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말 - 작고 - 외롭고 - 빛나는
박애희 지음 / 열림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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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하다가 집으로 항상 가던 길로 꺽으려고 보니 공사로 길을 통제하고 있었다. 정체되는 길을 돌아 가려면 15분은 더 걸릴 상황이었다. 둘째를 엄마에게

맡기고 서둘러 돌아가는 길이였던지라 조급한 마음에 그만 “제기랄” 이라고 말했는데 뒷자석에

탄 36개월 아들이 너무 정확히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무한 반복을 하고 있었다. 순간 아니야 아들..엄마가 잘못말했어..라고 반복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말을 그렇게 험하게 하는 편이 아닌데 유독 운전할때는 급한 성격이 격해질때가 있고 그게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될 때가 많다.

이 책의 저자 박애희 작가는 KBS, MBC에서 13년동안 방송원고를 썼다.

주로 음악과 감성이 함께하는 FM 프로그램 작가로 일했는데

삶에 가장 좋은 것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어린이의 마음을 더 넓고 깊게 해아리는 어른이 되고 싶어 매일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읽고 메모하고 지낸다고 한다.

어린이의 말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우리가 사랑한 어린이

2장은 이토록 작고 외롭고 빛나는 너의 말

3장은 반짝이지만 초라하고 웃기지만 슬펐던

4장은 어린이는 다 알고 있다

5장은 너와 함께, 한번 더 사는 날들

나는 정확히 3년전에 엄마가 되었다.

준비가 되서 엄마가 되는 사람이 몇 있겠냐만은

갑자기 찾아온 천사 덕분에 더더욱 준비가 되었냐는 짊문을 스스로 해보기도 전에 엄마가 되었다.

가까운 지인들이 이미 엄마가 되어 육아를 시작하였지만 육아는 가까이서 보는것과는 실제 천지차이였다.

아마 직접 해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세상 이치와 비슷하겠다.

너무 소중하고 너무 귀하고 사랑스러운데..

일상은 그 소중함과 귀함 사랑스러움이 자주 잊혀지고 날라갔다가 하루가 마무리된 후 다시 날아들어와 미숙한 엄마에게 아쉬움만 남겨줄때가 많았다.

“어린이의 말” 을 읽다보니.. 아이의 모습이 어른거리고 아이의 말이 메아리치면서 더 꼭 안아주고 싶었다. 그리고 욕심내지 말고 하루에 한번이라도

내 기준에 내 방식에 아이를 맞추지 말고

내가 아이에게 맞춰가보자 다짐하였다.

아이들 곁에 있으면 자꾸 욕심이 생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23p.

분위기 깨는데 선수인 나.

지금 아니면 안된다고 그렇게 말해도 맨날 "잠깐만" "조금 이따가" " 나중에" 라는 말을 반복하며 바쁜척 하는 엄마가

47p.

내 일상이 들킨 것 같이 화들짝 놀랬다.

그래서 며칠은 이걸 상기하고 노력하기는 했는데..

며칠 후에는 심지어 애한테 화를 내면 잠깐만을 외치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은 아이는 너무 차분하게 이렇게 말하더라.

"엄마, 예쁘게 말해..".... 할말을 잃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

어린이의 말 뒷 부분에는 함께 들여다본 책과 영화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작가가 고르고 고른 리스트들인데 책에는 여기서 나온 문구들과 함께 작가의 설명이 덧붙여 진다. 명 문장들이 나열된 책은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꼭 책을 완독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핵심 문장을 소개하고 싶지만 핵심 문장을 꼽기에는 어려운 책이다. 이 책 전체를 읽어봐야 작가가 소개하고 풀어쓴 어린이의 말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를 기쁘게 하려고 태어나는 거에요."

노부미, 내가 엄마를 골랐어! P. 96

이제 36개월이 지난 큰 아이는 여전히 아기다.

그런데 동생이 태어나면서부터 의도치 않게 큰 아이 대접을 받는다.

큰 형아 대접이 뿌듯할 때가 있지만 자고 일어나서, 잠이 들때, 졸리거나 배고플 때는 영락없는 애기다. 그럴 때마다 동생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날 때면 그렇게 서럽게 울어 제낀다. 할머니나 아빠가 도와주는 것도 싫다고 떼쓰며 엄마만 찾는다.

이상하게 내 아이들은 가장 중요한 먹을 때나, 잠들 때는 무조건 엄마만 찾는다.

그래서 아빠가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제발 모든 아이들이 그런거길....

큰 아이에게는 짠하고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아무것도 모르고 대화가 안되는 둘째를 이해시키기 보다는 첫째가 낫다는 이유로

설득보다는 강요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매일 미안함이 쌓이는 중이다.

그런 아이가 나를 기쁘게 하려고 노력할 때면 더 고맙고 능숙하지 못한 엄마여서 미안하다.

늦은 휴가를 다녀왔다.

낯선 환경을 유독 힘들어하는 아이라 간 첫날부터 자기 침대에서 자고 싶다고 집에 가자고 졸랐던 아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엘레베이터를 탈 때 문을 잡아주는 어른에게 웃으면서 감사합니다. 하고 대견하게 말하는 아이를 보고 새삼 놀랬다.

분명 쑥쓰러워서 내 뒤로 숨던 아이인데.. 어느순간 성장하고 발돋움해서 자기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신랑도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요즘 많이 밝아지고 활달해 졌다고..

"어린이의 말"을 읽으면서 한장면 한장면 나의 아이가 기억나고 떠올랐다.

이미 아이를 키운 부모여도 추억을 벗삼아 읽어도 좋을테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여도 나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서도 좋겠고

아이를 기다리는 사람이어도 꿈꾸며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정말 내 아이뿐 아니라 이 세상 아이들의 웃음을 지켜주고 싶다.

그 웃음을 최대한 오래 많이 지켜주고 싶어서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살아가기에 좋은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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