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의 역사 - 알지 못하거나 알기를 거부해온 격동의 인류사
피터 버크 지음, 이정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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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역사? 신선한 소재와 접근 방식이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제목부터 신기한 책이다. 


역사학을 전공하여 문화사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피터버크는 인류의 무지, 즉 알지 못하거나 알기를 거부해온 다양한 역사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며 우리가 무지에 대해서도 감탄과 겸손함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랍인들은 이슬람 이전 시대를 무지의 시대로 보았고, 르네상스 인본주의자들은 '중세'를 암흑, 즉 무지의 시대로 보았다고 한다. 대체로 무지를 비난하는 분위기지만, 이에 맞선 전통도 찾아볼 수 있다.일부 작가나 사상가들은 지식에 대한 열정에는 위험이 도사리지만, 무지는 축복이라 할 수 있고, 여러 이점도 있다고 한다. 

즉 헛된 호기심을 비판하며 무지가 더 현명한 선택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특히 신에 대하여도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면 위험에 처할 수 있고, 경외심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종교적 주장은 세속적 주장으로 더욱 탄탄히 자리매김했다. 


외부인이 만든 지도의 빈 공간은 상상력으로 채워졌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인간은 천성적으로 공백을 싫어한다. 그래서 호기심, 희망, 두려움에서 비롯된 상상력을 집단으로 발휘해 짧게는 소문으로, 길게는 전설이나 신화로 그 공백을 메웠다. 대표적인 예로 ‘괴물 종족’을 들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은 아시아나 아프리카 같은 세계 먼 곳에는 인간이 아닌 종족이 산다고 믿었다. 개의 머리를 한 키노케팔로이Kynokephaloi, 한쪽 발이 거대한 스키아포데스Skiapodes,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에 묘사된 것처럼 머리가 어깨 밑에서 자라는 블렘미아이Blemmyae, 고대 로마의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Gaius Plinius Secundus가 쓴 백과사전 《자연사Naturalis Historia》에 묘사되어 플리니우스 종족으로 불리는 종족 등 종류도 다양하다.

_8장 지리학의 무지


저자는 종교, 철학, 심리학, 사회학, 과학, 지리학 등에서의 무지의 역사를 고찰하고, 무지의 결과에 대하여 논한다. 전투나 전쟁, 주식이나 비지니스의 영역에서 무지가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 흥미롭게 파헤치고 있다. 무지는 '무능력'과 동의어가 아닌, 때로는 의도적, 정치적인 선택과 목적 하에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현대인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터넷의 홍수 속에 살아가며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알아야할 것들도 점점 늘어나는 현대인들이 과연 과거 인류보다 덜 무지한가? 이에 대해 한번쯤 더 생각해보고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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