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 암, 도전, 진화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매혹적인 탐구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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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교수는 서울대학교 암병원 종양내과 전문의이자 임상교수이다. 많은 암환자들을 만나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통과 희망을 마주해왔다. 또한 임상시험과 암에 대한 중개연구를 하며 과학자로서 생명과 죽음의 의미를 공부해왔다.

사실 암병원 종양내과 전문의라 해서 이번이 첫번째 출판이겠거니 했는데 순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보령의사술필문학상 대상을 받은 수필가이자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저자는 열네살이라는 사춘기 소년일 때 암이라는 존재가 인생에 드리웠고 열일곱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그리고 명확히 기억이 나는 청소년기 시절에는 아버지의 투병생활로 인한 그림자가 항상 함께 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상황은 악화되었다. 죽음이 이리도 빨리 다가올 줄 모르고 무방비한 상태로 남은 가족들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은 채 아버지는 세상을 뜨셨고 생각보다 인심은 각박하고 금방 변했다. 삶과 죽음은 우리에게 그렇게 먼 존재는 아니었지만 고등학생 가장이 겪기에는 녹록치 않은 주제인건 확실히 맞았다. 그러면서 이미 십대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지냈다.

우리는 왜 죽는가.

사람은 왜 암으로 죽는가.

암은 도대체 어떤 병인가.

어떻게 암이라는 병이 생기는 것인가.

죽음이란 과연 무엇인가.

죽고 나면 어떻게 되는가.

12P.

하지만 이미 의사가 되고 수많은 죽음들 앞에서 희망과 실망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죽음으로 부터 교훈을 얻지 못했다 고백한다. 그만큼 죽음은 가깝지만 어렵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남은 사람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지 떠나는 이만큼은 홀가분한 듯 하면서도 죽은 이는 말이 없기에 그 이후가 어떤지 우리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저자가 암을 정복하고 싶었던 이유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의 폐암으로 인한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고 그것이 너무 고단했기에 억울함이 컸고 그런 질문들을 따라가다보니 결국 저자는 의사가 되었고 책 제목처럼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라는 말에 공감이 되는 스토리들이 흥미롭게 언급된다.

책 총 5부로 되어있다.

1부는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2부는 암을 향한 인류의 도전

3부는 죽음과 불멸의 두 얼굴, 암

4부는 반전

5부는 죽음 뒤집어보기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이미 암에 대해 많이 알고 죽음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많이 접한 의사로서의 느낌보다는 저자 역시도 처음이란 걸 경험한 적이 있다라는걸 확연히 보여는 레지던트의 삶부터 나온다. 그리고 전공의2년차가 되면서 혈액 종양내과로 선택하게 된 과정이 나오면서 나 역시도 죽음에 대해서 다시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나에게 죽음이란 사고와 질병이냐로 크게 나뉘어진다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 내려가다보니 질병으로 죽음에 가까워지는 그 모든 과정도 사람마다 너무 다양하다는게 오묘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심플한듯 심플하지 않고 어려운듯 또 어렵지 않은...

3장에서는 암이 인류와 함께 걸어온 시간에 대해 나온다. 불과 40년 전만해도 암치료가 지금과는 매우 달랐기 때문에 (물론 의학적인 면모에서 아는게 아니라 단지 암 투병을 지켜봤던 엄마의 말을 빌린 것이다.) 변화가 크다 생각했는데 사실 더 그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 보니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소독과 마취, 방사선의 흑과 백, 화학물질로 암을 치료하는 방법, 지금이야 너무 당연한 암치료법에 해당하지만 초반 화학물질로 암을 치료한다고 했을때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암과 함께 진화된 이야기, 진화 속에서 발전된 치료법이 언급되면서 내용이 부드럽고 쉬운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어려워서 진도가 안나가지도 않는다. 분명 단어나 내용이 쉽지 않은데 생각보다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게 신기할 정도이다. 그만큼 저자가 일반인을 상대로 암에 대해서 함께 나누고 설명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으리라 생각한다. 만약 아이가 의대를 지원하고자 한다면 선택하기 앞서 읽어보아도 좋을 듯 하다. 의대를 선택해도 전공을 무엇으로 선택할지는 큰 기로에 선 선택일테니 말이다.

가족 중 혹은 자신이 암투병을 하고 있다면 읽어보아도 좋을 듯하다. 치료를 받으며 의사에게 자세하게 설명받지 못하는 내용들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가 들어있고 치료법의 변화 과정을 알아도 분명 도움이 되겠다.(물론 암도 종류에 따라 치료법과 항암제가 다르겠지만 말이다.)

저자는 암과 함께 말하는 4가지 키워드는 유전자, 진화, 환경, 우연이라고 말한다. 또 암을 단순히 악으로만 표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는 암세포가 억울할 것이라고 말한다. 감정에 앞서서가 아니라 조금은 이성적으로 보았을 때 전환과 공존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고 말한다. 지금도 건강하게 살아있는 사람들도 쉽게 말하면 암세포와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암이라고 명명만 안된 것일뿐이다.

그래서 저자는 암에 걸린 것이 불행이 아니라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기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암은 변형된 내 자신이라고 말한다. 즉 만약 내 몸에서 암세포가 차지하는 비율이 커지더라도 그래서 의학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시작해야되는 시점이 오더라도 그것 역시 적이 아닌 나라고 받아들여보면 어떨까. 또 다른 나의 모습.

암을 적군처럼 박멸하겠다고 인식하면 암 정복은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마치 노화를 없애겠다는 시도만큼 무모하다고 말한다. 그러는 의미에서 암은 나를 파괴하는 질병이 아니라 한마디로 발전과 진화 속에서의 변화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조금 더 확장해서 보면 그러는 의미에서 삶과 죽음은 같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보니 이 말이 공감이 되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상극이지만 그리고 양극으로 끝과 끝 같지만 결국 이 둘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암에 대해 20년동안 연구한 과학자가 쓴 책인데도 팩트에 근거하고 있으면서도 철학적이기 까지하다. 이론과 감성이 복합적으로 채워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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