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사는 집
정정화 지음 / 연암서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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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정정화 작가의 단편소설 10편이 들어있다. 각각의 소설은 짧은 편이어서 금방 읽어내릴 수 있었다.
전부 다른 소재와 인물과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한 책에 실린 이 10편의 소설은 서민이나 사회 하위계층의 삶을 조명했다.

국제결혼의 폐해, 노인들의 이야기, 농촌 소작농 이야기, 빚을 짊어진 청춘들의 이야기, 아이를 낳았지만 삶을 이어가기 힘든 가족이야기 등 불리한 입장에 있는 계층의 사람들이 삶을 이어가고자 서로 싸우고 빼앗고 분탕질 치는 이야기들이다.
다소 불편한 내용도 많았다. 10가지 이야기가 다 다르니 읽는 재미도 있었고 뉴스의 사회면에 나올법한 이야기들이라 이게 소설인지 실제 어딘가에서 있었던 일이었던건 아닌지 싶은 생각에 마음 한쪽이 서늘했다.

나의 상황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상황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 사이를 지날 때' 라는 작품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여자는 공장일을 하고 남자는 게임을 하느라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실종된 아이가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이야기. 뉴스에 잊을만 하면 한번씩 나오는 영아살해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짓이겨진 벗꽃잎처럼 아이는 그렇게 돌잔칫상 한번 못 받아보고 허망하게 갔다. 누구도 환영하지 않은 결혼 뒤에 아이는 그렇게 부스러져 갔다. 우리의 윗세대는 본인들의 욕심을 채우고자 자식들을 옭아메지만 결국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에게 돌아간다.
'쿠마토'도 재미있게 읽었다. 국제결혼을 한 농가에서 흔히 카더라하는 소문을 소설로 만든 것 같다. 남자랑 눈이 맞아 도망간 전처를 대신해서 구박만 받다가 주민등록증이 나오자마자 도망친 베트남 여자의 이야기.

이 책에 실린 모든 내용이 정부에서 어찌할 수 없는 개인의 일들이다.
40줄 노총각을 구제해준 여자를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타박하는 남자의 어머니를 보나, 유부남이면서 뻔뻔하게 처녀를 임신시키고 그 사실을 가족 모두가 알게 되었는데도 어쩌질 못하는 남자이야기를 보나 세상을 바르게 살고자 하지만 참 녹록치 않다는걸 느낀다.
가끔은 이해할 수 없는 일에 그렇게 귀신에 홀린것처럼 인생을 스스로 혼잡하게 만들기도 하는 인간세상을 소설에 적절히 잘 녹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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