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의 온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4
정다연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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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의 온도를 쓴 저자 정다연은 201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서 시집 여러권과 에세이를 쓴 작가이다. 밤이라는 강아지를 키우면서 일상을 평범하게 때로는 순간 순간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명확한데 다정하게 조근 조근 속삭인다. 책을 읽으면서 정다연 작가가 써내려가는 한국말이 왜 더 다정하고 아름답게 느껴지지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정다연 작가의 책을 영어나 다른 언어로 번역해도 이런 감성과 느낌이 잘 전달될 수 있을까? 그러면서 한글이 주는 그 감성이 참 좋고 소중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갑자기 세종대왕 만세!

<내글은 공룡>

내 글이 잘 완성됐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글로부터 잠시 멀어져야 한다. 최선을 다해 쓰는 시기가 있었다면 최선을 다해 멀어지는 시기도 필요한 법.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걱정은 가볍게 눌러두고 머릿속을 전환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204-205P

그럴 때가 있다.

조금만 지나고 보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을.

그리 못한것이 아닌것을.

그리 심각한 일이 아닌것을.

그리 화내고 싸울 일이 아닌것을.

아이에게도 종종 감정의 폭풍이 밀려 올 때면 심호흡을 3번만 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른인 나도 그게 쉽지 않다. 한번만 하면 선순환의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있는데 그 한번이 정말 어려울 때가 있다.

이 마저도 찰나만 지나고 보면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벌써 서평단으로 활동하면서 서평글을 써온 횟수도 어느 덧 3년차에 접어 들었다. 지금도 쓰는 일이 쉽지 않지만 처음 서평을 시작할 때 서평 스트레스를 꿈에서도 시달렸던거 보면 그래도 큰 발전이 있었다.

자신의 글을 공룡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표현에 미소짓게 되었다.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의 고민은 내가 서평을 쓸 때의 고민과는 결이 전혀 다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무한하게 자랄 수 있는 마음으로, 독자에게 커다란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바라보는 작가에게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고민의 차원은 분명 다르지만 결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영원히 자고 싶어요>

좋은 어른이란 무엇일까? 참 어려운 말이다. "좋은 어른"

나는 눈에 띄는 성공을 이루거나 삶의 길을 안내해주는 어른을 만난적 없다. 다만, 어둠 속에서 주고받는 불빛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로가 되어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내가 고민을 털어놓기 전까진 내 삶의 문제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내가 조언을 구할 때면 자신이 거쳐온 시간에 대해서만 담담히 이야기해주었다. 그러고 난 뒤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미안해했다. ...

만났을 때보다 헤어질 떄 더 따뜻한 사람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어른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211P

문득 여섯 살 아들에게 좋은 어른이란 누구인지 궁금했다. 좋다는 말이 너무 추상적이라 어렵지 않을까 싶었지만 생각보다도 너무 간결하고 명료했다.

여섯 살 아들에게 좋은 어른이란 함께하면 좋은 사람이란다. 그래서 조용히 목표가 하나 또 생겼다.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보기로.

매우 어렵겠지만 이 글에 나온 것처럼 자식을 집에 온 손님처럼.. 아이들의 인생에 불쑥 침범하는 침입자가 아니라 조언이 필요할 때 해주는 진짜 어른처럼..

그리고 아이들이 조언을 필요로 할 때랑 내가 해주고 싶을 타이밍이 다르다면 작가처럼 글로 적어보고 싶다. 아이들이 듣고 싶을 때 내가 까먹을 수도 있으니깐.

<몸의 용도>를 읽고 돌아가신 아빠의 따뜻한 미소가 떠올랐다. 내가 아빠와 올랐던 산도 떠올리며 추억에 젖기도 했다.

<조금 더 껴안아 줄걸>을 읽고는 나도 내 스스로를 구석구석 껴안아 주는 한해가 되어보자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아들 둘 을 키우느라 항상 바쁘고 책임감이 늘어난 남편도 구석구석 안아주는 한해가 되길 바랬다.

추운 겨울 날 집에 앉아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며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온기가 더해지는 느낌이었다. 근데 더운 여름이면 열기가 식어지는 느낌이 들 것같고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이 되면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될 것 같았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면 누릴 수 있는 열매들과 함께 감사함이 풍성해질 것 같다. 나는 특별히 뭔가 너무 스트레스 받거나 힘듦을 경험하는 중이라면 사고의 전환을 위해서 더 추천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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