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단의 스캔들
홍지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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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단, 이름만 들어도 딱딱하게 느껴진다. 신춘문예나 순문학으로 대변되는 문단.

심오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한국 역사에 가까운 삶을 살아온 이들이 세상의 이치와 풍경을 글로 써 내려가던 한국 문단. 그 안에서 꽃피운 작품은 우리에게 아직까지 읽히고 있다. 위대한 작품이 탄생한 그 배경 속에서 과연 사랑이나 낭만이 없었을까?

 

이 책은 한국 문학사 안에 널리 알려질 정도로 위대한 작품을 남긴 작가들의 사랑과 스캔들에 대해 다룬 책이다. 이상, 김우진, 나혜석, 모윤숙.

문학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이 네 사람의 이름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들의 작품을 보지 않았어도 카더라 통신으로 그들의 추문이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는 그들이 왜 그런 격정적인 삶과 사랑, 불륜으로 괴로워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나는 이 네 사람 중 나혜석에게 관심이 많았다. 사회적으로 여성들의 지위가 올라갈 무렵 떠올린 이름이 나혜석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녀는 나에게 조선 가부장제의 희생양일 뿐이었다. 상승하려는 여성을 찍어 누르려고 으르렁 거리던 승냥이 떼에게 처참하게 물려 죽은 한 마리 양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그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김우영과 재미없는 결혼생활에 염증을 느껴 최린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여자. 여기까지는 현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불륜 이야기였다. 당시에는 이것도 허용되기 힘들었겠지만. 하지만 나혜석은 여기서 그친 게 아니라 당시 계간지에 이혼고백장 등 자신이 타락하고 이혼당하기 까지의 과정을 낱낱이 고했다. 그로인해 김우영의 미움을 받게 되고 가족들에게 버려져 홀로 행랑인이 되어 굶어 죽었다. 현대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일을 근대시대에 행했다는 점에서 이슈가 될 만 했다. 끝은 아름답지 못했지만 정녕 시대를 앞서간 여자라고 할 수 있다.

모윤숙의 이야기도 흥미로왔다. 그녀의 삶은 정치인의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대였다면 정치적으로 높은 자리에 오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사람의 스캔들로 근대 한국문단은 들썩였을 것이다. 지금은 그들의 숭고한 작품만이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지만 그들의 뜨거웠던 열정과 운명에 관심이 많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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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백치 아다다 : 계용묵 단편전집 1 - 한국문학을 권하다 34 - 계용묵 단편전집 1 한국문학을 권하다 34
계용묵 지음 / 애플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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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용묵의 소설집이다. 상환, 최서방, 제비를 그리는 마음, 백치 아다다 등 20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계용묵의 본명은 하태용이다. 1904년 평북에서 태어나 상경하여 수학하고자 했지만 신학문을 반대하는 할아버지의 반대로 귀향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요대학에서 수학하다가 가산이 파산돼 1931년 귀국하여 조선일보 등 신문사에서 근무하였다. 1945년 잡지 <대조>를 발행하였고, 후에 출판사를 설립하기도 하고 여러 출판사에 작품을 발표하며 작가생활을 하다가 1961년 자택에서 위암으로 사망하였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고 농촌과 도시의 대립되는 근대를 겪으며 시골 사람들의 힘든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 대다수이다. 그 중 시골의 어려운 삶, 공장단지에서 신체가 절단된 장애인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냉정한 현실 속에서 희망을 탐닉할 수 없을 정도의 절망을 겪으면 인간이 얼마나 비참해 질 수 있는가를 그려냈다.

 

제비를 그리는 마음을 재미있게 읽었다. 제비는 흔히 을 상징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살만한 세상을 뜻하는 듯하다. 어느 날부터 제비가 주인공의 집을 찾아오지 않고 참새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마을에는 전답 위로 신작로가 건설되고 있었다. 공장단지가 생기면서 농사가 아닌 공단의 일로 먹고 살게 되었고 돈을 벌겠다고 집을 나간 아들은 팔을 잃은 채 돌아왔다. 주인공은 결국 제비 탓을 하며 소설이 마무리 된다. 자신의 노력으로 제비가 돌아온다면 분명 좋은 소식도 함께 하리라 잠시 희망을 품었지만 결국 떠나간 제비대신 팔 잃은 아들이 찾아왔다. 결국 살만한 세상은 오지 않고 더 힘든 삶만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백치 아다다에서는 밭 마지기를 얹어 겨우 시집 보낸 백치 딸이 이젠 잘 살게 된 시댁의 하대에 견디지 못해 집으로 돌아오지만 친정에서도 학대당하자 자신을 알아주고 좋아해 주는 수롱에게 시집가고자 한다. 수롱의 집은 매우 가난하였기에 아다다는 자신의 존재만으로도 만족하는 그에게서 새 희망을 얻게 된다. 수롱은 자신과 함께 살기로 맘 먹은 아다다에게 모아놓은 지전을 보여준다. 수롱은 그 돈으로 전답을 마련하여 행복하게 살자고 하였지만 수롱의 집이 잘 살게 되면 아다다는 다시 버려질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수롱 몰래 지전을 바다에 던져 버린다. 아다다가 지전을 바다에 버린 것을 안 수롱은 아다다를 발로 차고 때려 바다에 빠뜨려 죽여 버린다. 만약 아다다가 시댁에서 제대로 된 인간취급을 받았다면, 단순히 바람이 나서 소박을 맞은 거라면 아다다가 수롱의 돈을 바다에 던졌을까? 일그러진 사랑의 결말이다. 수롱은 아다다에게 진정한 사랑을 줄 수 있었는지 몰라도, 이미 돈 때문에 버려진 경험을 해 본 아다다는 수롱에게까지 돈보다 못한 취급 받으며 버림받기 싫었을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아다다는 지전이 빠져 사라진 그 파도 안에 떨어져 죽음을 맞이한다. 수롱은 수영을 할 줄 몰라 지전을 건지지 못했다. 그러니 당연히 아다다도 건져주지 못할 것이다. 돈 때문에 버려진 아다다가 결국은 돈과 같은 운명으로 사라지다니 정말 아이러니 했다.

 

이 외에도 모든 작품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당시의 삶을 깊이 있게 그리면서도 사람의 심리상태를 예리하게 짚어냈다. 한국 고전문학은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문학은 한국 현대 소설의 뼈대를 만든 주축이라고 할 수 있다.

망우역에서 계용묵의 묘를 찾아 가며 그의 작품을 더듬어 내는 전석순의 해설을 책의 앞장을 넘기면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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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행 : 김남천 단편전집 1 한국문학을 권하다 35
김남천 지음 / 애플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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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천의 본명은 김효식으로 1911년 평남에서 태어나 1929년 평양에서 학업을 마치고 일본으로 유학을 했다. 1929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에 가입한 후 카프 도쿄 지부에서 발행한 <무산자>에 동인으로 참여하였고 귀국하여 카프의 2차 방향전환을 주도하였으며 카프 검거사건으로 조선공산주의자협의회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되어 복역하였다. 1935년까지 임화, 김기진과 협의하여 카프가 경기도 경찰국에 해산계를 낼 때까지 조직에 충실하면서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을 추구하였다. 광복 후에는 좌익문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던 중 1947년 경 월북하여 6.25때 조선인민군 종군 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휴전 이후 남로당계 박헌영 세력 제거와 관련해 종파분자로 지목되어 숙청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사망 시기는 불분명하다​.

 

많은 이야기가 실려 있지만 그 중 재미있게 읽은 두 편을 소개해 볼까 한다. 

이리에서는 어린 여성들은 데리고 놀다가 매춘굴에 팔아버리는 남성, 서주사와 권주사 두 사람의 이야기를 신문기사로 내려는 박군과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뤘다. 아버지라고 부르라며 어린 여성을 이끌고 판자촌을 오르는 권주사, 당연지사 권주사가 데리고 오는 여자들은 자신의 것이라고 여겨오던 서주사는 새로 데리고온 여자에게 욕심을 부리는 권주사와 맞선다. 신문기사에는 팩트만 실리겠지만 박군은 신문기사 외의 이야기를 주인공과 함께 나눈다. 욕정에 찌들어 이리처럼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 대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페페 르 모코>에 빗대어 이야기 한다.

개비와 사랑에 빠져 카스바에서 나와 잡혀버린 페페를 권주사에게 대입했다. 판자촌 사이를 미로처럼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두 남자의 범죄 소굴 안에서 결국 한 여자와의 사랑으로 인하여 덜미를 잡힌 모습이 <페페 르 모코>를 연상을 하게 한다.

 

소년행은 어린시절 떨어진 누이와 6년이나 되는 시간동안 떨어져 지내다 다시 만나게 되는 소년 봉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누이는 남자들에게 희롱당하며 기생생활을 하다가 약방에서 일하는 남동생 봉근의 소식을 접하고 만나자는 서신을 보낸다. 봉근은 여러 남자들에게 몸을 팔았을 누이를 만난다는 게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다. 소년은 누이를 만나러 가서 누이와 함께 하는 한 남자를 만난다. 그는 병걸이라 하는데 어린시절 한때 기생이 학대받는 계급이라며 외치고 사람들 앞에서 연설깨나 했던 사람이다. 봉근은 누이의 소식을 전했던 기생 연화에게 연정을 품게 된다. 누이의 남자에게 그 연정을 들켜버린 봉근은 부끄러운 마음에 연화에게 주려는 콤펙트를 뜰에 던져버리고 달아난다. 봉근이 소년에서 남자가 되는 대목이었다.

 

이 책에는 김남천의 소설 12편이 수록되어 있다. 첫 부분에 이은선의 해설이 인상 깊었다. 그 해설은 김남천이 아직 살아 있다면 그에게 하고픈 이야기 아닐까. 김남천은 사회계층의 아래에 속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그러면서 민중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소년들에게 이 책과 평양냉면 한그릇을 권하며 사람이 사람을 사랑해야 함이 마땅함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이라는 끝 부분의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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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작은 순간들 - 카타나 코믹스
카타나 쳇윈드 지음, 그레고리 이브스 외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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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이 이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마음먹으면 한시간도 되지 않아 다 읽어내릴 수 있는 만화책이지만 책 끈도 달려있고 작가의 사진도 실려있다. 도형처럼 그려진 단순한 그림이지만 연인의 사랑을 표현하기에는 단순하지 않다. 아기자기하고 남들이보면 바보스러울 수도 있는 일상 속으로 빠져들어보자.

이렇게 바보같은 커플이 이 세상에 또 있다고? 그들은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크게 공감했다. 작가조차 이런 우스꽝 스런 작은 에피소드가 사람들에게 먹힐지 고민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그래요~' 라고 생각하며 올린 그림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구나하고 느끼며 작업했다. 모든 연인들이 자신들처럼 작은 행복을 느끼면서도 행복하게 사랑을 지속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책 속에 잘 나타났다.  

작가인 카타나는 남자친구 존의 제안으로 인터넷에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 그림이 인기를 끌어 독자들이 생겨나게 되었고 출판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그 책이 한국에도 출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의 서문에 한국인들에게 남기는 편지를 통해 이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했다. 주인공인 키 큰 남자와 키 작은 여자가 그들의 사랑을 유머러스하게 그렸다. 오랜 커플이라더니 19금스러운 내용도 가끔 있다. 오랜 연애를 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하여 웃으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이들처럼 친숙한 연인사이로 발전하기를 바라게 될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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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사냥
박문구 지음 / 경진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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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이 5편이 실려있다. 이 소설의 작가인 박문구 작가는 강원도의 탄광이나 바닷가에 대한 소설을 자주 쓰기에 책이 나오면 눈여겨 보곤 했다. 그의 책에는 강원도의 모습이 아름답게 담겨 있다. 강원도 바다는 나의 고향이기도 하기에 이 소설 속에 나온 어촌의 풍경이 가깝게 느껴졌다. 외지인에게는 가서 살아보고 싶은 풍경일 것이다. 잔잔할 때만 바다를 찾아 써핑을 하고, 연인과 바닷가를 마주한 카페에서 데이트를 하곤 하면 찬 겨울 바다의 천둥같은 파도따위는 알지 못한다. 새벽 어촌의 바쁘고 거친 환경도 알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바다의 아름답고 낭만적인 풍경과 대조되는, 어촌 삶의 치열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안에는 땀흘려 일하는 이들의 모습과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담았다. 물고기를 건져 올리거나 쌀을 도정하는 일.

궁핍한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고 이혼한 부모 밑에서 동생을 지키려는 형의 발악도 있다. 조용한 어촌 마을에 도시여자가 시집와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이야기도 있다. 현대 도시의 세련됨과 거리가 한참이나 멀다. 다섯편 중 반 이상에 강원도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하지만 부산이나 광명의 이야기가 있어도 세련된 도시 풍경과 거리가 먼 자연친화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다섯가지 소설 중 구덕포 가는 길을 특히 인상깊게 읽었다.

이혼한 부모 밑에서 살아가는 형제의 이야기다. 형인 성호는 도시로 일찍이 나가버렸고 남겨진 동생은 집안일을 도우며 초등학교를 다녔다. 형은 편의점에서 일하며 학비를 대다가 동생에게 핸드폰을 해 주려고 돈 40만원을 주머니에 넣고 집을 찾는다. 평소라면 30분 걸릴 거리를 걷고 또 걷고, 비를 만나 평소보다 배가 걸려 겨우 도착했지만 집을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이다.

가는 동안의 짙은 안개의 느낌, 파도가 부딧히는 모습, 나무데크에서 향기가 퍼져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생생했다. 부산의 유명한 산책길이었지만 늦은 밤에는 후레시 불에 의지해야 하기에 길을 잘못 찾을 법도 하지만 결국 다시 든 길에서도 고향집을 찾지 못했다는 부분에서 아쉽기도 했고, 매우 큰 여운이 남았다.


우리의 삶이 현실적으로 그려진 와중 자연 풍광의 실감나는 묘사가 더해져 다소 부정적 소설속 현실 앞에서도 숨막히기 보다는 조용히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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