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쓸모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박효은 옮김 / FIKA(피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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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행복일까? 어쩌면 순간의 행복을 위해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은 내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세상에 이런 사람이 존재하냐는 근원적 질문을 일으키게 하는 악인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우리의 선택과 그 선택으로 이어진 결과로 우리의 삶은 살아지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산다는 것은 우리의 고통 속에 피어나는 한 송이 행복같은 것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유의미한 책이다. 이 책의 작가는 삶이라고 하는 것을 고통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삶이 만만치 않다고 말해줘서 오히려 고마웠다. 노력만 하면 다 된다고, 니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것이라고 말하지 않아서 일까?

총 part4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고통에 기반하는 말들을 담고 있다.
part 1 육체의 고통
part 2 영혼의 고통
part 3 사회적 고통
part 4 흥미로운 고통들

철학은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 삶에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생각을 하게 하고, 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나를 지지해주는 생각의 양분과도 같다. 내가 단단해지도록 만들어주고, 상처받은 나를 치유해주기도 한다. 철학인란 나에 대한 메타인지, 누구에게 휘둘리기 보단 나답게 살아갈 용기를 주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똑바로 살아갈 용기도 준다.

세 가지 고통을 주축으로 하여, 흥미로운 고통을 추가했다. 각각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 철학자들의 말을 엮음으로써 다양한 철학자들의 생각을 한 책으로 쉽게 만날 수 있다.

각각의 고통들에서 인상깊었던 한 가지 고통만을 소개해본다.

육체적 고통에서는 늙음에 대하여라는 부분이 좋았다. 흰머리와 기미를 보며 늙음을 확연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선 한나 아렌트의 철학이 등장한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조용히 다가오는 늙음은 하루하루 다가오는 죽음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에 순응하며 타성에 젖어가지 말고 미래를 현재로 불러들이듯 새로운 것을 시작하라고 말한다. 그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현실에 머무르지말고, 나의 탄생성을 추구하는 것이라 작가는 말한다.

영혼의 고통에서는 일상에 관한 부분이 좋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불현 듯 찾아오는 행운보단 침해받지 않고 변질되지 않는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일상은 가장 벗어나고 싶어하는 삶이었지만, 벗어날 수 없는 삶이다. 니체는 오래 지속되지 않고 단기간에 끝내는 습관을 가지라고 말한다. 정착과 방랑이라고 하는 모순된 두 부분에서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습관에서 펴안함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그 습관은 휘황찬란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습관도 내 행복을 위한 것이라 확신하게 되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회적 고통에서는 거리유지에 대한 부분이 오래 남았다. 앞부분의 돈에 대한 부분도 좋았지만, 꼭 한가지를 꼽으라면 거리유지에 한 표 던진다. 타인이라고 하는 존재에 대한 정의부분이 인상깊다. 타인은 지옥이지만 문화교류가 일어나는 장소이며, 같이 있으면 견디기 힘들어하지만 서로가 없으면 살아가지 못한다고 말이다. 사람은 모순의 동물이었다. 고슴도치 딜레마를 설명하며 타인과 거리두는 법을 제대로 알 것을 강조한다. 최소한의 거리를 둠으로써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관계를 유지하라고 말이다.

대부분의 글들이 길지 않아서 가독성이 좋았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항상 고민하는 근원적 질문들이 담겨 있어서 평소에도 도움이 많이 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실린 현재의 행복, 이 순간에 온전히 몰두하라는 이 말을 깊이 가슴에 새기고자 한다. 평소에도 많이 되새기는 문구이긴 하지만, 잘 잊어버리는 그 문구를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상기시킨다.

개인적으로 책에 줄그으면서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책은 줄 그을 부분들이 많아서 더 좋았다. 나처럼 철학이 어려운 사람도 쉽고 가볍게 접할 수 있기에 철학 입문서로 이만한 책이 없을 것 같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철학이 일상으로 성큼 다가선 느낌이다. <모든 삶은 흐른다>의 작가가 쓴 책이여서 더 믿음이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일상에서의 철학의 쓸모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출판사를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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