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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은수를 ㅣ 텍스트T 3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7월
평점 :
어떤 은수를 (텍스트T - 003)
히로시마 레이코 글
하시 가쓰카메 그림
이소담 번역
위즈덤하우스
2022년 7월 15일
14,500원
분류 - 일본 단편소설 / 청소년 문학
표지에는 기이하고 괴이한 모습을 한 아이가 그려져있다. 아이의 한 쪽 눈은 움푹 패여져 있으며, 그 패인 눈 속에는 거미로 보이는 것이 있다. 표지가 파래서 그런지 그런 모습이 더 괴이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제목도 특이하다. <어떤 은수를>이라니. 명시된 단어도 아니고, 주어와 서술어가 빠진 목적어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이 책제목의 의미를 알 수 있을까?
<어떤 은수를 >에서는 세 가지 이야기가 실렸다. 세 가지 단편이야기가 쓰여진 단편소설집이다.
1) 어떤 은수를
이 소설집의 제목과 같은 이야기.
주인공으로 보이는 이시와타리 세이잔. 그는 늙은 남자 노인으로 어마어마한 갑부이다. 배우자도 없고, 자식도 없는 그는 자신의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명목으로 다섯 사람을 눈 앞에 불러들였다. 어찌 그냥 물려주겠는가. 다섯 사람을 선정해 자신이 내어준 미션을 성공하는 사람에게 전재산을 물려주는 것이다.
˝너희 다섯 명 중 가장 뛰어난 자에게 내 재산을 전부 남기겠다.˝
˝일 년 뒤, 내가 너희를 다시 여기로 부르마. 그때 가장 빼어난 은수를 데려온 자가 내 재산을 받을 것이다.˝
‘은빛 짐승‘이라는 뜻을 가진 은수가 등장하는 이번 편, 은수는 알처럼 생긴 돌에서 태어나 주인이 될 인간이 바라는 대로 성장하는 존재이다. 돌의 정령이라고도 불리며, 생물과 광물의 중간에 해당하는 존재하고 한다.
이 미스테리한 존재와 5명의 예비 상속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욕망을 담았다.
5명의 상속자들이 보여준 욕망에서 우리 일상의 욕망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욕망을 자극적으로 보여준 것 같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은수, 은수가 어떻게 변하는 가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도 변화한다. 그리고 흔들린다. 그리고 미쳐간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했던가. 모든 것을 조종하는 것 같았지만, 더 큰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흑백의 삽화지만 어떤 그림보다도 자극적이고 아름답고 기이하고 징그러웠다. 그것은 이야기의 힘이기도 하고, 삽화 자체의 힘이기도 할 것이다. 두 가지가 만나 큰 효과를 거두며 책 속으로 더 빨아당기는 것 같다. 마치 은수가 있는 세계로 나를 빨아당기듯 나를 책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2) 히나와 히나
죄인이 되어 등대지기로 5년동안 외딴 섬에 살아야 하는 징벌을 받은 사내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요키라는 사내로 물고기를 잡는 어부였다. 손재주도 많고, 물고기 잡는 수완도 좋았던 그는 소꿉친구이자, 사랑하던 여자 히나에 의해 인생이 불행해졌다. 자신을 사랑하는 줄 알았던 달콤한 속삭임은 자신을 이용하기 위한 것뿐이었고, 자신은 히나의 욕망을 해결해주는 도구일 뿐이었다. 외딴 섬의 등대지기로, 이 무인도에서 5년을 견뎌야한다. 미쳐서 자살하는 것이 이 섬으로 유배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요키는 왠지 전의 사람들과는 다르다. 히나의 환영과 함께 복수심을 불태우던 요키는 무인도섬에서 만든 칼로 인해 발을 다쳐 등대불을 켜지 못하고 만다. 그 하룻밤 동안 사고가 나지 않았어야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배가 난파되어 해변에 떠밀려왔다. 그리고 한 소녀를 구하게 되었다. 그 소녀는 누구인가.
환영이 보이는 장면, 심리는 묘사하는 장면이 일품이다. 양심과 욕망과 복수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인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내가 책 속 주인공 곁에서 그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달까. 요키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어떤 표정이었는지 알 것만 같다. 그런 요키와 닮은 소녀가 요키의 죄를 씻어주고 요키를 그 생지옥에서 벗어나게 해주어 고마웠다.
세상에는 죄없는 사람들이, 이기심과 탐욕 많은 사람들로 인해 손해를 보며 살아간다. 그런 현실의 새드엔딩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죄책감과 복수로부터의 해방, 복수는 내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몽환적인 장소, 고립된 상황 이 모든 것이 완벽했다.
3) 마녀의 딸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소녀 키아이다. 특별한 정원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키아는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다. 엄마는 평범한 엄마와 다르게 낮에는 지하실에서 잠을 자고, 밤이 되어야 나온다. 까만 머리카락, 아름답고 하얀 얼굴, 까만 드레스 엄마의 모습은 아름답지만 어딘지 으스스하다. 하지만 주인공은 자신이 살고 있는 황금저택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나가서도 안된다. 그래서 엄마가 이상한 것인지, 엄마가 다른 엄마와 다른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엄마와 어느 이름 모를 소녀가 그려진 그림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을 발견한 그날 밤, 키아는 꿈 속에서 그림 속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그 소녀는 자신도 키아라고 그랬다.
˝너는 여덟 번째 키아. 나는 일곱 번째 키아야. 너보다 전에 이 황금저택에 살았던 키아야.˝
키아가 살고 있는 이 황금저택은 마녀가 아이를 키우는 은신처, 아이는 매번 바뀐다.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 호기심이 많은 아이, 반항하는 아이를 처분한다. 과연 키아는 무사히 황금저택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대지의 가호를 받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여자는 그녀를 질투하던 마을 사람에 의해 영주에게 그 능력이 알려지고 말았다. 영주는 여자의 딸을 인질로 삼아 자신의 땅을 풍요롭게 만들라고 명령했고, 행복한 마음이 사라진 그녀에게서는 특별한 능력이 나타나지 않았다. 화가난 영주는 그녀의 딸을 죽이고 말았다. 복수심에 마녀가 되어버린 어느 아이의 엄마, 그녀는 어둠에 영혼을 팔고 자신의 딸을 죽인 사람들을 처벌할 힘을 가졌다. 그런 그녀를 나쁘다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을 배신한 마을 사람들, 영주와 영주의 가족들. 까만 그림자에 영혼을 팔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 슬픔과 좌절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키아라는 여러 아이를 키우며, 입양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고, 부모가 바라는 아이의 상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여덟 번째 키아 같은 아이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잘 아프지도 않고, 배가 불러도 엄마의 정성이라면 억지로 먹어줄 수도 있으며, 어른이 천천히 되고,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똑똑하지만 부모를 의심하는 것도 싫어하며, 반항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 고분고분하고 말 잘 듣는 아이를 바라는 부모의 욕망을 마녀가 된 그녀에게로 비춘 듯 했다. 그래서 더 객관화된 입장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이 세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의 욕망을 보기도 하고, 곁에서 지켜보던 다른 이의 욕망을 구경한 기분이다. 우리 인간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관찰이 없었다면 과연 이런 책을 쓸 수 있었을까? 기이하고 자극적인 판타지 소재를 통해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타카하시 루미코의 <인어의 숲>이라는 애니메이션이 떠올랐다. 사람들의 비뚤어진 욕망을 바라보며, 우리 스스로가 인생 사는 방법을 깨달아간다. 사람을 도구로 삼지 않고, 약한 자를 괴롭히지 않으며,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불행을 바래서도 안된다.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것, 이상한 사람이 있다면 빨리 그 사람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가지는 것, 사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배운 기분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