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보 까보슈
다니엘 페나크 지음, 그레고리 파나치오네 그림, 윤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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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보 까보슈
다니엘 페나크 원저
그레고리 파나치오네 글,그림
윤정임 번역
문학과지성사
2022년 9월 15일
128쪽
25,000원
분류 - 그래픽노블/명작만화

표지에는 고양이들과 나무에 둘러쌓인 소녀와 강아지가 보인다. 소녀는 어딘지 당황스러운 표정이고, 사팔뜨기 같은 강아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둘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 강아지와 소녀의 뒤로 햇살이 비치는 걸로 봐서는 이야기가 어두울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눈동자가 텅 빈 고양이 떼들을 보자니, 마치 공포영화같은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감돈다. 부디 주인공에게 무서운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다른 동화들과 좀 다르다.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두 표지의 소녀가 주인공일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표지에 보였던 소녀가 아니라, 개다. 이 그래픽노블은 지극히 이 강아지의 시점에서 사람을 바라보는 것으로 서술되어 있다.
주인공 개는 태어나자마자 못생겼다는 이유로 강제로 질식사 당해 쓰레기유치장에 버려졌다. 그곳에서 시컴댕이라는 새로운 부모같은 친구를 만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시컴댕이는 죽게 되고, 그 뒤 개는 도시로 오게 된다. 도시에 돌아다니다 유기견 센터에 잡혀가게 된 개는 어느 소녀를 만난다. 소녀의 이름은 사과다. 진짜 사과는 아니고, 개가 소녀를 사과라고 부른다. 아마 애칭같은 것 같은데, 소녀에게서 사과냄새가 났었나보다. 휴가지에서 만난 소녀와 달리 집에 돌아온 소녀는 변했다. 개를 더이상 찾지도 않고, 소녀의 부모는 항시 푸대접이다. 개는 가출을 감행하는데...

이 책에서는 재미난 표현이 있다. 바로 사람이 개를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개가 사람을 길들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길들이는 대상을 주인이라고 부르니,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사람이 된다는 의미를 그렇게 표현했을까?
주인공 개에게는 멋진 친구들이 존재했다. 버려진 쓰레기 유치장에서의 시컴댕이, 유기견 센터의 털복숭이, 가출한 곳에서 만난 하이에누. 모두가 하나 같이 외모는 형편없을지 모르지만, 그 누구보다 따듯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사라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버려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한다.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개‘는 진작에 죽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제목인 <까보 까보슈>는 개를 쉽고 친근하게 부르는 말로 프랑스어이다. 프랑스어가 이 책의 제목인만큼 이 책의 원작은 프랑스 동화이다. 이 책의 원작을 겉표지로만 보긴 했는데, 이런 내용이 담겨있는지 몰랐다. 제목이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고 쓱 넘겼었는데, 이제 이 책을 원작으로 꼭 읽어봐야겠다. 1882년에 이 책이 출간되고, 우리나라에는 1999년에 번역이 되어 출간되었다는데, 시간이 무색할 만큼 지금 2022년에 읽어도 전혀 낯설다거나 이질적이지 않았다.

개가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을 어떤가? 주인공 개가 바라본 사람처럼 인간이란 존재는 잔혹하고, 잔인하고, 생각없고, 자기 멋대로인 아주 폭력적인 생물일 것이다. 괜찮은 사람을 만날 수 있지만, 그 간혹의 가능성이 얼마일지 알 수가 없기에 더 슬픈 것은 아닐까? 아주 희박한 그 가능성에 이 순수한 생명체들은 자신을 온전히 던지며,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울 생각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생명의 무게에 대한 생각을 꼭 염두해두었으면 한다. 섬세한 그림과 함께 와닿는 동물의 감정들과 인간의 잔혹성이 한데 어우러져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줄 것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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