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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염장이 - 대한민국 장례명장이 어루만진 삶의 끝과 시작
유재철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평점 :
대통령의 염장이:대한민국 장례명장이 어루만진 삶의 끝과 시작
유재철 지음
김영사
2022년 2월 10일
288쪽
14,800원
분류-에세이(삶의자세와 지혜)/인문(노년과 죽음)
작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나를 9살까지 키워주신 또 다른 나의 엄마다. 그런 할머니는 엄마를 참 못살게 굴었다. 그런 엄마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였다. 그냥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사랑하면 되는 거였는데, 나를 낳아준 엄마를 더 사랑했던 나는 나를 길러준 엄마를 멀리했다. 나처럼 수다가 참 많으신 분이었는데, 그런 할머니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시던 할아버지를 만나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 할머니 염을 하는 모습은 보질 못하고, 저녁이나 되어서야 장례식장으로 갔다. 마지막 3일장을 치르던 날, 올라오신 장례지도사 분이 계셨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작은 소도시다보니, 더 좁디좁다. 알고보니, 집안 당숙과 친구이신 분이었다. 고인을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을 보고, 참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했다. 할머니는 입관하고 산 아래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었을때, 장례지도사님과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다. 누구보다 이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계신분이라, 시신을 만지는 게 무섭기는 했지만, 그 분을 색안경의 눈으로 보지 않았다.
이 책은 대통령의 염장이라고 지칭된 수필이다. 많고 많은 죽음을 목도하신 분으로 그것을 보고 듣고 만지고 느낀 것을 글로 담으셨다. 소설보다 감동적이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너무도 사실적이여서 공포를 자아내기도 해서 빨리 넘겨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듯 사실적으로 진중하게 한글자 한글자 남기신 글이었다.
책은 전체 2부로 이루어져있다.
1부는 수천가지 죽음의 얼굴
2부는 웰다잉 안내자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두가지다. 첫번째 부분은 차례앞의 들어가는 말인 황토색 바탕의 글귀 들이다. 두번째는 분홍한복을 입고 자신의 죽음을 담담히 준비하셨던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이제 나도 중년이다 보니, 몸이 점점 고장이 나고 아파온다. 골반은 뒤틀렸고, 허리도 아프다. 피부에 상처가 나면 원래대로 잘 회복되지도 않는다. 그럴 때면 불현듯 나도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생각은 부정적인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알게 해주는 것 같다.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한다. 잘 살아내야 잘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내 장례식에는 남들 하는대로 하는 형식적인 장례가 아니라,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달라거나, 엄마가 좋아했던 책을 한 권 같이 넣어달라고 하고 싶다.
30여년의 시간은 길고도 긴 시간이다. 그리고 몇 천 사람을 만났다면 그것이 산 사람이건, 죽은 사람이건, 그 관계에서만큼은 베태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대한 민국 최고의 장례지도사님일지도 모르는 분이 쓰신 책이다. 대한민국 전통장례명장 1호시기 때문이다.
이 작가님의 그릇은 너무도 크고, 그 경건한 마음은 흘러 넘친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염장이라는 제목으로는 딱 잘라 지칭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출판사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