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롤
찰스 디킨스 지음, Daniel Choi 옮김 / 찜커뮤니케이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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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는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19세기 중반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소설 속에서 영국 사회의 문제를 정확하게 비판하면서 복잡하지 않게 풀어내는 재주를 지닌 작가이다. 크리스마스에 관련된 이야기를 총 5개를 발표했고 그 중 가장 유명하고 첫번 째 작품인 크리스마스캐롤이다.

크리스마스 캐롤은 왜 그런지 모르지만 크리스마스 문화가 보편적이지 않은 한국에서도 쉽게 접하고 유명했던 작품이라 이야기의 줄거리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릴 때 읽었던 소설은 전반적인 스토리와 교훈에 집중하였더라면 성인이 되고 나서는 작가가 한 구절 한 구절에서 담고자 했던 구절들을 집중하면서 보니 느낌이 새롭고 경이로웠고 그리고 감탄하기까지 했다. 괜히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번역한 다니엘최는 소설을 읽은 사람이 마치 소설 속으로 들어가서 그 물건들을 직접 보고 만지는 듯, 물체의 색감과 질감을 명료하게 풀어냈다라고 번역가로서는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초반부터 이 의견에 동의할 수는 없었다. 워낙에 고전에 속하는 작품이라 그런지 어감이나 단어가 감안하고 보아도 익숙하지 않았고 너무 직역한 듯한 느낌의 글들이 사실 집중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정말 초반의 우려에 불과했다. 어느 순간 나도 이야기 속에서 함께 스크루지와 함께 유령의 손을 잡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시간 여행을 하고 있었고 판타지라는 소설이 유명해지기도 전인 오래 전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면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는 생각을 했을까 집중하게 되면서 번역의 힘을 다시 느끼기도 하였다.

이 소설에는 유명한 지독한 구두쇠 스크루지가 나온다. 정말 어찌나 구두쇠로 지독한지 소설에서 비유하는 표현이 굉장히 직설적이지만 읽는 순간 어떤 이미지인지 저절로 상상될 정도였다.

스크루지는 정말 인색한 사람이었다. 스크루지는 짜내고, 비틀고, 움켜쥐고, 긁어 모으고, 집착하고, 욕심 많은 노인 죄인이었다. 아무리 두드려도 따뜻한 불꽃 하나 내뿜지 않는 차가운 부싯돌처럼 딱딱하고 날카로웠다. 그는 폐쇄적이고,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마치 굴처럼 고독했다.

12P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상상된 색깔은 잿빛이었고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이긴 했지만 밤보다 더 어두운 느낌에 길고 아주 뾰족한 코끝을 지닌, 숱이 거의 다 빠져가고 머리카락에도 생기나 영양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푸석함이 느껴지는 흰 머리칼을 지닌 추운 겨울이었지만 결코 따뜻해보이는 코트가 아닌 얇은 코트를 입고 한껏 웅크린 노인이 그려졌다.

그런 스크루지에게 오랜 동업자이지만 7년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죽은 말리의 유령이 찾아오면서 스크루지의 여행은 시작된다.

첫번째 유령은 스크루지를 찾아와 과거의 스크루지를 만나러 함께 간다.

과거의 스크루지를 만나면서 안도의 숨을 쉬었다랄까. 처음부터 스크루지도 그렇게 인색하고 옹졸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노인 죄인은 아니었구나 싶어 다행이라 느껴졌다. 첫번 째 유령이 스크루지를 찾아온 이유는 스크루지를 회복시키기 위함이다. 어린 스크루지는 너무나도 외로웠고 추웠고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젊은 스크루지에게도 즐거움,환희, 열정 이란 것들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감사해하는 모습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끼는 것도 또한 잠시였다. 이러한 첫번 째 유령과의 과거로의 여행에서 모든 것이 찰나라고 느낄 만큼 변화가 빠른건 아마도 그 당시 영국의 상황이 매우 급진적이고 혼란스럽고 변화가 많은 시대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인생의 한번 만날까 말까하는 사랑을 만나고도 그 사랑을 지키지 못하고 현실에 급급하다 보니 변해가는 사랑 앞에 스크루지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만다.

두번째 유령과의 여행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일은 있다라는 말을 하고싶었던거 같다. 꼭 상황이 완벽하고 모든 것이 갖추어야지만 만족하고 감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가지라도 안도하고 감사하고 그것에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작은 것일지라도 그것에 대한 감사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 같았다.

그곳에는 특별히 두드러진 점이 없었다. 그들은 잘생긴 가족도 아니었고, 잘 차려입은 가족도 아니었다. 그들의 신발은 절대 방수되지 않았고, 옷은 아주 많지 않았으며, 피터는 아마도, 그리고 매우 가능성 높게도, 전당포의 내부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매우 행복했고, 감사하며, 서로에게 만족해했고, 그 순간에 만족했다.

121P.

작가는 이 부분을 통해 읽는 독자에게도 묻는 것 같았다. 정말 지금 이 순간 당신이 가진 것조차도 부러워 할 수 있는 이웃이 있는걸 알고 있나요? 당신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부러워 하며 감사해 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은 없나요? 영원을 함께 할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표현하지 못한 마음은 없나요?

처음에 스크루지는 유령을 만나자마자 공포에 떨고 두려워하였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옆에 있는 존재는 단순히 유령이 아니라 정말로 자신을 구제해주기 위한 천사로 생각하는 듯 했다.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 하며 울고 웃으며 즐기는 스크루지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세번 째 유령과의 여행에서는 미래의 스크루지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충격을 먹었다. 처음 동업자 말리가 스크루지에게 한 말이 있었다. 너에게는 나처럼 되지 않을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다는..

어떻게 보면 이미 죄인이라 벌을 받아도 마땅한 스크루지에게 크리스마스날에 그 어떤 선물보다 큰 그리고 갚을 수 없는 크나큰 용서와 구제를 받는다.

진정한 반성이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고 정말 잘못했던 행동을 멀리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물론 사람이란 존재가 그렇게 쉽게 변할 수도 변하지도 않는다. 다만 신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일말이라도 몸부림 치며 달라지길 노력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크리스마스 캐롤은 한번 읽고 두번 읽으면 느끼는 바가 정말 크게 달랐다.

유명한 고전이지만 분명 청소년들이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소설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꼭 아이와 함께 가능하다면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그 시대의 영국의 모습도 이해해 본다면 소설을 통해 교훈과 더불어 세계사적 지식도 쌓을 수 있는 일석 이조의 기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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