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선택하는 데에는 많은 요소들이 작용하지만, 일반적으로 이성(의식조차도)은 이 목록에서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관해서는 양극화로 치닫게 하는 뭔가가 있다. 아예 먹지 않거나, 아니면 먹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의문을 제기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이다. 행동주의자가 되거나 행동주의자들을 경멸한다. 이 대립하는 입장들, 그리고 어떤 입장을 취하기를 꺼리는 태도는 결국 동물을 먹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 P47

내가 채식주의자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할 때마다, 내가 펼친 적도 없는 주장의 빈틈을 찾아내려고 하거나 내 생각과 생활 방식이 일치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는 식으로 상대가 반응한 적이 도대체 몇 번인지 셀 수가 없을 정도이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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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9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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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열심히 돌고, 해는 매일 진다. 해가 지기에 매일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해가 높이 떠 있는 동안 하늘엔 구름이 있거나 없거나 할 뿐이지만 해가 저물어 갈 때에는 하늘은 온갖 색으로 물들며 변해가다가 어두워진다.

주인공 가즈코는 귀족가문의 딸이지만, 이혼을 하고 친정에 돌아온 상태이며 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다. 전쟁이 끝났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가즈코는 자신의 어머니가 진짜 귀족이라고 생각한다. 예의범절에 맞게 행동하지 않아도, 심지어 수풀에 들어가 오줌을 싸는 것마저도 귀엽고 순수한 어머니는 ‘진짜‘라고 생각하는 가즈코 때문에 책의 초반에 나는 웃음이 터지곤 했었다. 성인에게 기대되지 않는 귀여움이나 순수함을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심지어 귀족다움으로 생각하는 가즈코가 웃겼다.
우리는 보통 성인에게서, 심지어 귀족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서 그런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고고하거나, 법도가 있거나, 지혜롭거나, 아름답거나 하는 것들, 보통 사람들이 가지기 어려우며 그래서 가지고 싶어 하는 것들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런것들 대신, 가즈코의 어머니가 귀여움과 순수함을 지닌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녀가 진짜 ‘귀족‘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과관계가 뒤바뀐 것 같지 않은가? 어머니는 그런 삶을 추구하고 고민한 결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세상이 진짜 귀족에게는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셈할 줄 모르는 인간으로 살아도 괜찮을 정도로. 하지만 가짜 귀족일 지 모르는 가즈코 역시 어머니에게 말하는 걸 보면 어머니와 별반 다르지 않다. ˝돈이 뭐에요? 가난이 뭔가요? 난 모르겠어요. 애정을, 오직 어머니의 애정만을 난 믿고 살아왔어요.˝ 라고 말하는 가즈코는 똑같은 삶의 방식을 배워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와 어머니는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이제 해는 저물고 어둠이 오고 있다. 그녀와 어머니가 생각해오지 않았던 것. 이제 해는 지고, 밤은 뱀처럼 다가와서 어머니를 데려갔다.
혼란스러운 변화속에서도 가즈코는 혁명을 결심한다. 세상이 인정 하거나 말거나 자기의 생각대로 행동하기로 하는 혁명. 그 생각이 내 마음에 드는지는 별로 상관이 없을 것 같고, 그 이후에 가즈코가 어떻게 살아남았을지 모르겠지만 가즈코는 하나의 껍질을 깼다.

사양은 다자이 오사무가 자살 실패 후에 세상과 타협하고 글을 쓰며 살기로 한 이후의 작품인 만큼, 문학에 빠지고 술과 마약에 취해 살다 자살한 동생 나오지는 아마 작가 자신을 투영한 인물일 것이다. 그에 비해 가즈코는 자기보다 더 억세게 버틴 사람, 이혼이나 부모와 재산의 상실을 겪으면서도 죽음 대신 삶을 그렸던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을 그리고자 한 것 같다. 그래서 사양과 인간실격 모두를 좋아하는 것이란 어려운 일 일것같다. 둘은 한 쪽이 죽지 않으면 다른 쪽은 살아 있을 수 없는 두개의 다른 자아가 쓴 글이다. 그래서 나는 결국 가즈코에게 공감할 수 없었다. 내게는 그렇게 삶을 긍정하며 버티는 것이, 그래서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무조건 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물로서의 주어진 의무를 의심하는 나는 다만 회의도 하지만 유보를 하며 목숨을 이어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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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도살장 (리커버 에디션) ㅣ 커트 보니것 리커버 컬렉션
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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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비는 마흔다섯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대령보다 두 살 위가 되는 셈이었다. 대령은 다른 미국인은 모두 면도를 했고, 아직 턱수염이 남은 사람은 빌리와 더비 둘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말했다. "있잖나—우리는 여기에서 전쟁을 상상할 수밖에 없었네. 우리처럼 나이들어가는 사람들이 싸우고 있다고 상상했지. 전쟁은 아기들이 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 거야. 새로 면도한 저 얼굴들을 보았을 때 충격을 받았네. ‘맙소사, 맙소사—‘ 나는 혼잣말을 했지. ‘이건 소년 십자군이로구나.’"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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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가 - 배삼식 희곡
배삼식 지음 / 민음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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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화전가를 보고 왔다. 책을 읽을 때 이미 울게 될 것을 알고, 예상하고 갔지만 책을 읽는 속도와 문장안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의 속도는 달라서 미어지는 가슴을 더 오래 붙잡고 있느라 힘들었다. 하지만 대신 얻어진 시간을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그 시대의 배경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데 쓰게 되어서 더 깊이 읽은 느낌이었다.
예상했던대로 감상에는 방언 해석력이 큰 변수였는데 줄거리를 거의 못따라가서 울지 못했던(?) 친구도 있었다. 책을 읽은 입장에서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모두 예상할 수 있다는게 아쉬웠지만 대사는 여전히 새로웠고 읽은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차라리 알아들을 수 있는게 나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상도 출신이 아니라면 책을 읽고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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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선언 ㅣ 고전의 세계 리커버
칼 마르크스 & 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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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에 다른 번역본으로 읽었는데 다시 읽으니 기억하지 못했던 내용이 있었고, 이해하지 못했던 주장들이 있었고, 새로운 질문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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