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마감, 오늘도 씁니다 - 밑줄 긋는 시사 작가의 생계형 글쓰기
김현정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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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무작정 책이 좋아 쓰다보니 글쓰기가 어렵고 내 글이 맘에 안들고..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고..

그러다가 갑자기 대학 입시 때 말도 안되는 논술이라 부를 수도 없는 글이 생각나 허공에다 주먹질을 날리던 중.. 미자모 카페에서 서평 신청서가 떴다.

제목은 연중마감,오늘도 씁니다. 제목부터 살벌했다. 작게 축소하는건 아니지만..작으면 작을 수 있는 서평 마감도 가까워지면 때론 꿈도 꾸고 그러다가 해결해야 할 일들이 몰리거나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아이나 내가 아파버리면.. 그야말로 “돌아버릴 것“같은 상활이 펼쳐지는데 그걸 하루도 쉬지 않은 유명 방송의 연중마감이라니..그것도 일반 시청자가 보기에도 접근하기 어려운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손석희앵커와 20년의 세월이라니.. 심지어 생방송으로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원고를 마감한다니.. 김현정 작가의 소개글 첫줄부터 감탄을 연발했다.

10년동안 새벽 5시 반에 출근해 생방송 원고를 작성하다니.. KBS <뉴스9>에서 3년간 이소정 앵커랑 일했다니.. 사실 이소정 앵커는 잘 모르는 앵커이지만 뉴스의 꽃이라 불리우는 9시 뉴스의 위상은 잘 안다. 사실 서평을 신청 했을 때만해도 이런 화려한 이력이 있는 작가가 쓴 책인줄 몰랐다. 사실 화려한 이력 뒤에 보이지 않는 켭켭이 쌓아 온 시간들이 위대해 보였다. 그 시간 속에서 흘렸을 눈물과 삼킨 쓴 내공들이 정말 위대해 보였다. 권석천 칼럼니트의 추천사 말 속에 피식 웃었지만 가늠이 간다.

아, 그렇게 부러우면 당신도 김현정처럼 해볼 용의가 있느냐고? 아니오. 사양하겠습니다. 대신, 저는 시간 날 때마다 자세를 고쳐 앉아 이 책을 다시 읽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압니까? 닫혔던 저의 글쓰기 성장판이 열릴지.

6P 추천사 중에서

방송작가의 글을 손으로만 쓰는것이 아니란다. 두 발과 귀로, 입으로 또 가슴으로 써야한다고 한다. 이슈를 찾아서 출연자를 찾아내 방송에 출연하도록 만들어야 하고 그만 나온다는 고정 출연자의 마음을 돌리기도 하고 화면에 어떤 영상과 사진이 올라가면 좋을지, 글자 크기와 모양 하나하나를 조율하고 음악도 고른단다. 앵커의 동선과 움직임을 초 단위로 계산해서 문장의 숨을 다듬어야 한다고 한다. 육감을 모두 동원해야 하는 종합예술이 방송원고라고 말한다.

이렇게 소개한 저자의 글만 봐도.. 몸이 소스라친다.

아니 사실 따지고 보면 이렇게 중요하지 않고 세부적이지 않은 일들은 없다.

하지만 저자가 지내온 시간들이 몸이 소스라치게 대단한 것은 그 긴 시간들을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꿋꿋히 지켜내왔다는 용기와 담력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도망가고 싶은 순간을 넘어 꾸준히 달리다보면 글쓰기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된다고, 소중한 사람들과 한 걸음 한 걸음 힘주어 나아가면 문장 안에 나만의 냄새와 지문이 새겨질 것이라고..

15P

작가의 말을 평생 기억하고 싶었다. 내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우리 인생들 속에서 다들 분야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지만 도망가고 싶은 순간들은 항상 불시에 찾아오는 것 같다. 그럴 때 도망가지 않고 우직하게 넘어가다 보면 또 혼자가 아닌 주변의 소중한 이들과 함께 가다보면 그게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 쇼츠에 릴스를 보면서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끈기도 없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내가 어릴 때 어른들이 혀를 차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 큰일이라며..

그래서 나도 요즘 아이들이 좀 걱정 될 때도 있지만 빠르게 변화 속에 따라가기 버거운 현실이 내는 푸념이라 생각하고 나부터도 도망가고 싶은 순간들을 덤덤하게 넘어가보려 한다.

매일 방송하는 시사 프로그램의 경우, 작가의 하루 업무이다.

당일 생방송이 끝나자마자 다음 날 사용할 소재들을 뒤지고 제작 회의에서 통과되면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해 섭외에 들어가고 통화에 성공하면 '간'을 봐서 방송에 적합한 사람인지 판단해서 방송에 내보내도 된다는 확신이 들면 출연을 위한 설득을 하고 설득이 되면 사전 질문지를 작성해서 보내고 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글쓰기에 들어가고 질문지를 가다듬고 필요한 자료를 붙이고 앵커 멘트를 쓴다. 이게 하루 안에 벌어지는 가능한 일인가 싶다. 이걸 20년동안 해내며 살아왔다고.? 그런데도 글쓰기의 달인이 아닌 여전히 어렵고 이제 조금 알 것 같다고...

너무 겸손을 떠는거 아닌가 싶었다. 이정도면 그래도 어느정도 떵떵 거려도 되지 않을까 말이다.

저자는 글을 쓰기 위한 소재를 놓고 이렇게 조언한다. 책을 읽고 자료를 뒤져가며 저축하는 방법도 있지만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는 시선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이다. 사소 할 수 있지만 마음에 크게 와닿는 이야기는 오히려 매일 벌어지는 일상에서 찾기 쉬울 수 있다고..

원고료를 두고 작가실의 왕선배인 박금선 선배가 저자에게 했던 말인데 이 또한 오래오래 깊이 새겨두고 싶은 말이어서 적어본다.

“작가에게 주는 원고료는 글을 잘 써서 주는 대가가 아니라 겸손하게 잘 참았다고 주는 돈 이란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아무리 훌륭한 작가여도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글을 쓸 수 없다고 한다. 매일 퇴짜맞고 지적당하고 때론 혹독하게 평가받는다고 누군가는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읽고 글 쓴 사람의 마음은 생각하지 않고 비난하고. 때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시청률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지는 경우들.. 버티고 버텨야 할 일들이 겹겹이 쌓였는데 섣부른 자의식과 잘난 척은 스스로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해 두고 잔잔하게 따뜻하게 전달한 왕선배의 말이 참 의미 깊었다. 내가 쓴 글에 결함은 없었는지, 선배와 동료를 대한 태도에는 문제가 없는지, 무엇보다 잘 참아냈는지 먼저 돌아보면 좋겠다는 조언은 비단 저자에게만 필요한 인생의 조언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가 놓여진 그 어떤 상황에서 내가 한 행동은 결코 옳았는지,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되지 않았는지, 다시 한 번 같은 상황에 놓여도 똑 같은 선택을 할 것인지 말이다. 이유를 외부에서 찾기 전에 내 안에서 먼저 돌아보고 찾아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며 그런 겸손함은 단단한 자신감에서부터 온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한다.

작가의 글쓰기 비법은 신문 하나를 정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고 메모하라고 한다. 처음에는 하나를 골라 읽고 정독한 후 메모하는 습관까지 익숙해지면 관점이 다른 신문 하나를 더 추가해서 읽으라고 한다. 너무 바쁘면 문화면과 오피니언만이라도 읽으라고 추천한다. 그래서 고민만 하던 신문 구독 신청해보려 한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여러분은 무슨 신문 읽으세요?

책을 읽다보니 시간이 너무 후다닥 흘러갔다. 사실 글쓰기의 비법을 알고 싶어서 책을 펼쳤는데 글쓰기의 비법도 있었지만 인생 고수의 진짜 조언들이 담백하게 쓰여져 있어서 더 더 좋았다. 적어야 살아남는다는 생각을 했다면 글과 함께 때론 치열하게 때론 소소하게 흘러간 저자의 시간들을 읽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하고 싶었는데 미루어 왔던 것들,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 근데 해보고 싶은 것들이 새록새록 생겨난다. 봄이 고개를 빼꼼 내미는 이 시점에서, 다짐했는데 아직 실천 하지 못한 것들을 실제적으로 움직여 보면서 도전해보면 어떨까. 역시 내공은 어디서나 감추기 힘든가보다. 읽을 때마다 글이 참 맛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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