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하는 미술관 - 내 삶을 어루만져준 12인의 예술가
송정희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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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케테 콜비츠, 루이스 부르주아.

들어서 익숙한 작가들은 있지만 결코 그 삶을 알거나 작품을 공감하면서 감상한 적은 없어서 작가의 삶에 어떤 영향을 어떻게 미쳤는지, 예술에서 길을 찾는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게 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조선의 문장가 유한준, 5P 재인용

저자는 이미 미술 애호가이고 미술 수집가이고 그리고 갤러리스트이다. 그렇기에 예술을 보는 눈과 기호가 확실하겠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이 중요하지 않다고 서문에 밝혀둔다. 미술은 탐구의 대상이며, 관람자의 시선에 따라 언제든 다시 새롭게 태어날 씨앗을 품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독자들이 작품에 숨어있는 씨앗을 발견하고 햇빛을 비춰주고 물을 주며 한 그루의 나무를 키워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기회가 미술에 대한 길눈을 밝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도 용기를 얻고 내가 바라본 창을 여기에 나오는 작품들에 덮어써보고자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아름다운, 그 너머<조지아 오키프, 마리 로랑생, 천경자>

2장 -뮤즈에서 예술가로 <수잔 발라동, 키키 드 몽파르나스, 카미유 클로델>

3장-몸을 통해, 몸을 위해 < 판위량, 마리기유민 브누아, 프리다 킬로>

4장-회복과 치유의 약속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케테 콜비츠, 루이스 부르주아>

읽으면서 매력적이거나 호기심이 갔던 몇명의 작가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 꽃, 크게 보아야 아름답다-조지아 오키프

나는 꽃을 볼 때 한송이를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는다. 하지만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을 통해서 이제는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어졌다.

손에 꽃 한송이를 들고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순간만큼은 그 꽃이 당신의 우주다. 그런 감동의 세계를 누군가에게 선사하고 싶다."

18P.

시골 미술 교사 였던 조지아 오키프의 삶은 미국 현대사진의 거장인 앨프리드 스티글리츠를 만나면서 크게 달라졌다. 오키프의 작품을 높이 샀던 스티글리츠는 자신의 인맥을 총 동원하여 시골미술교사에 불과했던 오키프의 작품으로만 21번의 전시회를 기획하고 많은 단체전에 그녀의 작품을 포함시키며 10년만에 뉴욕에서의 입지를 바꿔놓았다.

스티글리치는 '사진기를 든 화가', 오키프는 '붓을 든 사진가' 였다.

서로 평생 5000통이 넘는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의 예술 작품에도 큰 영향을 주며 무르익어갔다.

영원할 것 같았던 그 둘의 사랑도 파국을 맞이하고 그 계기로 뉴욕을 떠나 오키프는 뉴멕시코 사막에 머물며 극심한 고통을 예술로 승화하며 견뎌냈다.

파괴를 향한 스티글리치의 힘은 창조의 힘만큼이나 강력했다. 극과 극은 통하는 법. 나는 그 둘을 모두 경험했고, 살아남았다. 살아남았을 때 비로소 그를 넘어설 수 있었다.

26p.

꽃을 주로 그리던 오키프는 사막을 걸으며 찾아낸 동물의 뼈, 두개골, 조개껍데기, 맑은 하늘, 달, 별, 산을 확대해서 그리기 시작했다.

내가 그리는 동물의 뼈는 죽음을 상징하지 않는다. 뼈는 구체적인 불멸의 상징이다.

27p.

조지아오키프, [골반뼈] 1944년,

뼈를 통해서 하늘을 보는 시각이라.. 매우 새롭고 신선했다. 뼈를 보면 누구 뼈일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등의 스토리에 주목하는 편이라면 오키프의 작품을 통해 조금은 색다르게 죽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죽어서도 남기는 불멸의 상징으로 접근의 방법을 다르게 하는, 다른 세계를 서로 밀접하게 접목할 수 있는 오키프의 안목에 감탄할 뿐이었다.

서평을 쓰면서 고민 됐다. 오키프의 예술적 삶, 대단하지만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초월한 삶의 모습을 글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결론은 어렵다.

책을 통해 작가가 보여주고자 한 오키프의 모습 역시 통로에 불과한 것 같다.

우리는 작가를 통해 오키프를 전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지아 오키프라는 작가를 알아가기 시작인 셈이다.

'20세기 미국 모더니즘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오키프'

'평범한 수도승 오키프'

* 색체의 황홀, 그 너머의 것들-마리 로랑생

20세기 초, 남성 예술가들의 틈바구니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던 독보적인 여성 화가이자 몽마르트의 뮤즈 마리 로랑생은 파스텔 톤의 중간색을 배합하여 여성의 부드러움과 관능성을 부각했다. 황홀한 색체를 안에는 밝음만 가득채운 것이 아니다 불안정한 출생과 가정환경, 이별과 이혼, 두번의 전쟁 등 평탄치만은 않은 그녀의 삶을 녹인 예술은 오히려 상처를 품은 표현이었다.

보헤미안과 부르주아의 삶을 동시에 경험한 보기 드문 여성 예술가 마리 로랑생.

그 때 당시 피카소, 브라크, 콕토, 아폴리네르 등의 이름에 묻혀 잊혀지던 중

일본 시인 호리구치 다이가쿠가 로랑생이 쓴 시를 일본어로 번역하여 시집을 간행하면서 소설가 시와노 히사오도 아폴리네르와 로랑생의 사랑을 소설로 출간하면서 로랑생의 이름이 일본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도쿄에 마리로랑생미술관이 건립된다.

그런 그녀의 예술 초기에는 피카소나 시인 콕토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이나 평가에 갇히지 않고 그것을 뛰어 넘었다.

나의 위대한 동료들 마티스, 피카소, 브라크, 그들이 나를 사랑할 수 없다면 내가 그들을 사랑할 것입니다....

나는 입체주의 화가가 결코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결코 귿들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47p.

나는 일명 Yes 걸이다. 하지만 이 말을 좋아하진 않는다.

아니라고 말할 때는 단호하게 고집스럽게 아니라고 말해야 하고

그것에 합당한 근거와 이유가 내 내면에 확고해서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나에게 마리로랑생은 그런 예술가이다. 본인을 비난하는 자들을 오히려 감쌀 수 있는 그런 여유로움까지...

도쿄를 간다면 꼭 마리 로랑생 미술관은 방문해보리라!

* 그림 속 나는 진짜가 아니다 -수잔 발라동

화가로서는 낯선 이름이지만 얼굴을 유명한 그 이유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부지발의 무도회> <우산> <목욕하는 여인들> 속에 나오는 앳되고 풍만한 여인이 바로 수잔 발라동이다. 르누아르를 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연결 고리가 있는 줄 몰랐다. 모델에서 화가로 전향한 수잔 발라동

르누아르 그림 속 모델 수잔 발라동을 좋아한 이유는 순수하고 사랑스러움, 앳된 얼굴, 풍만한 가슴, 고혹적인 눈빛, 수줍은 미소를 보며 위안감을 얻었다고 해야할까. 실상은 생계를 위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모델 수잔 발라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그림속에서 현실보다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이 싫고 회의감마저 들었다고 고백했다. 모델로 일하면서 자신을 그리는 화가들의 기법을 눈으로 보고 배웠다. 모델을 하며 '그려지는 여인'에서 '그리는 여인'으로 탈바꿈할 시간을 보내고 있던 것이다. 이후 드가를 만나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며 드가 덕분에 20대 후반에 프랑스 국립예술협회 최초의 여성 회원이 되고 프랑스의 대표 화가들과 함께 살롱전에 참여하면서 입지를 다졌다.

발라동은 여성 누드화와 초상화를 많이 그렸는데 여성이 여성을 그린 것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당시 사회가 표현하는 아름다움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사실, 보여지는 것을 그리면서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발라동이 그린 자신의 자화상을 보면 르누아르가 그린 사람과 동일인물 이라고 상상되지 않는다. 하지만 매우 매력적이고 눈을 뗼 수 없다.

흡사 화난 사람 처럼 보이기도 하는 자화상에는 늙은 여인의 모습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아름답지 않아도 될 권리..

요즘 출산 후 부쩍이나 푸석해진 내 얼굴을 보며 속상하고 걱정되는 나에게 괜히 모르게 어깨를 펼 수 있는 자신감과 용기를 선새하주기도 한다.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

지금은 이런 발라동의 작품이 낯설거나 생소하지 않지만 그 시대의 배경을 보면 매우 큰 용기가 필요했었다. 시대의 관습과 편견을 뛰어넘어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해나간 혁명적 여성 작가 발라동 그녀의 다른 작품이 그리고 인생이 더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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