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의 트라이앵글 - 제1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81
최인정 지음, 클로이 그림 / 샘터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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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세 살의 트라이앵글
(제1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샘터어린이문고 - 081
최인정 글
클로이 그림
샘터
2024년 10월 8일
100쪽
14,000원
분류 - 초등 중학년 창작동화 / 초등고학년 창작동화

정채봉 문학상이 벌써 13회를 맞이했다. 이번 1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은 <열 세 살의 트라이앵글>이 수상했다. 이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정채봉 문학상에 대해 먼저 소개한다.
정채봉문삭상이란 동화작가 정채봉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여수 MBC가 2011년 제정한 대한민국의 문학상이다. 1년 동안 국내 문예지에 발표된 창작 단편동화 중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열 세 살의 트라이앵글>에는 두 편의 단편 동화가 실려 있다. 두 이야기는 이어지는 듯 하면서도 서로 독립된 이야기이다.
이 책의 제목인 ˝열 세 살의 트라이앵글˝과 ˝나의 여름에 초대할게˝로 구성된다.

열 세 살의 트라이앵글

주인공은 민하. 윤지와 은빈이와 햄버거가게에서 장면이 시작된다. 우연한 기회에 새학년에 올라와 친구를 사귀게 된 민하는 마음의 불편함을 가지고 있다. 돈으로 우정을 사게 되었다고 말하면 될까? 순간의 선의는 돌아오지 못하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친구들에게 사주느라 자신은 도둑질을 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의 연속이다.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을 여의고 할머니와 잘 지내고 있지만,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렵기만 하다. 민하의 심리를 이해하며 이 책을 읽어보면 아이들이 보고 느끼는 게 많을 것 같다.

p21
˝가엾은 것......˝
귀에 익은 노래처럼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함께 살게 된 여덟 살 때부터 할머니는 나를 가엾어했다. ‘그래, 할머니 말대로 난 가엾은 아이잖아. 가엾은 아이가 번쩍번쩍한 세상에서 버젓이 살아가려면 하나 정도는 눈감아 줘도 되잖아. 안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투정을 받아 줄 마음이 없는 세상 곳곳에는 지켜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p32
우리는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털어놓은 비밀 중에 시시한 건 하나도 없었다. 비밀을 터놓고 나니 진짜 친구가 된 기분이었다. 투명하고 단단한 트라이앵글이 내 안에서 반짝 빛났다.

p37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콘서트에 대해 털어놓으려나 싶었다. 나는 모처럼 은빈이가 아이스크림을 사는 거니 새로 나온 맛으로 먹어야지 하며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은빈이가 우리를 데려간 곳은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였다. 모든 아이스크림을 50퍼센트 할인하는 곳이었다. 이왕이면 더 맛있는 걸로 사지, 할인하는 아이스크림이 뭐람. 김이 팍 샜지만 속으로 삼켰다.

p40
우리는 엉겁결에 트라이앵글로 묶인 사이였다. 그걸 지켜 내느라 남모르게 힘들었다. 그래, 나만 힘들었다. 윤지와 은빈이는 원래 잘 통하는 친구 사이로 어울려 다녔다. 거기에 내가 눈치 없이 끼어들었던 거다. 칠천 원과 오천 원 때문에 잘못 엮인 사이였다.

개인적으로 아이돌을 좋아하는 모습에서 그때의 내 시절도 생각이 났다. 지독히도 비뚤어진 팬심때문에 다른 가수를 좋아하는 친구들 무시하거나 배척하고, 좋아하는 연예인도 마음대로 좋아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번뜩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여왕벌처럼 몰아가는아이(친구라는 말을 쓰기도 아깝다.), 거기에 물들어서 자기의견도 내지 못하는 아이(나같은 아이). 특히 주인공 민하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한 것 같다. 민하와 같은 입장이라면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여름에 초대할게

책상에 놓인 별자리 사프로 인해 고민에 빠지는 윤지. 윤지는 이미 마음에 드는 남자아이가 생겼다. 하지만 윤지 자신도 도영이가 왜 좋은지 모르는 상태다. 왈가닥에 장난이 심한 도영이가 왜 좋은걸까? 샤프를 준 인물을 알게 되면서 윤지는 왜 도영이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윤지는 왜 도영이가 좋았을까?

p61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손놀림과 호흡, 온몸으로 선율을 즐기는 모습. 나는 넋을 잃고 서도영을 바라보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플라타너스 나무잎이 서도영의 얼굴 위에 어른거리며 물결을 만들었다. 노랫말처럼 끝도 없는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서도영을 둘러싼 푸른 바다에 눈이 부셨다.

p77
피치펀치 병에 있는 블루보이즈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블루보이즈를 좋아하면서부터 다른 음료수를 마셔 본 적이 없다. 딱히 복숭아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마치 정해진 규칙처럼 이것만 마셨다. 팬이라면 당연하다는 듯이.

우리도 그랬고, 아이들도 자라면서 이성에 대해 생각하는 시기는 분명 찾아온다. 하지만 내가 왜 이 사람을 좋아하는 가에 대한 질문과 답을 알고 있는 아이라면 섣부른 이성교제보다는 건강하고 서로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성에 관심이 생긴 아이의 마음에서 이 또래의 여자아이가 읽는다면 좋은 책이다. 남자아이들에게는 아직 이 책이 무용지물일지도 모르겠다. 전형적으로 여자 어린이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트라이앵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앵글은 무슨 의미일까? 앵글은 사전적 의미로 각도와 각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글 사전을 찾아보면 사물을 보는 관점이라는 의미도 있다. 사물을 보는 관점이 제대로 형성되는 시기는 언제일까? 바로 열 세살 즈음의 사춘기일 것이다. 나만의 굳건한 앵글을 만들기까지 우리는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친다. 그러면서 수도 없이 흔들리고, 혹여 상처입기도 하면서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사춘기 소녀 둘의 마음을 잘 표현해냈다. 부모님이 안계신 가정에 사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는 있지만 결핍이 있는 아이의 심리와 이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아이의 마음을 잘 담아냈다. 사실 읽으면서 민하와 윤지의 이야기만 담겨 있어 조금 아쉬웠다. 다른 인물이었던 은빈이의 이야기도 궁금해질 정도로 책이 정말로 빨리 끝나버렸다.

일러스트를 그리신 클로이님의 삽화도 아름다워서 이야기에 몰입하기 좋았다. 아름다움이란 누구나의 마음을 사로잡기 마련이니까.

얇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심리나 이성에 대한 마음 때문에 이 책은 고학년 어린이가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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