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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세주 ㅣ 사계절 아동문고 107
이인호 지음, 메 그림 / 사계절 / 2023년 3월
평점 :
어떤 세주
(사계절 아동문고 - 107)
이인호 글
메 그림
사계절
2023년 3월 18일
156쪽
12,000원
분류 - 초등중학년 창작동화/ 초등고학년 창작동화
책 표지에는 편의점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여자 아이가 컵라면을 들고 있다. 눈빛은 어딘가 멍해보이기도 하고, 손에 들고 있는 컵라면을 놓칠 것 같기도 해서 어딘지 불안해보이기까지 한다.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아지랑이처럼 흐물흐물, 출렁출렁거리고 있다. 게다가 그림자처럼 보이는 핑크색의 어떤 실루엣이 이 아이에게 귓속말로 무어라 속삭인다. 무슨 말을 하고 있기에 이 아이는 이렇게 멍해져버렸을까??
p9
나도 아이들과 조잘대며 떠들고 싶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된다. 아이들은 내가 끼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다 아이들 얘기에 내가 웃기라도 하면 분위기가 썰렁해진다. 그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리고 터질 것 같다.
p32
내 생활신조는 ‘있는 듯 없는 듯‘이다. 남들 눈에 띄는 것도 내 취향은 아니다. 13년 동안 그런대로 잘 해 나가고 있었다.
위의 문장처럼 세주는 긍정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부정적이며, 왕따를 당하며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따돌림 당하는 아이의 이야기는 아닐까? 학교 폭력이 모습들이 나오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생각은 보기좋게 엇나가고 말았다.
부모님의 잦은 타툼, 언니의 억지와 막무가내 갑질(?) 때문에 자존감이 바닥을 친 세주. 세주는 어느 날 편의점에 갔다가 도둑질을 한다. 그 도둑질을 목격하는 같은 반 아이와 눈이 마주치게 되고, 그 아이와 사사건건 얽히고 설키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언니에게 화장실을 빼앗겨서 머리도 감지 못한채 학교에 간 세주가 급하게 머리에 뿌린 향수도 아이들이 거절할 틈도 없이 나누어 써버린다.
도둑질을 목격한 아이의 엄마가 대신 전달해달라고 부탁한 도시락도 강제로 나눠먹게 되고,
돌려달라던 도시락도 없어져버렸다. 게다가 부모님은 이혼을 하겠다며 이혼 서류를 눈에 보이는 곳에 올려두고, 엄마와 아빠는 가정에 소홀하다 못해 집에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 처지에 놓인 세주는 어떻게 될까?
세주는 그런 곤란하고, 안타까운 처지에 놓여있으면서 자존감이 무너진 아이이다.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도 함부로 큰 소리도 못내고, 친구들에게 거절해야 하는 상황에도 제대로 거절하지도 못한다. 어떤 세주가 나와서 말을 걸어온 건, 고단한 세주를 도와주기 위함이 아닐까?
<어떤 세주>는 마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보았을 때와 같은 느낌을 준다.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마치 인격을 가지고 있는 듯한 모습과 느낌들. 다중인격이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감정을 들여다보면, 정말 저마다의 색깔이 존재한다. 그래서 1인칭 주인공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1인칭 시점의 동화는 읽기 쉬우면서도 주인공의 마음을 돋보기로 비춰보듯 자세하게 알며, 공감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세주를 통해 세주가 바라보는 세상과 세주 주변의 것들을 세주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며, 세주가 느낀 감정들에 공감하기도 했다.
작가님의 이름인 ˝이인호˝를 보고 당연히 남성이신 줄 알았다. 작가의 말을 보고 여성분이신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세주>의 ˝세주˝가 바로 작가님, 즉 이 동화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쓰신 거다. 일상이 거울의 파편처럼 조각난 아이의 시선과 마음에는 부정적인 것들이 둥둥 떠다닌다. 불쾌감을 줄 정도의 외모나 모난 성격을 가진 것도 아닌데, 마치 바람빠진 풍선처럼 쭈그러드는 슬픈 마음의 조각들. 그런 아이들을 응원하고 싶어 이 책을 쓰신 것 같다.
오. 세. 주.
오직 하나뿐인 세상의 주인공.
세상에 나는 오직 하나뿐이라는 거,
우리는 모두 이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거, 절대 잊으며 안돼요. <이인호 작가님 말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진짜 재밌어요!! 이 땅의 모든 세주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