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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지성인 - 희대의 천재들은 왜 고통으로 살았는가
박중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6월
평점 :
정신건강이나 심리학과 관련된 책들이 쏟아질 정도로 관심이 높은 요즘, 꽤 흥미로운 책이 출판된 것 같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감싸여 우아하고 아름답게 생을 보냈을것만 같은 위인들이 은밀한 고통과 아픔들을 크게 겪었다는 사실부터가 놀라웠다.
보통 사람과 다른, 문명사적 진보에 기여한 위인들은 다양한 정신 질환에 시달리며 내면의 고독감에 몸부림쳤다. 화려한 생의 이면에 드리운 짙은 어둠 속에서 헤매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자도 있었다.
저자는 높은 창조성과 정신 질환의 상관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추적한다.
쇼펜하우어, 조앤 롤링, 헤르만 헤세, 베토벤, 뉴턴, 장자크 루소 등 우리가 아는 유명한 철학자, 작가, 기업가, 음악가, 과학자들이 대부분이라 더욱 흥미진진하다.
“천재와 광인이 같은 개념은 아니지만, 내적 세계에 모종의 유사성은 어느 정도 있어 보인다. 특히 두드러지는 공통점은 강한 정신적 혼란이다. 그 혼란의 소용돌이에 압도당하면 환자가 된다. 하지만 경계를 넘나들며 얻은 유니크한 심리적 경험을 세속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치환 작업이 가능하다면 천재가 된다.”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을 살아가면서 무의식 속 어딘가에 있는 보물은 놓치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호기심 충만한 이들에게 내면의 미지의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내면의 깊은 어둠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 어려워질 수 있기에 어느 정도의 단단한 ‘자아강도’가 탐험의 필요조건이 될 것이다.
자칫 따분해질 수 있는 위인들의 이야기이지만, 수많은 자료를 검토하고 가공한 듯한 저자의 수고로움 덕분에 독자들은 특별한 배경지식이 없이도 내용을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인 이어령 박사는 생전에 ‘인간 지성의 종착역은 영성이라고 단언한 적이 있다(중략). 높은 수준의 앎을 경험한 지성인들은 하나같이 지식의 궁극적 목적이 정신의 고양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높은 정신 수준이야말로 궁극의 인간 지성이며 인공지능이 넘보지 못하는 유일한 영역이라 단언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얼마나 편협한지, 물질 세계에 갇혀 창조성을 발휘하고 내면을 연구하는 것을 게을리한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됐다. 지금 우리 사회가 눈에 보이는 것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을지언정 시대의 흐름에 분별없이 흘러가는 것보다는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고, 내가 목말라하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