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좋은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드는 느낌은 어떤 착잡함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세상이 흑백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아 어떤 경우에도 두부 자르듯 편을 가를 수 없고, 소설 속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 겹치기도 하고 갈라지기도 하는 다양한 경험과 시각을 오롯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에서 나오는, 세상살이를 향한 착잡함. 그리고 이 착잡함과 함께 우리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감‘은 그렇게 감정을 통해 우리에게 생각을 촉구하는 소설만의 특성이기에, 소설을 읽는 일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다. 소설의 ‘보편성‘이란 결국 세상살이를 바라보는 시각, 세상살이를 해석하는 우리의 감수성 훈련이라는 차원의 보편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 P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