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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철학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 모르진 않지만, 잘 아는 것도 아닌 것들에 대한 철학 개념 쌓기
홍준성 지음 / 북엔드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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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디지털감성e북카페에서 무상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작가는 “철학은 배울 수 없다”는 문장으로 책의 서문을 연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과 같은 학문은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진리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진보가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천동설을 배우지도, 관심을 가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철학은 다르다. 저자는 철학이 “진보하지 않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한때 비판받았던 사상들이 어느 순간 다시 소환되며, 칸트·플라톤·헤겔·스피노자·프로이트 등 옛 철학자들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이 반복된다. 이는 곧 철학이 순환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 안에는 항구적인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철학은 인류의 궁극적 목적과 세계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그 거대함을 다 헤아릴 수 없는 학문이다. 그러나 각 철학자의 논증을 세밀히 살펴보더라도 단 하나의 보편적 진리에 도달하기란 어렵고, 결국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전히 지혜를 사랑하고 철학을 추구하는 이유는 철학이 ‘배울 수 없는 것’이지만 우리 안에는 궁극적인 무언가를 향한 욕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록 철학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철학함(philosophieren)’—즉, 철학하는 행위 자체—은 여전히 유효하며, 저자는 이를 통해 우리를 철학의 세계로 초대한다.
철학 연구자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철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사회, 예술, 종교, 철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낭만, 무신론, 퇴폐, 종말, 진리 등 삶을 관통하는 개념들을 깊이 탐구한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고개를 끄덕이거나 갸우뚱거리며, 고요히 잠들어 있던 내면의 ‘지적인 야수’를 깨워 그와 토론을 나누게 된다. 바로 그 지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