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말을 걸 때 - 아트 스토리텔러와 함께하는 예술 인문학 산책
이수정 지음 / 리스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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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수정 선생님은 예술 전문 강연가이자 아트 스토리텔러이다. ‘빨리-많이-대충’ 감상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천천히 -깊게-대화하듯’ 그림을 바라보는 법을 전한다. 25년간 기업 교육 현장에서 강연가로 활동하며 ‘아름다움을 읽는 힘’을 전해왔다. 현재는 예술과 인문학을 결합한 ‘심미안 학교‘ 대표로 활동하며, 예술을 통해서 사람들이 자기 삶을 더 이해하고 단단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강연을 한다고 한다. 그림을 단순한 감상이 아닌 삶의 통찰로 이끄는 것이 그녀의 강연과 글쓰기의 핵심이다.

그림을 따라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이 여정을 ‘insight-t-travel’ 이라 이름 붙이고 여전히 그 과정의 중심에 서 있다. 이 책을 추천하는 글중에 한결같이 그림에 대해 지식이 풍부하고 잘 설명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많지만 이수정 작가의 장점은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를 전한다고 한다. 미술에 낯선 이에게는 강한 호기심과 흡입력을 미술 애호가에게는 깊은 공감을 전한다 하니 읽는 독자의 수준과 위치에 따라 다양한 경로의 여행이 가능할 듯 싶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있다.

1장 그림 속에 내가 있었다

2장 예술가의 상처와 삶을 견디는 그림들

3장 그림, 또 하나의 언어

4장 그림 너머의 모든 것

결혼 전부터 전시회 다닌 것을 좋아했다. 예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비교적 뮤지컬이나 연극이나 다른 공연보다는 접근하기도 용이하고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부담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나 둘 전시회를 다니다보니 사실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는 결제한 결제 내역이 다 인듯 했다. 그리고 어느 전시회를 다녀왔다가 고작 다 인듯했다. 그런 줄 알았는데 하나 둘 전시회가 쌓이다 보니 조금씩 내 안에서 연결이 되기도 하고 점차 익숙한 그림들이 늘어나기도 하니 저금한 돈에 이자가 붙는 듯한 뿌듯함도 들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다 보니 자연스레 멀어졌다. 나 혼자서는 훌훌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거리고 어린 아이 둘을 챙기다 보니 한번 전시회 다녀오고 나면 기진맥진해지거나 여운보다 피곤함이 더 많이 쌓인 듯한 고행이었다. 그래서 또 조금씩 멀어지다 보니 아쉬웠다. 그리고 그리워졌다.

그러다 "그림이 말을 걸 때"라는 책을 만났고 가장 가까운 집에서 이 책을 통해 서른 명의 화가들을 만나고 덤으로 이야기도 함께 들었다. 몰랐던 화가들도 있고 얼핏 알거나 혹은 익숙했지만 낯선 이야기들도 있었다. 저자도 책에서 밝힌다.

예술은 반드시 아름답지 않아도 된다. 있을 수 밖에 없는 불편함, 불만, 고통, 외로움 등 오히려 비율로 따지고 보면 인생의 8할이 이런 부정적인 것들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이끌어 가는 것은 이 속에서도 반드시 어둡게만 막을 내리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오히려 어둡다해서 덮기만 한다면 고여서 썩기만 할 뿐 나아지는 것은 없을테니 말이다. 이수정 선생님은 그림과 우리의 인생을 연결시켜 준다. 그래서 결코 멀지 않은 곳에, 아니 제일 가까운 곳에 그림이, 예술이 함께 공존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그로 인해 위로받고 공감받을 수 있게 길잡이가 되어준다.

예술은 삶을 인식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본질적인 도구이며, 우리에게 일상의 경계를 넘어선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인식과 사유의 지평을 넓혀준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예술이 지닌 역설적인 가치를 깨닫게 된다. 겉으로는 쓸모없어 보이지만, 실은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그 '쓸모없음의 쓸모'를 말이다.

24P

책을 읽으면서 미술작품이라 책 읽는 속도가 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저자 이수정 선생님은 이야기 꾼이다. 옆에 조근조근 이야기해주는 것 처럼 재미있는 이야기 속으로 풍덩 빠져들 수 있다.

귀스타브 쿠르베가 그린 상처입은 남자이다. 오른쪽 그림은 <전원에서의 낮잠>으로 쿠르베의 어깨에 기대고 있는 여인은 비르지니 비네이다. 이들은 10년 사실혼 관계였던 연인이었고 자유분방한 쿠르베는 비르지니와의 관계를 지키지 못하고 결국 떠난 이를 그리워 하며 <전원에서의 낮잠> 그림의 비르지니를 어두운 물감으로 지우고 자기 얼굴에는 거친 수염과 함께 상처입은 남자로 변신시킨 것이다.

당연히 다른 그림으로 보았을 그림들인데 이런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니 더 흥미롭고 쿠르베라는 화가가 다시 보이게 되고 친근해진다.

물론 나중에 쿠르베의 전시회를 가게 된다면 이 이야기는 기억 저편으로 가물가물하게 잊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님에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더 깊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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