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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탐험대 - 양심이 깨어나는 시간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3
박현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2월
평점 :
흉가탐험대-양심이 깨어나는 시간
박현숙 지음
자음과모음
2021년12월6일
224쪽
13,000원
분류-청소년문학
이야기는 시작한다.
옛날 아버지없이 엄마 혼자서 오누이를 키우며 살았어.
엄마는 잔치집에서 일을 해주고 떡을 얻어 머리에 이고 집으로 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호랑이와 마주치게 되는데...
엄마의 팔과 다리를 먹어치운 호랑이는 엄마몸통마저 먹어버리고서는
엄마의 옷을 입고 오누이가 사는 집으로 향했다.
호랑이는 결국 오누이를 잡아먹으려 하지만, 나무위에서 기도를 하던 오누이에게 동아줄이 내려와 목숨을 건지게 된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해님달님>이야기의 일부다. 전래동화를 생각해보면 권선징악을 주제로 떠올리기 쉽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전래동화들에는 슬픔이 담겨있다. 요즘 사건들이 하도 흉흉해서 그런걸까?
<한부모가정에 새아빠가 와서 엄마도 죽이고, 아이들까지 학대하다 죽음에 이르게 했다. >
이런 상황이 아니었을까?언제부터 내려오던 민담인지는 모르겠으나, 전쟁을 통해 아버지가 없는 가정이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만약 동아줄이라는게 없었다면, 이 해님달님은 철저히 피해당한 피해자로,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이 상황을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존재다.
지금이라면 그 동아줄과 대신 할 수 있는게 그나마 CCTV라는 것, 사람들의 관심이라는 것.
이 책을 읽고서 문득 이 전래동화가 떠올랐다. 양심이 있어야할 어른들은 오히려 자기 자식만을 지키기 위해 한 아이의 죽음을 철저하게 묻어갔다. 하지만 그 양심으로 인해 피해자의 죽음을 간접적으로 목도했던 아이들은 숨도 쉬기 힘들다. 그 피해를 목격한 서린, 도수, 수민은 그들의 침묵으로 인해 한 사람을 죽음으로 이르게 했다.
가장 나쁜 것은 물론 해초에게 몹쓸 짓을 한 가해자이지만, 해초를 지켜주지 못한 주변사람들에게도 일정 책임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만약 유튜버인 닥터쌩이 없었다면, 과연 이 사건은 영영 미궁속으로 빠지지 않았을까?
닥터쌩이 위의 전래동화에 나온 동아줄이라 생각한다.
뉴스에서 경찰이 피해자를 보고 도망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제 진정 믿어야할 것은 CCTV뿐인 걸까?
서린이가 울부짖던 대사가 참으로 기억에 남는다.
˝반성하면 깎아주고, 초범이면 깎아주고, 술마셨다고 깎아주고, 깎아준다는게 뭘깎아주는 건지는 아시죠? 죄지은 사람 벌주는게 무슨 마트 할인 행사예요?˝
누구의 인권을 지켜주는 현실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안 당하게, 알아서 조심하고 꽁꽁 숨어있어야 하는 것일까? 알아서 피하기에는 범행장소도, 수법도 아주 다양하다. 미리 어떻게 조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세상의 많고 많은 나쁜 놈들 때문에 세상에는 죽어가는 해초들이 너무나 많다. 육신이 죽지 않더라도, 그 사건으로 인해 아이의 영혼이 피폐해진다. 더이상 해초와 같은 아이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와 함께 읽은 첫 동화책이 바로 박현숙 작가님 책이다. 하지만 청소년소설로 넘어갈수록 책의 주제도 확실이 무거워지는 것 같다. 이야기꾼인 그녀가 너무도 존경스럽고 대단하다 생각하지만, 이번 소설에서는 읽고나서 드는 이 씁쓸함은 지워버릴 수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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