정되기도 했다. 다소 느릴 수 있지만 이름없는 폭력들에 대해 법률이 다가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름없는 폭력에 당하는 희생자들이 없길 바란다.

책 앞에서도 저자가 말했지만 이 책은 읽으면 읽을 수록 사이다 같은 느낌은 없다. 오히려 말 그대로 고구마를 먹고 물도 마시지 못한 채 또 고구마를 먹는 느낌이었다.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자기 방어를 위해서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는데 이 사건을 보는 시각은 "키스 한번에 벙어리" 라는 기사가 난무했다. 이게 말이 되는가.

기가 찰 일은 19살 피해자가 여든을 앞둔 노인이 되서야 재심이 시작되었다는 말에 평생을 잘못된 판정 속에서 살아온 그 인생은 누가 보상해줄 것이며 내 스스로가 떳떳하다고 하더라도 세상에서 정의 내려준 색안경 속에서 더 사랑해주지 못한 내 자신은 얼마나 안탑깝고 애통한지.. 당사자가 아니면 누가 알까 싶었다. 그런 딸을 보는 부모의 마음이며 그런 부모에게 죄스러운 딸의 마음은 어떨까 싶었다.

지금도 틀렸지만 그때도 틀렸다.

누구나 법 앞에서 평등하다고 가르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누구나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말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지독하게 불평등한 현실을 반영한 말이다. 또는 법 앞에서 나도 평등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하고, 분명 그럴 거라 위안하기 위해 존재하는 말일 뿐이다.

101P

트리거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심장이 쫄깃쫄깃하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사건 중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사고로 아들이 사망했는데 날씨에 상관없이 그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사과를 받아내려하는 어머니가 나온다. 아들이 사망한 이후로 어머니의 일상은 그냥 무너졌다. 사과를 받아낸들 아들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어머니는 본인은 돌보지도 못한 채 사과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사건 끝에 사과를 받아내서 이제는 괜찮다는 말을 한다.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닌데, 우리는 사과가 어려운 시대를 살아간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데에 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법률 자문을 받는다. 그다음에야 사과한다.사과가 언제부터 법률 검토의 대상이었는가? 왜 사과를 법률적으로 해석하는가? 안타까운 세상이다.

207P

서혜진 변호사가 전하는 사건과 그 이야기를 읽다보니 보지 못한 부분을 보게 되었고 알지 못했던 법적 테두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법정 테두리 안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도 많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사회 곳곳에서는 이러한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서 자신을 소진해가며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명확하게 보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어려운 사람을 돌보고 돕는 모든 사람들이 회복할 수 없는 채로 소진되어지길 원하지 않는다. 함께 이어가고 일어서고 회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커지길 바란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변화에서도 사람이 중심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보호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런 사회적 시스템이 견고한 그런 곳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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