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주말 오후였고 잘 꾸며진 부동산 건물을 둘러싼 잘 꾸며진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한칸 방으로 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늘따라 선명하게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내가 멍청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인가?’ 내게 금전적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내가 창피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틀림없다. 나는 여전히 창피해야 할지 고민중이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지만 그 국민은 대체로 가난하며, 가난한 미국인은 자신을 미워하라고 종용받는다. 미국의 유머 작가 킨 허버드의 말을 인용하자면, "가난하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지만, 차라리 창피한 게 나을 것이다. 사실 미국은 가난한 자들의 나라인데도, 미국인이 가난한 것은 범죄다. 다른 모든 나라에는 비록 가난하지만 매우 지혜롭고 덕이 높아 권력과 금력이 있는 누구보다도 존경받는 사람들에 관한 민간전승이 있다.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을 조롱하고,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찬양한다. 식당이나 술집 가운데도 가장 초라한 곳—보통 가난한 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에는 벽에 이런 잔혹한 질문이 걸려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네가 그렇게 똑똑하면 왜 부자가 아닌가?" 또 아이 손바닥만한 성조기도 있을 텐데, 이것은 막대사탕의 막대에 달려 금전등록기 위에서 나부끼고 있을 것이다. - P164
누가 그랬는지 우린 몰라요.여성 배심원단 - 수전 글래스펠. 앨리슨의 집을 읽어보기로 했다.
"누가 그랬는지는 우린 모르잖아요." 피터스 부인이 황망하게 속삭였다. "우린 몰라요."헤일 부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수년 동안 마음 둘 곳 없이 공허한 삶을 살다가 이제 새 한 마리가 노래를 해주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그 노래가 그치고 적막만 남는다면 정말 끔찍하겠죠."그 말은 그녀가 아니라 내면의 다른 존재가 하는 말 같았고, 피터스 부인은 스스로도 깨우치지 못했던 어떤 생각에 가닿았다."그 적막함은 나도 알아요." 그녀가 이상하리만치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다코타의 농가 주택에 살 때 첫애가 죽었어요. 두 살이었는데 그때 아무도 없이 나 혼자 -"헤일 부인이 몸을 움직였다."저 사람들이 증거를 찾는 게 언제쯤 끝날까요?""적막함이 어떤지 안다고요." 피터스 부인이 똑같은 말투로 되풀이했다. 그러더니 그 생각에서 벗어나며 약간 딱딱하게 말했다. 죄를 지으면 법으로 처벌을 받아야 해요, 헤일 부인."흰 드레스에 파란 리본을 매고 합창단석에 서서 노래 부르던 미니 포스터를 당신이 봤어야 하는데." 헤일 부인이 대꾸했다. - P201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힘든 친구여, 너로 인해서 우주가 더 경이로워졌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어린이를 만드는 건 어린이 자신이다. 그리고 ‘자신‘안에는 즐거운 추억과 성취뿐 아니라 상처와 흉터도 들어간다.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어린이의 것이다. 남과 다른 점뿐 아니라 남과 비슷한 점도, 심지어 남과 똑같은 점도 어린이 고유의 것이다. 개성을 ‘고유성‘으로 바꾸어 생각하면서 나는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매 순간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간다고 할 때, 다양하다‘는 사실상 ‘무한하다‘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그런 생각을 할 때면 메리 올리버의 문장들이 떠오른다."우주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그러면서도 우주는 활기차고 사무적이다."(『완벽한 날들』 중에서) - P91
엮은이도 케이트 쇼팽을 맨 앞에 내세우고 케이트 쇼팽의 글을 기다렸다는 사람의 글도 어디선가 봐서 기대했는데, 실크 스타킹 한 켤레는 괜찮았지만 그녀가 주로 썼을 법한 분위기의 다른 작품들은 지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