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개의 산
파올로 코녜티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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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밀라노에서 많이 배운 아버지와 보수적인 어머니사이에서 부족함 없이 살던 주인공은 어느날 어머니와 함께 시골로 이사온다. 아버지는 홀로 밀라노로 일을 다닌다. 시골 목초지에서 소를 치고 치즈를 만드는 친척집에 의지해 살아가던 주인공은 부르노라는 친구를 만나고 그 친구와 함께 시골을 모험한다. 부르노는 종종 주인공 부자와 함께 산을 오른다. 산타기를 좋아하는 아버지는 듬직한 부르노를 맘에 들어 했고 어머니는 부르노에게도 공부를 가르쳤다. 부르노도 주인공의 부모를 잘 따랐다.
주인공의 가족들은 다시 밀라노로 돌아갈 수 있게 되자 부르노에게 함께 갈 것을 권한다. 부르노의 친척들은 그 제안을 달가워하지 않던 와중 부르노의 아버지가 나타나 주인공의 아버지를 때리고 부르노를 데리고 사라진다.
몇년 후 16세가 된 주인공은 부르노와 도시의 주점에서 마주친다. 벽돌공이 된 부르노는 벌써 돈을 펑펑 쓰며 돌아다녔고 그의 아버지와도 친구같은 관계를 유지했다. 고산병에 시달려 아버지와의 산행이 마냥 즐겁지 만은 않은 주인공은 그 모습을 부러워했다.
배낭을 싸며 함께 산을 오르려던 아버지에게 산에 오르지 않겠다고 말한 주인공은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린다. 그렇게 아버지와 골이 깊어지며 부모곁을 떠나 토리노로 이주한다.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다큐감독이라는 꿈을 안고 월세를 내느라 이일저일 전전하던 주인공은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간다. 아버지는 어린시절 지냈던 시골마을에 유산을 남기고 죽었고 그는 시골마을로 돌아가 브루노와 함께 아버지가 남긴 메세지를 풀어내기로 한다.

한 인간의 성장담이다. 아버지라는 세속적 굴레를 벗어던지고 싶어하던 주인공은 그 상징이던 산행을 그만두고 새로 유행하는 암벽등반을 했다가 목숨의 위협을 느낀 후 그만둔다. 늘 산을 향하던 아버지와 달리 산에서 고산병에 시달리던 주인공은 도시로 내려와 아버지의 상징과도 같던 산과 멀어진다. 언젠가 아버지와 함께 산행을 하며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주인공의 바람과는 달리 아버지는 급작스런 죽음을 맞이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자신에게 남겨진 아버지와의 추억을 돌아보면 자신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며 놀라워 한다.
사람은 결국 앞서 간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걷게 된다. 주인공에게는 그럴리 없을거라던 아버지의 삶의 방식이 오래전 찍혀있던 희미한 발자국 마냥 주인공을 안내한다.

한 인간이 산과 함께한 인생을 서사하는 소설이다. 아버지와의 불협화음으로 방황했지만 결국 주인공은 산을 타며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부르노라는 친구는 아버지의 죽음 후 아버지와의 연결고리가 되고 함께 아버지의 자취를 찾아 간다.
자연의 잔혹함과 그 앞에 작은 인간의 삶, 여덟개의 산은 동양적인 만다라 그림에 흔히 나오는 그림인데 주인공은 여덟개의 산을 방황하고 브루노는 그 중앙의 가장 높은 메루산을 오르는 사람으로 묘사하고 한 길을 바라보며 그 자리를 지키는 굳건한 친구로 주인공에게 각인되는듯 하다.
결국 주인공은 아버지와 부르노의 추억에 함께 할 수 없었고 아버지의 죽음 후 후발주자로 아버지의 뒤를 쫓고 그 영역 안에는 부르노가 있었기 때문에 주인공의 방황의 끝은 아버지가 유산을 물려준 부르노와 함께 지은 집이었던 것이다.

알프스의 찬 공기가 폐에 가득찰 듯 실감나는 묘사가 압권이다. 젖은 눈, 마른 눈, 이미 내린지 오래되어 빙하처럼 굳어버린 눈, 발바닥에 눈이 닿는 느낌이나 탄내가 날 것 같은 자연경관과 오두막의 묘사로 인하여 고요하면서도 강압적인 고산지대의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것 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가독성이 좋지는 않았다. 술술읽히지는 않아 시간이 좀 걸린다.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을 짜맞추어 읽는 느낌이 들때도 있었다. 하지만 충분히 시간을 들여 상상하며 읽는다면 한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에 푹 빠져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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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10일 넬리 블라이 시리즈
넬리 블라이 지음, 오수원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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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넬리 블라이라는 세계최초 여성기자가 겪은 10일간의 정신병원 잠입취재기이다.
피츠버그 디스패치라는 신문사에 올라온 여성비하 칼럼을 읽은 16세 엘리자베스는 반박글을 신문사에 보내고 기자로 채용된다. 넬리 블라이라는 필명을 활동하던 엘리자베스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지 않는 따분한 기자생활이 이어지자 대형 언론사가 모인 뉴욕으로 이주할 것을 계획하지만 여성기자가 없던 시절이라서 채용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퓰리처가 운영하던 뉴욕월드에서 블랙웰스의 정신병원에 잠입해 취재를 한다면 채용한다는 조건를 걸었고 더이상 생활비가 부족했던 넬리 블라이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미친 사람인척 하고 여성의 집에서 이상행동을 보여 경찰서까지 가서 연기를 한 끝에 허름한 배를 타고 들어간 정신병원에서는 멀쩡한 사람도 정신병자가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마주한다. 심지어 외국인이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갖히거나 오갈데 없고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가난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감금되기도 했다. 잠입한 열흘간 의사와 간호사들의 환자를 향한 학대행위와 열악한 환경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빠져나와 언론에 대서특필하고 배심원들의 동행하에 정신병원으로 찾아가 모든 부조리를 까발리고 변화 시키기에 이른다.

이 고발은 단순히 블랙웰스 정신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학대의 중지를 종용할 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이루어지는 복지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넬리 블라이는 이후로도 맥시코에 잠입하여 독재정권을 취재하다 구속되는 위기에 몰리기도 하고 여러 위험에 노출 되면서도 사회적 약자들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린다. 그녀의 움직임은 세상을 바꾸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학대당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게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여성이 노예로 부려지고 사고파는 도구에 지나지 않던 시절부터 여성인권이 높아진 현재에 이르기 까지 여성해방은 결코 그냥 이루어지지 않았다. 작은 물방울이 한데 모여 넘쳐흐르기까지 많은 여성의 피맺힌 목소리가 있었다.
여성인권을 높이는 한 획을 그은 역사적 인물로서 이 책을 통해 넬리 블라이의 이야기를 듣고 과거의 문제점를 돌아보고 사회적 약자의 지위가 높아지는 그 과정에 현대에 사는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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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조디악 인 스크래치 북 - 나와 당신의 운명, 별자리 12
이윤미 그림 / 스타일조선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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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가지 별자리에 어울리는 그림으로 구성되었다. 검정색에 회색으로 가이드가 그려져 있고 함께 있는 스크래치펜으로 가이드에 맞춰 선을 그으면 아름다운 색이 밤하늘에 빛나듯 퍼진다.
앞장엔 작업할 수 있게 되어 있고 뒷장엔 해당 별자리가 소개되어 있다. 별자리 마크, 해당되는 날짜, 지배성, 기질, 궁합, 별자리에 해당하는 사람의 성격, 애정과 우정에 대해 설명되어 있다.

그림이 하나같이 환상적이다. 가이드대로 스크래치를 한다면 검은 밤 하늘에 오로라처럼 빛나는 몽환적인 작품을 완성할 수 있고 혹여 실패해도 모두 벗겨내어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즐길 수 있다.

한장씩 뜯을 수 있고 면이 깨끗하게 마감이 되어 있어서 완성 후 한장의 작품으로 전시할 수 있다.
섬세한 취미지만 선이 튀어나가거나 실수해도 상관은 없다. 말 그대로 부담없이 할 수 있으니 자신에게 미적감각이 있니없니로 고민할 필요도 없다.

난 나의 별자리인 염소자리를 해 보았다.
자다가 일어난 딸 아이에게도 한장 해 보라고 주었는데 엉망진창이다 ㅎㅎ 선을 긋는 족족 아름다운 빛이 퍼지니 아이가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했다. 3살짜리 아이의 감성에도 도움이 되는 듯 하다.

요즘 집에서 혼자 즐기는 페이퍼커팅이나 컬러링북같은 취미가 널리 퍼지고 있다. 스크래치북도 그런 맥락으로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로 추천하고 최신기법인 만큼 기존의 취미에 질린 사람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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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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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릴지브란의 모든 것을 담았다.
예언자라는 그의 대표작품, 그리고 페이지페이지 중간중간에 그가 직접 그린 작품과 그의 생애를 모두 둘러볼 수 있게 구성된 책이다. 끝부분엔 예언자의 영어버전까지 실려있다.
종교적이며 관념적이 이 글을 시인 류시화의 번역본으로 즐겨볼수도 있고 영어버전으로도 즐겨볼 수 있으니 소장가치가 높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브란은 레바논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다. 형과 여동생들, 어머니의 희생으로 공부를 마치지만 여동생 하나 남기고 남은 가족들을 빨리 잃게 된다. 10살 연상의 연인 메리 헤스켈은 지브란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정신적 동반자가 되었다. 또한 칼릴 지브란이 공부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지브란은 세대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촌과 결혼한다. 48세의 나이로 운명을 달리하고 시신은 고향 레바논의 마르사키스 수도원에 안치되었다.
고향을 떠나 보스톤으로 향한 후 가족들이 버는 돈으로 공부를 하던 지브란은 레바논으로 돌아가 5년간 문학과 불어를 공부하고 가족들에게 돌아가지만 그의 가족들은 한명한명 잇다른 죽음을 맞이한다. 이것이 칼릴 지브란으로 하여금 슬픔속에서 영원한 것을 찾아 헤매는 이방인으로 살아가게 된 이유가 될 것 같다. 그는 신을 찾고 악마를 좇고 구원을 끊임없이 원한다.
칼릴 지브란의 다른 책을 읽어보았는데 관념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그 안에서 정신적인 풍요로움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는 목마른 갈망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이 책 속 예언자는 오르펠리스의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전하며 그를 태우고 죽음으로 향할 배를 기다린다. 사랑, 결혼, 주는 것, 마시는 것, 기쁨, 슬픔, 옷, 죄와 벌 등에 대해 마을 사람들은 묻고 예언자는 답한다.

한자리에서 다 읽어내릴 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했고 관념적인 그의 말은 손에 닿지 못할 먼 곳에 있는 어떤 신성한 가르침 같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갈구 할때 읽어보기를 바란다. 여러번 책을 읽고 두고 읽고 두고 했지만 그때마다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이 달랐다. 읽는 사람마다 얻은 것이 다를 것이다. 그리고 읽을 때 마다 얻는 것도 다르다.
당신은 이 책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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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에 선명해지는 것들
이윤진 지음 / 생각활주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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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 이윤진이 여행을 하며 그곳에서 느낀 감상과 인간의 삶에 대해 적어내린 에세이이다.
각 파트마다 여행지가 소개되어 있고 그에 걸맞는 주제의 에세이가 끝나면 눈물을 닦아주는 풍경이라는 이름으로 이색 여행지나 문화에 대한 단상이 이어진다. 이런 파트가 11가지 여행지로 구성되어 있고 다양한 삶과 사람, 경험과 신화 등의 이야기와 빗대어 우리의 삶을 비교하고 깨닿고 소통하게 해 준다.
글쓴이가 여행지에서 직접 만난 사람과 함께 한 이야기나 본인이 겪은 이야기, 여행지의 신화나 유래를 통해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에 노크를 한다.

이 책의 표지만 보면 마치 생의 종점에 다가간 사람의 유언이 생각난다. 의외로 이 책을 읽어보면 여행에세이임을 알게 될것이다. 하지만 여행경로나 관광지를 소개한 가벼운 여행에세이가 아니다. 삶을 관조하고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저자의 처절한 생의 기록이며 엄청난 고민의 산물이다. 초탈한 내용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세상에 근심걱정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싶다. 잠시 일상을 잊고 책에 빠져보는 시간이 달콤하게 느껴진다.

후루룩 읽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편한 책이 아니다. 한문장문장이 비유와 은유의 연속이다.

커피 한모금을 마시고 한 문장을 음미하고 또 한모금을 마시고 한 문장을 읽어 나가며 천천히 읽어볼 것을 권한다.

우리가 일상에 찌들어 눈 앞에 있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 칠때 우리 지구 반대편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날까? 인간취급을 못 받아도 어떻게든 생을 이어가는 사람들,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우치려고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을 펼쳐 잠시 고통스런 일상에서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려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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