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 영원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사랑은 영원히라고 곧잘 말하기 때문이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때까지도 지키지 못하는게 사랑인데 어떻게 영원과 사랑을 함께 말할 수 있을까. 영원이라는 말은 부정으로 쓰이기 위해서만 존재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랑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이제는 영원하지 않아도 괜찮다. 고민하는 것과 무심해지는 것, 어느 쪽이 더 나은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루가 완벽할 때 우리는 그 하루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떠올려보면 수월하게 이해된다. 강철 심장을 가진 게 아니라면, 하루만 존재하는 사랑을 감당할 수 없을 거다. 그래서 사랑은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영원을 끌어와 덮으려고 한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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