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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질량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2년 1월
평점 :
우리의 질량
설재인 지음
시공사
2022년 1월 25일
356쪽
15,000원
분류-한국장편소설
파란색 펄이 반짝 빛나는 책이다. 화려한 듯하기도 하고, 단정하기도 한듯한 이 책의 표지엔 물속에 빠지고 있는 여인이 있다. 마치 절벽 같이 높은 곳에서 누군가에게 떠밀려 의도치 않게 떨어진 것 같은 모습은 왜일까. 자의로 떨어진 것 같지 않은 그녀의 모습엔 사연이 많을 것 같다. 뒤로 떨어진 그녀는 아마 바로 목숨을 잃었을테지.
자살한 사람이 가는 사후세계는 따로 있다. 그곳은 이승도 아니고, 완벽한 저승도 아니다. 신으로 추정되는 어떤 이의 창조로 만들어진 특별한 곳이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각자의 목 뒤에 있는 실타래 매듭을 풀어야 한다. 이 매듭을 전부 풀어야 진정한 저승으로 갈 수 있다. 이 매듭을 푸는 방법은 아주 특이하다. 타인과의 스킨십으로 풀 수 있다. 그것도 긍정의 스킨십말이다. 장준성이라는 비겁한 강자에 의해 희생당한 몇 명의 사람이 있다. 장준성의 아내였던 서진, 그런 서진의 옛 연인 건웅, 그리고 앳된 중학생 선형. 이들은 그들의 매듭을 풀고 안식을 취할 수 있을까.
p333
˝그런건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게 아냐.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고민해야 하는거지.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우리가 했어야 하는 일을 했을 뿐이고.˝
˝그런 걸 신경쓰는 사람들은 내내 당하고 괴로워하면서 궁금해 해. 저 새끼는 왜 저럴까. 내 기준으로는 절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이유가 뭘까. 이유를 찾을 수 없으니 자꾸 자기한테 화살을 돌리고 원인을 찾으려 들지.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니까 그래......(중략)˝
장준성이라는 인물과 가까운 사람을 실제 만난 적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딱히 이유가 없다.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한다. 내 기준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행동과 말로 다른 사람을 조련한다. 그 사람들의 무기는 ˝가면을 쓴 친절˝인 것이다. 이 친절에 익숙해진 사람에게 점점 시험을 한다. 인신공격의 말, 자기 자랑, 깎아 내리기 등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 가시로 대상을 서서히 마비시켜 간다. 이제는 안다. 갑자기 다가오는 사람은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하나하나 결핍이 많다. 그리고 그들을 도와주는 존재는 없으며, 말 많은 사람이라는 존재는 소문만 무성히 낼 뿐이었다. 부모의 부재, 버려짐, 성폭행, 성추행, 학교폭력, 공부폭력, 인신공격, 과도한노동, 종교에 대한 맹신의 결과 등등 이 세계의 부조리들은 다 가져다 놓은 듯한 모습이다. 특히 주인공 서진이 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안타깝고 답답했다. 하지만 이 인물들은 먼곳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여러점들 중에서 하나 정도는 우리가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질량은 어떤 물체에 포함되어 있는 물질의 양이다. 이 질량의 특징은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물질의 고유한 양이다. 이 질량은 무게와 항상 비교되곤 한다. 무게가 행성이 물체를 잡아당기는 중력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반면, 질량은 장소에 따라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책 제목의 의미를 유추해보았다. 주인공인 서진과 건웅은 살아있을 적에 함께 있었지만 결국 각각의 삶에 방식과 환경에 따른 질량으로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하지만 저승도 이승도 아닌 어딘가의 사후세계에서 각자의 질량이 공존과 공유되고 있기에 ‘우리의 질량‘이라 지칭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