엮은이도 케이트 쇼팽을 맨 앞에 내세우고 케이트 쇼팽의 글을 기다렸다는 사람의 글도 어디선가 봐서 기대했는데, 실크 스타킹 한 켤레는 괜찮았지만 그녀가 주로 썼을 법한 분위기의 다른 작품들은 지루했다.
백로 - 세라 오언 주잇 시골 소녀의 귀여움과 순수함, 그리고 용감한 도전 정신까지 짧은 글 안에 수 많은 동식물과 함께 펼쳐져서 웃음을 머금고 단숨에 읽게 된다.
새들이 그 사냥꾼보다 그녀에게 더 좋은 친구일까? 누가 알겠는가? 그녀가 놓친 보물이 무엇이든, 숲과 여름이여 기억해주렴! 이 외로운 시골 소녀에게 선물과 은혜를 가져다주고 너희들의 비밀을 말해주렴! - P35
따라서 좋은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드는 느낌은 어떤 착잡함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세상이 흑백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아 어떤 경우에도 두부 자르듯 편을 가를 수 없고, 소설 속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 겹치기도 하고 갈라지기도 하는 다양한 경험과 시각을 오롯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에서 나오는, 세상살이를 향한 착잡함. 그리고 이 착잡함과 함께 우리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감‘은 그렇게 감정을 통해 우리에게 생각을 촉구하는 소설만의 특성이기에, 소설을 읽는 일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다. 소설의 ‘보편성‘이란 결국 세상살이를 바라보는 시각, 세상살이를 해석하는 우리의 감수성 훈련이라는 차원의 보편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 P6
엮은 이의 글이 백점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