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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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 박완서 에세이 두번째 결정판
박완서 지음
세계사
2024년 1월 23일
396쪽
18,000원
분류 - 에세이 (한국에세이)

어느 날, 누군가의 일기를 건네 받았다. 이 일기는 시간을 거슬러 나에게 왔다. 오랜 시간이 쌓였다는 증거인지, 그 일기장은 무려 400페이지나 된다. 내 짧은 생각을 끄적이는 일기를 쓰는 것은 어려우나, 남의 일기를 몰래 읽어내려가는 것은 어쩌면 이렇게도 흥미로운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이 책은 전통과 역사가 깊은 에세이라 할 수 있다. 1977년에 초판이 출간된 책이기 때문이다. 벌써 출간한지 50년이 다되어간다. 약 50살, 나보다 오랫동안 이 세상에 보여진 이 책은 그 책을 쓴 사람의 사유와 감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2002년에 이 책은 세계사출판사에 터를 잡은 듯한데,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개정판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눈에 안 보일 뿐 있기는 있는 것
2부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3부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작가의 필력 때문인지, 한글로 쓰인 이 책이 왜이렇게 어렵게 다가오는 건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어려운 단어들도 등장하고, 문장이 긴 경우도 많아 요즘의 단촐한 문장들에 익숙해져버린 내가 따라가기엔 글의 호흡이 참 남달랐다. 에세이가 아니라 고전을 읽는 느낌이 강했다. 신기했던 것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각 글의 소재가 되어서 종종 공감이 되지 않던 내용들이 있기도 했다. 시장에서 닭을 잡는 행위를 보고 쓴 <잘 했다 참 잘했다>에서는 닭을 죽이는 그 솜씨를 눈부시게 산뜻하다고 표현되어 있어서 생경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이 책의 작가인 박완서 선생님은 이 세상을 아주 따듯하게 보셨다는 것이다. 남에게는 피해를 주기 너무도 싫어하고, 그렇지만 자기만의 시간이 절실히 필요한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박완서라는 작가와의 낯설고 먼 거리가 조금은 가깝게 만들어준 듯도 하다.

이전 출간된 책의 내용과 미출간 원고가 함께 수록되었다. 이 책만의 특이한 점은 꼭지의 마지막에 해당년도가 적혀있다는 것이다.
마치 엄마세대의, 혹은 그 이전 세대 여성의 시간과 추억과 삶을 엿볼 수 있다. 담담하게, 혹은 치열하게 살아온 한 사람의 일기로 내 삶도 되돌아보게 된다.

거장의 에세이란 이런 것일까? 작가의 필력이 느껴진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나에게 에세이는 흥미와 재미주는 것이 더 강했다.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묘한 재미가 있는 이 에세이라는 장르가 달라졌다. 이 책을 읽고서는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절대 가볍지 않은 에세이, 사유가 깊은 사람의 일기는 이런 울림을 주는 구나 싶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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