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 김정아 소설집
김정아 지음 / 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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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라는 제목이 아주 적절한 책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가시를 생각해보라. 평소엔 모르는데 옷을 입거나 활동하며 어딘가에 닿으면 신경쓰이게 아프다. 목숨을 위협하는 아픔은 아니지만 사람을 신경쓰이게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가 있다. 바늘을 달궈 가시가 박힌 주변을 판다. 이윽고 가시의 정체가 밝혀지고 뽑혀져 나오지만 자그마한 가시를 꺼내려고 이리저리 파면서 그 가시의 몇배나 되는 면적이 파여나간다. 그냥 두면 내 몸안에서 곪아 염증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그냥 둘수는 없다.

이 소설집의 단편소설들은 우리 사회의 가시 같은 이야기이다.
모른척 하고 있으면 모르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그 문제는 결국 우리를 파먹는다. 속에서부터 썩어 염증을 만든다. 파내어 해결하고 많은 이들에게 알려 경계하게 해야한다. 언제 나의 이야기가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디서 깊이 박힌 가시가 뽑히지 않아 서서히 곪아가는 곳이 생기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우린 뉴스를 통해 투쟁을 전해 듣는다. 그 최전선에는 목숨을 건 사람들이 있다. 생계를 유지하지 못해 굶어죽거나 투쟁하다 산화되거나 그들에게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처절한 밑바닥을 보여주는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가시가 박힌듯 아팟다. 시대정신을 반영한 이 소설은 우리 사회의 그늘을 말해준다.
낮은 곳에서 살아보겠다고 버둥대는 그들을 누가 어찌 막을 수 있을까...
어둡고 음습한 삶 밖에 없는게 아닌데 왜 햇빛을 보지 못하는 것인가...
그 답은 아이러니한 이 사회의 작은 뒤틀림 사이에 있을 것 같다.
소설 속엔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떠도는 부평초 같은 고단한 삶이 있다. 그들이 편히 뿌리내리고 쉴 수 있는 대지는 어디에 있느냐 말이다.

저자는 많은 투쟁현장을 찾아다니며 함께 울고 웃고 고민하고 많은 현장을 보아왔을 것이다. 거기서 얻은 가치... 그것을 이 책에 담았다.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당시 시대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소설내용 자체 감정이입이 힘든데 친절하게도 끝부분에 해설이 있다.
소설의 끝엔 뻔한 불행이 기다릴 뿐이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절망은 언제쯤 이 땅에서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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