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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집
황선미 지음, 전지나 그림 / 시공사 / 2021년 11월
평점 :
기다리는 집(양장,개정판)
황선미 글
전지나 그림
시공사
2021년11월15일
128쪽
12,000원
분류-청소년문학
'가버리지 않고 기다려주어 고맙습니다. 나의 집은 당신입니다.'
상처와 치유
"그 어느 곳보다 먼저 젖어들고 어둠이 스미어버리는 곳.
온갖 잡동사니로 뒤덮여 넝마같은 집.
여기가 쓰레기더미가 아니라고 알려주는 건 지붕보다 높게 자란 감나무 뿐이었습니다."
이 책의 시작이다.
버드내 길 50-7번지.
주인은 있지만, 주인이 없는 이상한 집. 그집은 집이지만 보이지 않는 집이다. 언제부터 쓰레기더미가 쌓였는지 알 수 없는 집. 이 길모퉁이 집에는 감나무 만이 생명을 이어가며 존재하고 있다.
폐허가 된 이곳. 나무판자, 플라스틱, 빈 병들, 누군가 버린 오물들이 굴러 다니는 넝마같은 집이다. 집 주인이던 사감할매가 죽으면서 더욱더 폐가가 되었다. 아니다. 사감할매의 아들이 떠나던 날부터 그때부터 버드내 길 50-7번지는 버리는 곳이 되었다. 자식이 엄마를 버리고 떠났던 그날부터 그곳은 버리는 곳이 되었다.쓰레기 뿐만이 아니라, 자식을 버리고 떠나는 곳이 되었다.
그런 폐허에 돌아온 사내가 있었다. 사내가 누군지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버려진 그집을 수리하던 사내는 사감할매의 아들이다. 명길이라고 알아본 사람은 떡집할배뿐이다.
그 집을 지켜보고 있던 건 감나무뿐이었다. 하지만 감나무와 함께 그 집의 역사를 알고 있는 떡집 할배가 있었다.
폐허에 돌아온 사내, 그 사내를 도와주는 태오, 그 사내를 죽이려는 재성이, 그리고 그 집에 버려졌던 여자아이.
실타래처럼 얽혀버린 것 같은 인연의 끈은 풀릴 것인가.
버리던 그 곳은 사내로 인해 그 기능을 회복한다. 사내가 집을 고치면서 그 집은 더이상 버리지 않는 곳이 되었다.
수리하던 이유도 결국은 자신이 버리고 간 자식에게 주려던 것이었을 뿐, 어리석은 사내는 왜 몰랐을까?
집이 필요한게 아니라 아빠가, 엄마가 필요했던 거라는 것을.....
결말 부분에서는 매듭이 풀리는 곳,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곳이 되었다. 가족이 부재하면 가족구성원이 망가지듯, 가족구성원이 망가지니 집까지 흉가가 된다.
감나무를 보며 가슴이 뻐근하다던 떡집할배의 말에 나 가슴도 왠지 뻐근해진다.
황선미.그냥 그 이름 세 글자 적혀 있는 책은 읽단 읽어봐라.
내 가슴만 뻐근하긴 억울하다. 같이 뻐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