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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의 세계 - 인체의 지식을 향한 위대한 5000년 여정
콜린 솔터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4년 9월
평점 :
해부학 책 150권을 망라하는 희귀 도판 240여컷이 수록된 이 책은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고대 이집트부터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 21세기에 이르는 동안 해부학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해부학적 지식은 전쟁터에서 처음 적용되었지만, 이후로는 점차 영적이고 종교적인 영역의 관심사로 변해갔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사상가들이 철학을 발전시키면서 '영혼'의 개념이 등장하였는데, 영혼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머리와 심장은 각각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논쟁이 있어왔다고 한다. 아마도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 앞에서 혼란스러워하는 현대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

해부학은 점점 영역을 넓혀가서 르네상스 시대 이후로는 미술 학교에서도 해부학을 가르쳤다고 한다. 또한 17세기의 현미경부터 19세기 초의 내시경, 현재의 CT와 MRI까지, 인체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는 기술의 발전은 해부학의 시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책에는 삽화가 시원하게 배치되어 있어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더해준다. 예를 들어 케임브리지대학교 해부극장(1815)을 보면 해골이 대롱대롱 천장에 매달려 있는데, 이것은 '메멘토 모리' 즉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해부학자는 신체기관과 기관계에 대한 과학적 진실을 추구했지만, 예술가들은 초상화의 진실성을 갈구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와 조각가들은 해부학이 인간의 겉모습에 미치는 영향에 더 관심을 보였다. 예를 들어 팔 근육의 배열을 이해하면 사람의 몸짓을 더 잘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골격에 대한 지식은 극적인 장면의 동작과 자세를 생생하게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P. 126
예술가와 해부학자는 신체를 보는 관점이 달랐다. 화가들은 겉모습에 관심이 많았기에 오히려 해부학자보다 더 뛰어나게 관찰력을 발휘하였고, 새로운 시각으로 인체를 볼 수 있었다! 점점 발전하여 1400년대에는 살가죽이 벗겨진 인간의 형상을 그리거나 조각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해부학의 한계로 지목할만한 것은 바로 '보관'상의 어려움이었다. 그렇기에 냉장 기술과 시신 방부 처리 기술의 발전은 해부학계에서는 두 손들고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즐겨보는 의학드라마와 여러 의학정보가 담긴 콘텐츠들은 바로 해부학의 발전에 대한 증거 그 자체인것 같다. 해부학에 관심이 있다면 시대별 분석은 물론 각 분야를 넘나드는 풍부한 지식과 통찰력이 더해져 흥미로움을 넘어 경이로움까지 일으키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