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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소크라테스 - 인공지능은 못하고 인간은 할 수 있는 철학적 질문들
이진우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8월
평점 :
2022년 11월 챗GPT의 상용 버전이 공개되고나서 생성형 인공지능은 우리 삶 깊숙히 침투했다. 똑똑한 인공지능이 시나리오 한편을 뚝딱 써주고, 마음이 공허할 때 찾으면 대화 상대도 되어주는 이 인공지능의 종착지는 과연 어디일까. 그리고 이대로 가도 정말 괜찮을까?마냥 신기하고 편하다는 이유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다가는 인간을 지배하는 '로봇'을 만나는 무시무시한 일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저자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점을 사고/공감/의식의 3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서 설명한다. 철학책이라 다소 난해하고 모호하지 않을까 하는 편견이 있었지만, 책을 읽을수록 군더더기 없는 명료한 문장과 저자의 논리정연한 설명에 빠져든다.
그렇다면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 기계는 느낄 수 있는가? 기계는 의식을 갖고 있는가? 저자 이진우 교수는 3가지 질문을 던지며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구분해보자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들이 진리를 추구하지 않고, 오로지 수사학적 설득과 변론의 기술에만 중점을 두는 것을 비판했었다. 저자 역시 인공지능을 21세기식 소피스트라고 말하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소크라테스의 지혜'라고 설명한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이 원하는 답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의식을 확장시켜 나갔다.
현재의 감정 인공지능은 우리가 자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 많이 우리의 감정을 이해할 정도로 발전했다. 겉으로 드러난 감정 정보를 가지고 인간의 잘 드러나지 않는 감정까지 파고든다는 것은 정말 역설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전히 인공지능이 감정을 모방할 뿐 실제의 감정은 갖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우리는 과연 ‘깊은 감정’과 ‘피상적 감정’을 구별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모두 ‘인간의 감정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으로 압축된다.” 〈3장. 공감하는 인공지능: 기계는 느낄 수 있는가?〉
인간의 마음을 감동시킨다면 기계의 공감도 정말 인간의 공감과 같은걸까? 결과적으로 인간에게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경험을 주기 때문에 '가상의 의인화'에 흠뻑 빠져 반려동물처럼 '반려기계'도 보편화될 거라는 말이 진지하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의식의 영역은 어떨까? 의식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인식하는 거다. 그러면 우리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인공지능에는 의식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물론 로봇은 욕구나 욕망을 가지진 않는다. 로봇과 우리가 대화하고 친구가 될수 있지만, 온전히 로봇의 '자유의지'로 우리를 친구로 '선택'하는 건 안된다는 말이다.인공지능이 의식을 가지려면 세계를 경험하고 스스로를 주체로 여겨야 한다. 즉 우리와 대화를 하면서 무언가 느끼면 그건 의식을 가진건데, 현재의 인공지능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어떻게 인간으로 살수 있는지, 인공지능을 어떻게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인공지능은 답하지 못한다. 그것은 '지식'이 아닌 '지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소크라테스의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