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 인생이라는 장거리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기록
심혜경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인생이라는 장거리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기록
심혜경 지음
더퀘스트
2022년 1월 8일
192쪽
11,200원
분류-에세이(나이듦에 대하여)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는 내가 되고 싶은 미래의 모습이다. 공부하는 할머니보다는 카페에서 책을 읽고 쓰는 할머니가 되고 싶긴 하지만 말이다. 그것도 공부의 일종이라 생각한다면, 내꿈은 공부하는 할머니다.
카페가 좋은 이유를 작가님은 말씀하렸다.

p33
혼자있을 때도 외롭지 않고, 여럿이 함께 있지만 따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지만 내 마음대로 행동할 수는 없는,
약간의 제약이 뒤따르는 그 장소성이 내 자세와 태도를 바로 잡아줘서 더 좋다.

나도 바로 그점이 좋다. 내가 흐트러지지 않는 것, 그리고 적당히 외로우면서 적당히 함께 있는 것,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힐링포인트는 참으로 소중하다. 코로나가 얼른 종식되어 주면 좋으련만.....

모르는 단어가 있다고 사전을 찾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난 모르는 단어는 꼭 사전을 찾아본다. 찾아봐도 금방 까먹을 때도 있지만, 계속 기억에 남는 단어들도 있어, 사전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사전을 즐겨 찾아보는 작가님, 모르는 단어가 있을때 사전을 찾아보는 버릇이 있는데, 동질감이 들어좋았다. 사전을 사랑하는 작가님의 별명이자 애칭은 ‘심사전‘. 그래서인지 200페이지도 안되는 이 수필속의 단어들은 어딘가모르게 어렵고 고급지고 낯설어서 멋져보였다. 아주 해박하고 우아한 인생선배님을 만난 기분이랄까? 내가 너무 무식해서 그런건 아닐까?
동인을 떡밥이라고 부르는 재치와 애면글면이라는 낯선 단어에 빙그레 웃음지어졌다.

항상 주변에 사람이 따르고 모이는 작가님의 친화력이 부럽기도 했다. <논어>에서 나왔던 부분일까?

공자는 관계속에서 뜻을 세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뜻을 세우면 길이 보인다는 뜻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서로 만나게 해주고, 그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재미있는 있들이 펼쳐지기를 기대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공부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시작을 설레여하는 18살 모습도 보였다. 나역시도 아들둘을 낳고 아줌마가 되었지만, 핑크를 좋아하는 이 마음만은 아직도 소녀틱하니까...

p63
나중에 우리가 살아갈 시간들 중 지고지순한 행복감으로 등장할 우리의 마들렌을 여기저기 숨겨두면 어떨까.

삶에 크고 작은 고비가 올때, 행복감으로 그 순간을 이겨나갈 수 있게 만들어줄 나만의 마들렌을 찾고 싶다. 이미 찾았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 이렇게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글을 쓰고 하는 나의 요즘은 정말로 행복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았던 책의 부분은 12번째 꼭지 <책을 읽지 않는 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이다. 난 초등학교저학년 이후로 책을 잘 안봤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재밌다고 추천하길래 그런가보다하고 몇권 읽어보았을 뿐, 책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문열작가님의 삼국지를 1권만 3번보다가 결국 덥었을 정도다. 그랬던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독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 책을 읽히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첨엔 잠자리 동화로, 아이가 좋아하는 관심사인 공룡으로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그랬던 내가 첫째가 커가면서 함께 이야기하려 줄글로 된 동화를 읽고, 아이를 어떻게 키우면 좋을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를때 읽던 육아서를 읽고... 그렇게 점점 책의 세상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책을 읽지않았던 사람으로, 책을 읽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으면 그 세계관이 참으로 좁아, 생각할 수 있는 범위도, 의지도 그 틀안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지금의 내가 책을 읽지 않았다면, 얼마나 답답한 삶을 살고 있었을까. 작가님의 호기심이 샘솟는 것도, 배움에 즐거움을 가지는 것도 책이라는 것으로 물고를 트였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만큼 책이란 것은 사람을 성장하게 만들어준다고 또 한 번 깨닫게 된다.
책 속에 등장한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꼭 읽어봐야 겠다. 피에르 바야르의 독서에 관한 생각이 궁금해졌다.
그래도 그가 말한 진정한 독서는 참 멋졌다.

진정한 독서란 책과 책, 책과 독자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사유에 제한을 두지 않고 총제적인 지식지도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p187에 나오는 하이퍼그라피아(hypergraphia)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 단어의 뜻은 글쓰기 중독이라고도 하며, 아름답게 표현하자면 창조적 열병이라고 했다. 글쓰기 중독이라는 말이라면, 수다쟁이라는 말과 비슷한 걸까? 말이 아주 많은 사람이 대면으로 하지 않는 종이와 활자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중독되어있다니...하고싶은 말이 많지만, 그를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을 수 없다. 좁게는 도시로, 더 넓게는 세계로 뻗어나가서야 자신의 말을 알아먹는 독자라는 존재가 있어서일까? 사람은 어떻게든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나보다라고 추측해보는 것도 즐거웠다.

작가님 말씀처럼 독서는 책을 읽으려는 행위를 넘어서 인생을 배우려는 그 마음 자체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다 늙어서 시작한 이 독서라는 생활이 나를 잘 이끌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가 될 수 있도록 좋은 책들이 계속해서 많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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