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즈버트가 빗물통 속으로 풍덩 ㅣ 발도르프 그림책 18
다니엘라 드레셔 지음, 한미경 옮김 / 하늘퍼블리싱 / 2025년 7월
평점 :


기즈버트가 빗물통속으로 풍덩은 발도르프그림책이다. 발도르프 교육관은 유아기 아이에게는 세상이 선하다는 것을 학령기 아동에게는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청소년기 아이들에게는 세상이 참되다는 것을 경험시켜주라는 철학을 실현하고자 한다.
글과 그림을 그린 다니엘라 드레셔는 뮌헨에서 태어나 미술치유를 공부한 후 수년간 미술 치료실을 운영했다. 현재는 40여권이 넘는 아동도서를 출간하고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도 사로잡는 작품들을 그리며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킨다.
이 소개를 보며 책을 훑어보는데 어떤 말인지 공감했다. 그져 책을 펼쳤을 뿐인데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지친 마음에 여유가 깃드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읽다 보니 이 책을 번역한 한미경 선생님의 노하우와 경력의 탄탄함이 느껴졌다. 번역서 이지만 결코 번역한 듯한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만큼 한국어를 읽어 내려가는 즐거움이 느껴져서 아이에게 읽어주는 내내 나 역시도 즐겁게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은 유아기 아이들에게도 읽어줄 수 있는 책이다. 노출시켜주면 언어발달에 도움이 되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이 있어서 집중력이 짧은 둘째도 제법 앉아 잠자리 독서에 집중하다가 자리를 뜨곤 했다.
이 이야기는 물받이 정령 기즈버트의 피리가 두동강이 나면서 울음과 동시에 시작된다. 날이 덥고 습해서 그런지 실제로 물이 쏟아붓는 듯한 생동감 넘치는 표현과 상큼한 그림이 더위를 잊게 해주는듯 했다.
인생이란 게 말이야, 축축해진 철 때문에 화를 내기엔 너무 짧긴 해.
나이 많은 고양이 문츠가 물통속에 빠진 후 느껴지는 축축함에 상황을 역전시키는 한 마디에 통쾌함도 느꼈고 뒤늦게 반성하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자리에서 말하는 여유가 좋았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런 여유를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항상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건 기어가기 시합이지,달리기 시합이 아니잖아,그렇지!
느린 달팽이 중에서도 더 느린 로잘리를 위로하며 하는 말인데 묘하게 무릎을 치면서 동감하게 된다. 매 순간이 경쟁인 삶에서 그래 좀 늦으면 어때.
한번 쯤 지면 어때. 결국 로잘리는 느림을 극복못하고 경주를 포기했다. 하지만 그런 로잘리에게 다음에 이기면 되지라고 격려하지 않는다. 그냥 그저 맛나는 순무를 먹지 않겠냐고 권유한다. 순무로 로잘리의 기분이 나아져서 너무 다행이었다.
읽는 내내 잔잔함에 미소지었고
다양한 숲속 친구들이 등장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아이가 잠든 후 책을 다시 짚어들고 이야기를 마칠 수 밖에 없었다.
작가 드레셔의 그림 형제 동화시리즈도 꼭 추천하고 싶다. 일전에 미자모에서도 서평 기회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총 1-4권까지로 구성된 그림형제의 가장 유명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남은 여름 방학동안 읽기에도 충분히 알찬 동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