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모든 공간에는 비밀이 있다. -도시인이 가져야 할 지적 상식에 대하여

모든 공간에는 비밀이 있다 - 도시인이 가져야 할 지적 상식에 대하여
최경철 지음 / 웨일북 / 2019년 11월

유명한 건축물이 있을 때 우리는 그 건축물을 단순히 구경하러 간다. 남들도 가니까 나도 사진 한 판 박아 올까 하면서. 그 건축물이 도시와 조화를 이루며 그 의미를 가질 때 더욱 아름답게 빛이 나는 걸 알까? 난 더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건축물이 어떤 의도로 지어졌는지와 그것이 그 도시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에 대해 공부하고 만끽하길 바란다.

나이 들며 전월세를 거쳐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다보니 이젠 마당이 넓은 집을 짓는 것에 관심이 생겼다. 나만의 회랑을 가지고 싶고, 텃밭을 일구고 싶으면서, 아담한 다락도 가지고 싶다. 그러다 보니 건축에 관한 책에 관심이 많아졌다. 작은 전원주택 하나 짓고 싶은 내가 가우디의 성당에 쓰이는 수많은 건축기법이나, 베르사이유 궁전같은 화려함까지는 욕심낼 수 없지만 나의 그 갈망이 새로운 세계, 바로 건축에 대한 철학에 관심을 갖게 인도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집을 어떤 구조로 지으면 좋을까 고민하며 책을 찾아 읽다보니 건축가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공간에 대한 철학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저명하고 유명한 건축가들은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그 색깔을 건축물에 내보인다. 그것은 매우 매력적인 것이다.

이 책은 서울에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면서 강연을 하고 대학에서 설계수업을 지도하고 있는 건축가가 지은 에세이집이다.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의미 있는 건축물을 소개하거나 자신의 삶 속에 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너무도 흥미롭다. 읽다보면 건물을 보는 것에 대한 자신의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람의 죽음에 대한 에세이나, 이사를 하며 소중한 것을 옮기기 위해 삽질을 하는 부분은 매우 인간적이면서도 공감이 되었다. 요즘은 사람이 죽음에 임박하면 병원으로 옮긴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온가족이 모인 안방에서 고요히 최후를 맞이하는 어른들이 많았다. 내 어린 시절의 기억 속 우리 할아버지도 시골 초가집 안방에서 당신의 맏며느리 손을 잡고 임종을 맞이하셨었다.

​시대가 바뀌며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도 변화하고 있다. 한 명 한 명 개성이 강한 현대인들에게 자신에게 어울리는 공간의 중요성은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특히 집에서 자유롭게 일을 하거나 창의력이 필요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많다보니 하루의 대부분을 지내는 집이라는 공간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자신이 꿈꿔왔던 공간을 조성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음으로서 그 공간의 구체적인 모습과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